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체리 (月とチェリ: Moon & Cherry, 2004)
감독 : 타나다 유키
출연 : 에구치 노리코(마야마), 나가오카 타스쿠(타도코로)
남자가 여자를 만나 혹은 여자가 남자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면 추후 여러가지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콩깍지가 씌운다던지, 혹은 옆에 없으면 미치도록 보고 싶어 5분전 집에 바래다 줬음에도 불구하고 왔던 길을 다시 달음박질해 기어코 다시 집밖으로 끄집어내는 만행도 서슴치 않으니 말이다.
가끔은 중간과정 생략하고 뼈와 살이 활활 타오르는 밤을 보내는 초고속연애를 지향하는 커플들도 목격하게 되지만, 이상하리만큼 이들의 사랑은 화력은 좋을 지언정 대부분 오래가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은 듯 싶다.
영화속의 남과 여 타도코로와 마야마는 후자쪽에 가까운 애정행각을 보여준다. 사실 애정행각이라고 말하기엔 분명 무리스러운 모습을 띄고 있다. 어리버리 우유부단 왕소심 타도코로를 당찬 여자 마야마가 한입에 꿀꺽 삼킨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마야마가 타도코로를 보는 시각은 사랑도 욕정도 아닌 단지 창작물을 잉태하기 위한 모르모토(실험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들의 첫 만남은 삼수끝에 대학에 진학한 타도코로가 반강제적으로 가입한 "에로소설 창작 동아리"에서 시작된다. 동아리의 특성 상 성적인 대화가 난무하던 중 신입생이지만 말빨에 눌리지 않기 위해 취기에 G-스팟을 운운하던 타도코로는 마야마의 타겟에 걸려든다.
"너 숫총각이지?" 란 단 한마디에..
동아리에서 남성적인 필명으로 출판까지 하는 잘나가는 마야마의 타겟이 된 타도코로는 그녀의 새로운 소설을 위한 마루타가 되버린다. 책 내용은 숫총각인 어린 남성이 연상의 여자를 만나 성에 눈을 뜨며 활활 타오른다는 내용..
다짜고짜 시간있냐는 마야마의 질문에 에?만 대꾸하던 어리버리 타도코로는 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마야마의 집에서 그녀의 창작물의 퀄리티를 위해 불타는 밤을 보내게 된다.
허나 소설이 완성된 시점부터 마야마는 타도코로를 소 닭 보듯 하며 어리버리 타도코로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남는 건 하드트레이닝으로 연마된 탁월한 테크닉이라는 결과물이 존재하지만서도.
영화는 그 후 마야마의 소설이 꽤나 높은 판매고로 인해 영화마냥 후속작을 의뢰받은 후 걷잡을 수 없지만 제법 웃겨주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창작의 고통이라고 해야 하나? 졸지에 SM까지 체험한 타도코로는 온몸에 채찍자국을 휘감고 마야마에게 달려온다.
영화는 살색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감과 더불어 유머를 안겨주고 있다. 앞에서 말한 정신적인 부분이 배제된 육체적인 사랑도 아닌 오로지 섹스라는 행위의 선상에 있는 이 남녀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지 빠른 템포로 보여주고 있다.
19금 딱지가 시뻘겋게 붙은 분명 야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수시로 합궁을 실시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 공감할만한 충분한 내용과 스토리가 있으며 유쾌하기까지 했던 영화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어떻게 오해하고 판단하는지 주인공들의 짧은 대사와 행동 하나에 감지하고 공감하게 된다.
야한 영화 보면서 이렇게 웃어 본 적도 오래간만인 듯 싶다.
구할 수 있고 볼 수만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단. 미성년자는 떼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