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育兒育我 150420

- 아이 초등학교 입학

 

딸아이가 3월 초등학교 입학을 했다. 입학 후 설마내 경우가 되겠는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은 문제 상황이 좀 가라앉은 상태다. 아이가 학교를 며칠 다니더니, 학교를 가기 싫다고 한다. 등굣길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은 아니고, 엄마에게 어쩌다가, 친구들에게는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유치원은 잘 다니지만, 이외로 초등학교는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 경우가 될 줄을 생각지 못했다.

 

아이에게 학교 가시 싫은 이유를 물으니,

 

1) 첫 번째로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high tone으로) ‘알았니라는 말씀하시는데, 이 말 좀 안 하셨으면 한다고 한다. ; 나의 판단은 현재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살가운 면이 적을지 모르겠으나 내 경험에 비춰보면 보통의 선생님일 뿐이다. 단지 아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2) 두 번째는 친구문제이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이사를 갔다. 남이 있는 친구조차도 입학 후 교우관계가 재편되고 있는데, 딸아이에게는 새로 사귈 만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아이가 옆 동네로 이사 가자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 해왔지만, 이사라는 것이 (모두 아시겠지만,) 간단하지 않다. ; 딸아이에게 내 경험만 들려주었다. 나는 친구 사귀는 능력이 미숙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친구가 될 만한 아이들을 수준 낮게 평가하여 굳이 사귀려 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어울리게 되더라도 소위 코드라는 것이 맞지 않아 사귐이 즐겁지 않았었다. 그 결과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가 없다. 내가 못한 것을 딸아이에게 잘 하라고 강요할 수 없으나,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3) 세 번째 문제는 교과내용이다. 어린이집 1년과 유치원 3년 동안, 한글, 산수 등 기본적이 학습이 이미 끝났는데, 그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는 새롭고,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것을 배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와 같은 현상은 초등학교 1년 말부터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 대한 그리고 학교 학습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고착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유치원 교육은 공교육과 같은 사교육으로 계륵과 같다. 유치원 교과 과정을 인정하고 초등학교 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사교육인 유치원을 전 국민에게 공교육처럼 강제하는 것이 된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딸아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실제 아이 반에서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학생은 없다.

 

나는 아이에게 네가 정 학교를 다니기 싫으면 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초등학교가 재미없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이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에는 스스로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 학교 다니기 싫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아직 학교에 집중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지인은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올 아이의 사춘기와 비교되지 않는다고 했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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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싫다 가 아니라, 이렇게 이유를 조목조목 들어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똑똑한 따님을 두셨으니, 부모님 역시 적절한 이유를 잘 제시하며 답변을 해주셔야 하겠네요.
저는 심지어 그 옛날에, 1학년 입학했다가 적응을 잘 못하여 그만 두고 다음 해에 다시 입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립간 2015-04-20 11:47   좋아요 0 | URL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적인 동요는 가라앉을 수 있겠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설명한 이유를 납득하길 바랄 뿐이죠.^^

붉은돼지 2015-04-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는데요...아직까지는 별 불만 없이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유치원 다닐 때 한 때 다니기 싫다고 울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봐도 이야기도 안하고 답답해 죽을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라도 알면 좋을 텐테..그냥 며칠 그러다가 잠잠해져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마립간 2015-04-20 11:49   좋아요 0 | URL
제 딸아이는 유치원을 처음부터 너무 즐겁게 다녔죠. 반면 초등학교는 적응의 어려움이 있네요.

어쩌면 사춘기의 중학교를 포함하여 한번은 거쳐야할 홍역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춘기의 예방 접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극곰 2015-04-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아이들도 달라진 환경이(물리적인 제약 등)유치원과는 차원이 다르니 나름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다니기 싫다는 말도 하고요. 우리 딸도 입학했는데 한 달 정도는 유치원 친구 보고 싶다고, 그 학교 가면 좋겠다고 이사가자는 말도 했어요. 마립간님 따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일학년 교과라는 것도 아직은 수업보다는 학교 규칙이나 다른 것들에 대한 학습이 훨씬 많은 것 같더라구요. 놀이터에서 반 친구들과 놀거나 하는 시간들을 좀 주면 어떨까요? 반친구들에ㅡ대한 긍정적인 멘트나 관심을 부모가 표현해주는 것은 어떨지.아이들이 학교가 즐거운 이유는 대부분 친구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딸과 같은 학년이라 주절주절이 길었어요 :)

마립간 2015-04-20 11:54   좋아요 0 | URL
1)번 선생님에 관한 이유와 3)번 학업에 관한 이유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2)번 친구는 약간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던 터라.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인데, 저희 집은 맞벌이에 친할머니가 낮에 육아를 담당하는데, 친할머니는 놀이터에서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십니다. 육아 때문에 애쓰시는데, 감놔라, 배놔라 할 수 도 없고.^^ 저와 안해, 할머니는 각자의 교육가치관에 따라 아이에게 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와서 조정하기도 힘듭니다.

BRINY 2015-04-2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만, 이런 문제가 `이해와 공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게 더 문제네요.
말씀하신 대로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주겠지만, 보호자분께서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마립간 2015-04-21 08:01   좋아요 0 | URL
인생의 일정 부분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맞닥뜨린 상황이지만, 이번 일을 잘 넘긴다면 사춘기의 방황이나 사회에 발을 내디디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