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첫째아들-나에게는 첫조카-이 태어나고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중학교로 진학한 녀석은 공부를 제법 잘하는지 주에서 1등 2등을 다투는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도수석쯤..?
(생각해보니 대단히 공부를 잘하는 거군.)
이젠 변성기가 와서 목소리도 제법 굵어졌고 신체의 특정부위에 털도 나기
시작했단다. 아울러 누나말이라면 꼬박 죽는 놈이 이젠 논리를 들이대며
반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나도 한국아줌마인지라 교육열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했다. 학교공부 이외로
한국에서 나오는 학습지및 보습교육을 실시했고, 더불어 제아무리 미국 시민
권자라도 한국어만큼은 절대적으로 귀에 인이 박히도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고 한다. 그건 아마도 어디선가 들었던 어느 재미한국인의 이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풍문의 주인공은 정규교육과정은 언제나 1등,2등을 했을 정도로 대단한
수재였다고 한다. 결국 미국내 명문대까지 아무 문제없이 입학을 했고
그곳에서도 학점 혹은 졸업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이 무사히 교육과정과 학위를
이수했다고 한다. 문제는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첫번째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저곳 오라는 기업들은 제법 많았지만 그가 가고
싶었던 기업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곳에 응시를 했고
면접을 받았다고 한다. 면접관이 그를 처음 본 순간 대뜸 어머니 아버지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봤더란다. 자연스럽게 한국사람이라고 대꾸를 했고 그 다음
면접관의 질문이 결국 이 수재에게 좌절을 안겨줬다고 한다.
한국말 할 줄 아십니까?
먹고 살기 버거웠던 부모들은 아마도 그곳 사회에서 한국어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영어가 만국 공용어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사는 곳 역시 영어의 대명사가 되버린 나라이다 보니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고로 그 수재는 어려서부터 영어만을 써왔지 집에서나 밖에서나
노상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생활하고 영어로 말하며 듣기만을 해왔다고 한다.
결국 그 수재는 이 질문 하나로 그 기업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면접관의 한국어 못한다는 그 수재의 답변에 당신의 어머니,아버지 말을 하지
못하고 성적만 좋은 인재는 우리 회사에서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 그의
낙방사유였다고 한다.
이리저리 여러 각도로 그 면접관의 사유를 들어보면 살짝 인종차별적인 냄새도
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이 틀렸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내 근본이
중요한 건 누구나 인식하는 이치이며 사실이지만 당연하기 때문에 어쩌면 더더욱
등한시하고 소외되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영어마을까지 생기면서 그 마을에 들어가 한국어를 쓰면 벌점 및 벌금이 부과된다
고 한다. 머리속이 어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지 궁금한 어느 소설가는 노골적으로
영어우상론을 펼치기까지 한다. 어찌된 것이 이억만리 타국에서 한글이 더 사랑받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이고 현실이다.
얼마 전 변성기가 와 잔뜩 굵어진 목소리로 약간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첫째조카의 전화통화는 내심 녀석이 대견스럽게 느껴게 해준다.
뱀꼬리 : 아울러 주니어가 커감에 따라 아이들 교육은 어찌보면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생각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요즘 누나와의 통화를 통해 여러가지를 접하게 된다.
누나의 욕심은 참으로 대단하여 첫째아들이 정규교육을 받기 시작할 나이 이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알파벳과 함께 기본적인 영어단어 암기를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 담임 선생이 누나에게 했던 질문은 알파벳 외우나요
기본적인 단어 암기하고 있나요가 아닌 이 아이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나요?,
이 아이는 혼자 신발끈을 묶을 수 있나요? 등의 자립적인 인격체에 대한 질문뿐
이였다고 한다.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차이점이라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