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출세한 사람, 잘난 사람의 자양분을 분석해 보면 분명 그에게 크나큰 영감과 영향을 줬던 인물 혹은 사상, 대상이 있다. 그것이 몇 줄짜리 시일수도 있고 한 권의 책 혹은 한편의 영화일수도 있다. 아니면 심장이 펄떡펄떡 뛰며 뜨거운 피가 온몸을 도는 한명의 인간일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장 가깝게 근접해 있는 가족구성원에도 존재할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극악의 환경을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이 책의 저자는 누가 봐도 출중한 출세의 경지에 올랐다. 인도의 4대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태생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거쳐 왔던 일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최악의 주변상황을 책 속에서 풀어주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2할이라면 나머지 8할은 지금의 자기를 있게 해준 존경하는 인물 "부모님"에 대한 부분을 할애하면서 자칫 오만스럽게 보일수도 있을 살아있는 사람의 자서전의 성격을 희석시켜준다.
아울러 간디와 네루로 대표되는 인도의 근대사의 또 다른 현자인 "암베드카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불가촉천민의 대변자이며 아버지로 추앙받는 그가 인도의 역사에 끼친 영향과 성자라고만 알려졌던 간디와의 대립과 부정적인 시각은 그들 역사의 또 다른 시점의 존재를 일깨워 준다.
정규교육이라곤 어떠한 교육도 받을 수도 없었던 그의 아버지는 단지 남들보다 똑똑하고 사상이 깨어있는 불가촉천민 이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시의 사상운동가 암베드카르 박사의 맹목적인 추종자라고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고 신분상승과 보다 많은 권리를 주장하는 그 당시 시대의 조류에 몸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표면적인 모습은 이 책의 초반부에 지루하다시피 "소누"와 "다무"라는 부모님의 실명을 통해 양자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을 통해 감동을 받는 부분은 뒤로 갈수록 축척되어진다.
소누와 다무가 자신들이 받은 사회적인 계몽 영향을 자식들에게 "교육"이라는 부분을 통해 싹이 피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8할의 책을 읽은 후 마치 혹독한 기후에도 굴하지 않고 농작물을 일궈낸 농부가 결국 풍족하고 만족스런 수확물을 거둬들이듯 책은 저자인 나렌드라 자다브의 시점에서 꽃을 피운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단골 질문 중에 하나는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 인가요" 이었다
답변은 가지각색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세종대왕부터 시작하여 이순신장군 에디슨까지...그때 당시는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후딱 깨는 인물인 박정희대통령각하도 나왔었다. 그 중 내 짝은 조용하게 "부모님이요"라는 조금은 소심한 답변이 나왔었다. 분명 역사책에 기록되는 위인들과는 비교하는데 많은 난점이 있는 부모님이 나왔기에 반 아이들 몇몇은 살짝 입을 가리고 킥킥대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꽤나 내 짝을 대견하게 바라보셨다.
세월이 흘러 그 어린 시절 내 짝이 언급한 존경하는 인물이 누군가라는 질문에 부모님이라는 답변이 얼마나 대단한 현답 이였는지 알게 된다. 자식에게 존경받는 부모와 부모를 존경하는 자식은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관계이기에...
집사람은 시시때때로 이런 말을 한다. 다른 건 필요 없고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이 되어 준다면 자기는 만족한다고...아울러 6살배기 아들에게도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는 것 또한 노력해 달라고... 제법 어려운 주문이긴 하지만 열심히 이행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책 속의 아버지, 어머니였던 "다무"와 "소누"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