사실 나에게 올해의 책은 무의미하다.
많이 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머리속에 단단히 박힐 정도로 와 대단해요~
라는 책도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느순간부터 숫자를 세는 행위가
무의미해졌다는 노인네 같은 진리와 타협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책 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등등 일년동안 보고 듣고 읽었던
모든 매체에 대해 숫자관념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지에 오른 분들 마냥 모든 책이 좋았고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
는 건 잔인한 일이다. 라는 폭넓은 독서사랑 또한 아니다.

모아 논 시디가 몇백장이며, 한해 쟁여놓은 DVD가 백장이 넘어가고
읽거나 읽을려고 모아놓은 장서가 천권이 넘어간다 등의 이야기도 역시
과거처럼 앞서는 부러움 보다 그냥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기분으로 끄떡거리게
될 뿐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어찌보면 이러한 여유시간에 혹은 짬짬히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쾌락거리가 들어갈 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력이 쌓이는 사회생활을 하며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늘어나는 건
연봉만이 아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그에 따라 업무의 중압감과 책임감 또한
늘어나면서 아마도 나에게서 유유자적이란 단어는 점차 희석되어지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 과거 이삼일을 꼬박 세워도 넘쳐나는 체력
또한 예전만큼 기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지나가는 농담일지라도 혈기왕성한 패기와 체력전이 아닌 노련과 경험으로
승부를 보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듯 하다. K-1 그랑프리 대회 그 나이에
결승이 오른 "피터 아츠" 처럼 말이다.





뱀꼬리 : 알라딘 40대 언니 오빠들 미안요~=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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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2-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메피님^^ 맞는 말씀이에요.
알라딘 40대 언니 오빠들 중의 한 사람 드림..ㅎㅎ

라로 2007-12-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메피님^^ 맞는 말씀이에요.
알라딘 40대 언니 오빠들 중 다른 한 사람 드림..ㅎㅎ

순오기 2007-12-11 00:08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메피님^^ 맞는 말씀이에요.
알라딘 40대 언니 오빠들 중 또 다른 한 사람 드림..ㅎㅎ

로드무비 2007-12-11 11:33   좋아요 0 | URL
여기도.^^

웽스북스 2007-12-1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련과 경험으로 승부를 걸 예정인,
메피님을 비롯한 알라딘 3,40대 언니오빠들 화이링!! ^^

-이라고 말하며 본인은 20대라고 슬그머니 빠져주시는 거죠

푸하 2007-12-1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의 이 말씀<어느순간부터 숫자를 세는 행위가
무의미해졌다는 노인네 같은 진리와 타협했기 때문이다.> 숫자를 세는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건 노인네의 진리가 아니라 젊은이의 장점인 거 같아요. 점점 '반노환동'하시는 거 같아 좋네요.^^;
(있을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위에서 말하는 '노인네', '젊은이'는 물리적 생년을 의미하기 보단 아직 신기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기준. 임을 밝힙니다.^^;)


비로그인 2007-12-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오랜만에 메피님 글 맛있게 먹어보네.^^
'노련과 경험으로 승부'라..왠지, 그 부분에선 머쓱해져 버린 기분입니다.
이제, 닻을 올리고 출항 준비를 하는 저는 어디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어디에서 멈추어 서서 하얀 거품 일으키며 달려온 내 뒷길을 어떤 나의 모습으로
쳐다볼 수 있을까, 과연 또 하나의 강산이 변하는 시점에서 내 자신을 '멋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로그인 2007-12-11 01:29   좋아요 0 | URL
흐아아앗.(진짜 지금 터져나온 웃음소리)
그러니까 무자비한 살생을 하기 전에, 살청님 갈비나 좀 내놓으십시오.
그럼, 그걸로 참도로 하죠.(씨익)

비로그인 2007-12-12 00:45   좋아요 0 | URL
왠지, 입씨름으로 질 것 같다는 사람을 처음 만난 기분입니다.=_=
강적이야,강적.

다락방 2007-12-1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력이 쌓이는 사회생활을 하며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늘어나는 건
연봉만이 아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그에 따라 업무의 중압감과 책임감 또한
늘어나면서 ...

네, 맞습니다, 맞구요!!
완전 초공감이요!!

깐따삐야 2007-12-1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계의 이단아, 메피님. 정말루 진솔함이 물씬 배어나는 페이퍼여요.^^

Mephistopheles 2007-12-1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조합해보니 전번하나 뜨는군요..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3=3=3=3=3
(저 남잡니다.)
혜경님 // 어...20대 아니셨어요? (아부1)
나비님 // 어...20대 시잖아요..? (아부2)
순오기님 // 에이...20대시면서..(아부3)
로드무비님 // 로드무비님마져 공갈40대행렬에 동참하시는 건가요? (아부4)
웬디양님 // 사사오입...이라는 사자성어가 자꾸 떠오르는 댓글입니다.=3=3=3=3
엘신님 // 세월은 냅둬도 지가 알아서 간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닻을 올린 후 해류를 따라 배 역시 스스로 가겠지만 한정된 공간밖을 경험하고 싶다면 돛을 올려야겠죠.^^
살청님과 엘신님 // 두 분 만담커플로 발전하시길 바랍니다.(살청=장소팔, 엘신=고춘자)
다락방님 // 제가 옛날엔 엄청 뺀질이였거든요...그런데 요즘은 그때처럼 뺀질거리지 못해요 흑흑흑.
정아무개님 // 다시말해 오는 세월은 저기 저 사진처럼 날카로운 하이킥으로 저 멀리 차버린다라는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웃으셨을까나??
깐상궁..아니 깐따삐야님 // 체력고갈, 이젠 청년이 아닌 중장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페이퍼라죠..발악을 해서라도 뒷방늙은이 신세는 면할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