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게 올해의 책은 무의미하다.
많이 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머리속에 단단히 박힐 정도로 와 대단해요~
라는 책도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느순간부터 숫자를 세는 행위가
무의미해졌다는 노인네 같은 진리와 타협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책 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등등 일년동안 보고 듣고 읽었던
모든 매체에 대해 숫자관념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지에 오른 분들 마냥 모든 책이 좋았고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
는 건 잔인한 일이다. 라는 폭넓은 독서사랑 또한 아니다.
모아 논 시디가 몇백장이며, 한해 쟁여놓은 DVD가 백장이 넘어가고
읽거나 읽을려고 모아놓은 장서가 천권이 넘어간다 등의 이야기도 역시
과거처럼 앞서는 부러움 보다 그냥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기분으로 끄떡거리게
될 뿐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어찌보면 이러한 여유시간에 혹은 짬짬히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쾌락거리가 들어갈 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력이 쌓이는 사회생활을 하며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늘어나는 건
연봉만이 아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그에 따라 업무의 중압감과 책임감 또한
늘어나면서 아마도 나에게서 유유자적이란 단어는 점차 희석되어지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 과거 이삼일을 꼬박 세워도 넘쳐나는 체력
또한 예전만큼 기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지나가는 농담일지라도 혈기왕성한 패기와 체력전이 아닌 노련과 경험으로
승부를 보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듯 하다. K-1 그랑프리 대회 그 나이에
결승이 오른 "피터 아츠"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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