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70216

- 욕하지 않기

 

아이의 지난 겨울방학 직전이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던 중, 아이가 울면서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로부터 헤라클레스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헤라클레스라는 놀림 한 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표정을 보니 내 말에 좀 놀란 표정이다.

 

아이에게 기회가 있으면 , 비어 속어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주려하던 참에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남보다 앞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자신을 훈련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욕과 조롱은 후자에 해당한다. 아이의 일화를 살펴보자. 남자들은 다른 남자보다 힘이 세기를 바란다. 더구나 남자들은 여자보다 힘이 센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떤 여성이 근력이 세다. 그리고 어떤 남성이 그 여성보다 근력이 세고 싶다면, 더 운동을 하여 근력을 키우면 된다. 그러나 더 손쉬운 방법은 상대 여성을 조롱하여 근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은 (대부분의 여성들과 어느 정도의 남성의 판단에) 남녀불평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는 각자 여성의 몫이다. 나는 아버지로서 딸에게 권고하기를 능력을 키우라고 했고 이 능력에는 근력도 포함된다. (딸아이의 턱걸이 pull-up 훈련은 이전 페이퍼에서 이야기했다.)

 

* 학급에서 1등을 하고 싶다. 나와 반 친구A1~2등을 다투고 있는데,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1등을 하는 방법과 친구A의 공부를 방해하여 내가 1등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면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지만 옆 반 친구B와 친구C가 서로 격려하고 노력하면서 1등을 다투는 친구를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전교 1등의 가능성은 낮다. 전교 1등을 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남을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전교 1등을 했어도 다른 학교 전교 1등과 전국 1등을 놓고 경쟁할 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나는 남을 깎아내리는 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나와 같은 전술을 취하기를 즉 욕을 하지 않기를 권고했다. 사춘기를 지날 때 아이가 권고를 받아들였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게 될 것이다.

 

* 그리고 남을 욕하기, 비난하기, 비방하기 등이 효과적이 경우를 설명해 주었다.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유용한 경우는 ; (1) 전국 1( 예를 들면 대통령 선거) 또는 세계 1등을 놓고 다툴 때와 (2) 총력전이 펼쳐지는 경우( 대통령 선거, 전쟁, 정치, 조직 폭력, 일부 기업 경영).

 

(1)번의 경우는 물리학의 closed system에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가족과 국가는 (불알후드 brotherhood로 비판받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플라톤-노자주의 입장을 버리고, 아리스토텔레스-장자주의 입장을 취한다.)

 

(2)번 경우의 설명을 덧붙이면 ; 이종격투기와 조폭 깡패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나는 조폭의 승리에 무게를 더 둔다. 이종격투기는 스포츠이다. 제한 사항이 거의 없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사꾼들 사이에는 철학자가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을 읽었다.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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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2-1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된 두 책은 내가 읽은 책이 아니나 나와 같은 생각이 있을까 하여 검색을 하여 찾은 책.

책읽는나무 2017-02-16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아들이 초등1학년때 학교에서 코피를 몇 번 흘렸더니 친구들이 ‘코피왕자‘라는 소리를 듣고 와서 싫다고 하길래,‘왕자‘라는 말은 좀 괜찮은 단어가 아니냐?라고 하여 원망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들어서 기분 나쁜단어를 취하지 않은 것에 점수를 줬던 것인데 아들은 주목받는 것 자체가 싫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딸은 초등 입학해서 듣고 온 별명이 ‘조폭‘이었구요.
왜 그런별명이 붙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를 놀려대는 남학생 몇몇을 달려가서 혼내 줬더니 힘이 세다고 조폭두목 같다고 했다는군요.
그러곤 그 남자애가 학기 끝나는 시점 친구에게 한 마디 남기는 종이에 ‘너는 힘이 세구나‘라고 글을 남겼더라구요.
놀려댔지만 훗날 인정할껀 인정한 그 남자아이가 멋있어서 아직도 그 아이의 이름이랑 얼굴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갑자기 생각나서 저의 경우를 몇 자 적어봅니다.


마립간 2017-02-16 10:36   좋아요 1 | URL
욕이나 조롱 중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기. -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군요. 저는 그냥 무시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제 딸아이의 경우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부분있구요.

cyrus 2017-02-1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딩 때 욕 한 마디 안 하니까 또래 친구들이 저를 무시하더군요. 좋게 말하면 ‘착한 친구’이라고 하는데, 애들도 어른처럼 사악한(?) 마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착한 친구’를 만만하게 보는 거죠. 저는 아이들이 완전히 순수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물론, 정말 착한 아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온 환경과 주변 친구들과 지내는 관계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면 순수함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아무튼 저는 친구들에게 무시 받지 않으려고 욕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7-02-16 14:23   좋아요 0 | URL
저는 무시를 무시하는 사람이라서 ... 대신 (가부장사회의 남성주의에 참여하러) 보다 적극적으로 남자 아이들과 어울리며 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체질에 맞지 않아 2~3달 하다가 그만 두려던 중, 별로 알지도 못하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뭣한 급우가 저에게

‘너는 그러지 않은 (욕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듣고,

욕도 그만두고 남자 친구와 몰려다기도 그만 둔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욕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요.)

우민(愚民)ngs01 2017-02-16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우리사회는 착한 사람들을 바보로 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문도 듭니다. 제일 그리워하는 대통령도 바보노무현 아닙니까?
그래도 아이들의 교육은 집에서 부터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지만 아는 괴물이 되게 해서는 안되겠지요...

마립간 2017-02-16 14: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ngs01 님, 반갑습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착한 사람이 바보로 칭함을 받는 사회에서 ;

‘착하면서 바보로 칭함을 받으면서 살지‘ 아니면 ‘지만 아는 괴물‘이 되든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설령 괴물이 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단지 나는 너에게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려 노력한다고.

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