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이번 프로젝트 막판 질주의 수순에 따라 새벽 3시에 퇴근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살짝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고양이세수만 하고 부랴부랴 사무실로 튀어
왔고 오전엔 역시 퀭한 눈을 한채 열심히 일량을 죽이고 있자니 오전 10시가 넘자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11시 반쯤 막내를 닥달해 밥을 시켜놓고 주린배를 부여잡고 일을 하고 있자니
밥집 아주머니와 텔레파시라도 통했는지 평소보단 10분 일찍 나타나 주신다.
지화자 밥이다.
셋팅을 하고 부랴부랴 한수저를 떠 입에 우겨넣는 순간 사무실 문쪽에서 누군
가가 똑똑 노크를 한다. 다들 고개 처박고 밥먹는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고 그
중 그래도 문쪽과 가장 가까운 나는 엄청난 짜증이 섞은 목소리로
"(밥알 한수저 입에다 가득 넣고) 누흐세혀~~"
라며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빼꼼히 문을 열었더니 오 이럴수가....
산뜻한 정장을 차려입은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미모와 몸매가 출중한
어느 여인히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흔히 알라딘 표현으로
말한다면 오즈마삘~ 이라고 정의내려 본다.)
"(상콤하게 눈웃음을 치며) 실례가 안된다면 설문조사 좀 응해 주시겠어요~"
어머어머어머...비음 살짝 섞인 목소리까지 아주 사람을 녹인다...
10초동안 머리 속 뉴우런은 RPM4500으로 급작스런 반응을 일으키면서 탁구공마냥
요리조리 왔다리갔다 한다. 허나..
"(여전히 한수저 입에 가득 물고) 죄송하합니다. 저흐가 즈굼 식사증이거드요~"
라며 문 딱 닫아버리고 밥상으로 돌아와 아구아구 남은 밥을 입에 쳐넣었다.
난 역시 미녀보단 식욕에 약하다.
알라딘식의로 정의하자면 난 마태형인간이기보단 산사춘형인간에 가깝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