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60728

- 성희롱

 

내 초등학교 시절의 여자와 폭력 사건을 글로 정리하다보니 성희롱 사건도 떠올랐다.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하려 했으나 사실) 내 이야기다. 2000년 초반으로 10년이 조금 넘은 이야기다.

 

그 때 나는 직장일로 미국을 방문 중이었고, 동행한 사람 중에는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국제 대학교 교수님도 계셨다. 어느 날 업무를 마치고 숙소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상의하던 중에, 교수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낮에 그 미국 여성이 한 말이 어느 정도 성희롱 내용을 가진, 동양인을 얕잡아 보고 한 말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상대 여성에게 항의를 할까 말까 주저하시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치셨다고 하셨다.

 

나는 영어가 짧아 사전적이 의미도 겨우 알아듣는 실력에 사전 외적인 맥락을 통한 의미를 알아 챌 수가 없었다. 그 여성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고, 직급도 낮았다. 나이 어리고 직급이 낮은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측면에 있어 권력 관계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권력 관계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있어서 언어 능력이다.

 

내가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논쟁을 하면서 일부 남성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 남자로 살면서 여성에게 성희롱 당하지는 않잖아요.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여성에게 남성이 성희롱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 때 당사자인 남성은 그것이 모르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즐기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남자(는 또는 남자)는 자신에 대한 성희롱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면서 남자에 대한 성희롱이 없는 사회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성희롱이 피해자의 주관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여겨져야 하는 남자가 피해를 못 느낀다는 점에서 또는 즐기는 상황을 성희롱으로 정의해야할 지는 의문이다.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사건이 피해자?로서의 유일무이한 성희롱 사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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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7-2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한국의 여성으로 당해야 하는 성희롱, 성폭력이 지나치게 남성보다 많다는 점이 문제일 것 같아요. 남성들이 악의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요즘 논의대로 사회가 그렇게 형성되어 그렇게 보고 자랐기 때문일테죠. 때로는 저를 아껴주는 사람들조차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제가 당한 성희롱과 성폭력의 역사가 갑자기 떠오르는데,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 한 그것들이 정말 상당하구나, 책 한 권 넘겠구나 싶었어요.

길 가다가 모르는 이들에게 고등학교부터 당한 것들을 빼더라도,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남성 위주의 금융권 대기업에서 홀로 회식 자리에 참석하여 부르스를 대부분의 선배들이나 상사들과 추는 상황에 들어가거나, 커피를 안 타주겠다고 거부해서 회의에서 이름이 거론된거나, 회식 2차에서 ˝oo아, 넌 이제 가라, 여자들 부를 거다˝ 라고 선배가 말했던거나...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지만, 우리들에게는 그게 유리 천장이었죠. 아마 코알라 세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것 같지만, 그렇게 버텨낸 기억이 있어요. 그렇게 한 발 한 발 넘어갔죠. 그렇다고 그 남성 선배들이 못 돼 처먹었냐, 그건 아니였어요. 저를 아껴주고 가르쳐주고 많이 챙겨주고, 그저.... 몰랐던 거죠. 최근 대학 동기들(공대 졸업이다 보니 거의 남자)과 밴드를 하는데, 후후, 이대로 나두면 모두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겠네 싶을 때가 있어요, 아직도. ^^ .......... 그래도 전 그들을 아낍니다. 서로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해하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마립간 2016-07-28 10:50   좋아요 0 | URL
한국의 여성으로 당해야 하는 성희롱, 성폭력이 지나치게 남성보다 많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해석하는 방식이 권력으로 매개로 합니다. 제 해석은 한국에서 권력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권력가진 여성과 없는 남성, 권력가진 남성과 없는 여성과의 성희롱(성폭력)의 발생 빈도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게 분석해도 남성 가해자의 빈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생리학적 문제도 바탕에 있죠. (남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희롱도 만만치 않은데,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희롱은 ... 아는 바가 없군요.)

고등학생 이하의 성희롱은 완력腕力이 권력의 매개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남학생이 얼굴에 칼자국있고 문신 새겨진 여학생에게 성희롱을 할까요?

남자가 스스로 당한 성희롱에 무지, 무관심하다는 것은 남자가 (또는 자신이) 여자에게 가하는 성희롱에도 무지, 무관심할 수있기에 역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1:36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궁극적으로 힘을 가진 자가 누구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한편으로는 힘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 자신의 아래에 놓을 수 있느냐의 테스트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립간님의 초등학교 경험 역시 이런 것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희롱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제가 중간 관리자로 있었던 시절에 신입 남직원에게 뒤태가 이쁘다는 등의 성희롱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저 역시 장난이고 재미였지, 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힘과 통제, 상하 관계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만일 그때 그 친구가 팀장님도 뒤태가 예쁘세요 라고 했다면, 저는 이렇게 건방지고 위아래 없는 녀석이 있나 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희롱이란 주로 힘의 논리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까. 힘이 더 센 자나, 자리가 더 높은 자.
혹은 마립간 님 같은 경우는 언어 사용권자의 우월성`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립간 2016-07-28 14:16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제가 여성이 당하는 성희롱에 예민하지 않는 것에 직무에 대한 무게를 둔 것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풀이해서 이야기하자면,

제가 여자인데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당장 사표내죠. 그리고 더 나은 조건으로 다른 직장에 이직합니다. 위 마녀고양이 님의 언급한 통제, 누군가의 아래에 있지 않는 것, 또는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직무를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가 완화되겠죠.

그런데, (남녀를 떠나) 이런 직무는 거의 사라지고, (산업, 상업, 금융, 토지의) 자본만이 힘을 가지게 되니 ... 남자로서도 피해자 입장에 설 것이냐, 더 약한자를 착취할 것이냐의 기로에 있군요.

페크pek0501 2016-07-2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희롱, 성추행. 이런 것들 때문에 딸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느껴요. 그런 세상입니다. 좋은 세상이 아닌 거죠.
그래서 한때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실제로 대통령 선거에선 지지하지 않았지만...)
유능함과 권력이 (남자들과 똑같이) 여자에게도 주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었어요.
미국에서 처음으로 힐러리- 여성이 대선 주자로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삼 놀랐어요. 처음이라니...
아직도 미국에선 여성 대통령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저는 남자들에게 쏠려 있는 권력 때문에 성희롱도 생긴다고 보는 쪽이에요.

직장에서든 어디서든 남녀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되는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는 걸까요?


마립간 2016-07-28 15:10   좋아요 0 | URL
저는 딸을 키우면서 아들보다 키우기 쉽다거나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 있는 이 사회에서 딸아이에게 최선의 육아가 무엇인가만 생각합니다.

저는 인간관계에서 수평관계가 되는 시대는 영원히 (최소한 저와 아이의 생애에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녀관계 역시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불평등은 지속되리라 봅니다.

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의 나머지 영역에서는 아이가 감당할 몫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