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해 두해 먹다보니 점점 증오 혹은 미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옛날 20대 펄펄 피끓던 시절에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장면들을 가볍게 훗~ 한번 날려주고 외면하고 무시해버리니 말이다.
사무실에서 무성의, 만만디의 이름을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분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불편하고 거슬리긴해도 그걸 꼭 증오 혹은 미움이라는 감정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그냥 무관심의 대상으로 점점 굳어지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야근-사무실일이 바빠서 2주동안 계속 야근 중-도 않하고 6시 정시 혹은 그보다 이른 시간에 사무실을 빠져나가도 역시 심드렁이고, 야근도 안하면서 배달되어온 저녁밥의 서브메뉴를 야근야근 얄밉기 그지없게 섭취하고 퇴근해도 역시 무관심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틀 전 점심식사 시간 10분전에 출근해 사무실비용으로 나가는 점심을 먹고 내내 넷서핑을 하다 퇴근을 해도 나의 감정은 변함이 없다. 외부회의에 참석했다 저녁 7시 넘어 사무실로 돌아온 소장님이 그날 그분의 만행을 보고 "아무래도 안되겠다..먹고 살게 해달라고 월급주면서 데리고 있는데 짤라버려야 겠다..!"란 말이 나왔어도 난 어떠한 표정의 변화 또한 없었다.
이런 평정심을 유지하던 내가 오늘 그만 그 자세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각 6시 먼저 간다~ 라는 말을 남기고 퇴근하는 소장님을 뒤로 우리의 그분은 일하는 척 모드를 접으시고 어김없이 웹서핑 삼매경에 빠지신다. 야근을 위해 시키는 저녁밥때 당당히 야근불참의 의사를 밝히신 그분은 주문이 끝난 후 한마디 하셨던 것.
"뭐 맛있는 것 시켰어.? 좀 뺏어 먹고 퇴근해야지~~"
그냥 평상시처럼 심드렁 혹은 무관심으로 일관해야 했었는데..그만..
"맛대가리 없는 것 시켰어요..."
라고 대꾸해버린 것... 이 대꾸에 영향을 받으셨는지 결국 그분은 밥도 못뺏어드시고 조용히 웹서핑을 하시다 방금 퇴근하셨다는.....(배불리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아구아구 악착같이 먹어치웠다.)
아~ 난 아직 수양이 부족한가 보다...더군다나 먹는 것에 이리 약해서야......
난 오늘 그분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일까..?? 반성해야 겠다...~
뱀꼬리 : 아이~~ 그런데 왜 기분은 좋은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