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이번 프로젝트 막판 질주의 수순에 따라 새벽 3시에 퇴근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살짝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고양이세수만 하고 부랴부랴 사무실로 튀어
왔고 오전엔 역시 퀭한 눈을 한채 열심히 일량을 죽이고 있자니 오전 10시가 넘자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11시 반쯤 막내를 닥달해 밥을 시켜놓고 주린배를 부여잡고 일을 하고 있자니
밥집 아주머니와 텔레파시라도 통했는지 평소보단 10분 일찍 나타나 주신다.
지화자 밥이다.

셋팅을 하고 부랴부랴 한수저를 떠 입에 우겨넣는 순간 사무실 문쪽에서 누군
가가 똑똑 노크를 한다. 다들 고개 처박고 밥먹는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고 그
중 그래도 문쪽과 가장 가까운 나는 엄청난 짜증이 섞은 목소리로

"(밥알 한수저 입에다 가득 넣고) 누흐세혀~~"

라며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빼꼼히 문을 열었더니 오 이럴수가....
산뜻한 정장을 차려입은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미모와 몸매가 출중한
어느 여인히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흔히 알라딘 표현으로
말한다면 오즈마삘~ 이라고 정의내려 본다.)

"(상콤하게 눈웃음을 치며) 실례가 안된다면 설문조사 좀 응해 주시겠어요~"

어머어머어머...비음 살짝 섞인 목소리까지 아주 사람을 녹인다...

10초동안 머리 속 뉴우런은 RPM4500으로 급작스런 반응을 일으키면서 탁구공마냥
요리조리 왔다리갔다 한다. 허나..

"(여전히 한수저 입에 가득 물고) 죄송하합니다. 저흐가 즈굼 식사증이거드요~"

라며 문 딱 닫아버리고 밥상으로 돌아와 아구아구 남은 밥을 입에 쳐넣었다.
난 역시 미녀보단 식욕에 약하다.

알라딘식의로 정의하자면 난 마태형인간이기보단 산사춘형인간에 가깝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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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오즈마급 미녀라도 눈앞의 숟가락이 먼저지요 (미모의 마님이 더더욱 뒤에 지키고 계시니까 말입니다). 근데 어째 전 글쓴이를 부리님으로 착각할 뻔 했어요.

땡땡 2007-10-2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을 두드리든 말든 밥 시간엔 들은 척도 안 하고 밥 먹는 따우형 인간도 있습니다요~

건우와 연우 2007-10-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강산도 식후경, 밥앞에 장사 별로 없습니다.^^

마노아 2007-10-2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이 아니었으므로 저는 숟가락을 택하겠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07-10-2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형인간이라...호호. 더 열심히 미녀를 밝혀야겠군요

마태우스 2007-10-2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문조사에도 미녀가 동원되는 세상... 거기가 어디쯤인가요 혹시?^^

무스탕 2007-10-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하게 입에 밥 물고 대답까지 해주시다니..
밥먹을때 찾아오는 사람은 지긋이 무시해 주세요 :)

산사춘 2007-10-2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설문조사인지도 모르시겠군요. ㅎㅎㅎ
암튼 영광입니다. 먹을 땐 저나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마태님을 본받아 저도 열심히 산사춘형에 매진하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10-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포인트는 괄호 안에 있다는 말씀...?

비로그인 2007-10-2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핫. 메피님 때문에 내가 웃는다니까.
저도 밥을 택했을 듯. 배고프면 짜증에 심통쟁이가 되어버리거든요. ( -_-)

보석 2007-10-2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세상에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단 말입니까. 꽃보다 밥인 겁니다. 암요.

가시장미 2007-10-2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식으로 정의하자면, 저는 마태형인간에 가까운게로군요 ㅋㅋㅋ
밥은 나중에도 먹을 수 있지만, 미남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효! -_-)/

다락방 2007-10-2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삘, 마태형인간, 산사춘형인간.
아주 쏙 맘에 드든 어휘로군요!! ㅎㅎ

Mephistopheles 2007-10-2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님 //으흐...마님이야 사무실에 없으니 어쩔 수 없고..하지만 진짜 미녀는 미녀였었죠..밥 먹으면서 내내 생각했다는...설문조사를 응해줄 껄 잘못했나..하고요..
따우님 // 역시 집중력이 높으시군요.전 산만한가봐요..
건우와연우님 // 그 미녀가 점심 다먹고 배 두둘기고 있을 때 왔다면 분명 설문조사 냅다 해줬을지도 모릅니다..ㅋㅋ
마노아님 // 여성분들만 있는 곳에는 꽃미남이 투입되겠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ㅋㅋ
마태님 // 앗...이럴 줄 알았으면 그 미녀분께 마태님의 소재를 알려드리는 건데....!
정아무개님 // 질풍노도의 시기시군요..부럽습니다..
무스탕님 // 안그래도 오는 전화는 다 안받습니다..밥먹는 땐 멍멍이도 안건드린다는데..^^
산사춘님 // 4일 철야하면서 야식 꼬박꼬박 챙겨 먹었습니다. 보다 더 산사춘형 인간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단테님 // 이번 페이퍼의 괄호는 일종의 추임새 혹은 에드립의 역활 밖에는 없었습니다.^^
엘신님 // 그래도 정말 미녀였으니까...아마 천하의 엘신님도 어느정도는 고민하셨을 껍니다.
보석님 // 개인적으로 아깝더군요..밥을 조금 더 먼저 취했으면 미녀의 설문조사에 응해줬을지도 모르니까요.^^
가시장미님 // 지금까지 미남서재에 남겨진 페이퍼에 댓글을 남기신 가시장미님이셨습니다.=3=3=3=3=3=3(닥쵸!)
다락방님 // 다락방형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일단 음악에 심취하는 모습이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