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40729

- 동생네 가족이 다녀갔다. ; 이민자들의 모국어 유지

 

내 여동생 가족은 1990년 말 직장 문제로 이민을 갔는데, 지난 2주 동안 한국을 방문하였다.

 

3년 전 나는 여동생의 아이들 조카들만 만났을 때, 재미있는 현상을 보았다. 나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영어로 이야기할 때, 뜸을 들인 후 이야기하게 된다. 머리에서 한 번 생각한 후에 입에서 나온다. 반면 조카들은 한국말을 할 때 뜸을 들인 후 이야기를 하였다. 큰 아이는 3세 때 이민, 둘째 미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조카들이 한국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동생에게 조카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니, 지난 번 방문에는 틀려도 한국말을 하려 했는데 이제는 한국말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한국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굳이 한국말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예전 한국 언론에서 중국인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이민자들은 지신들의 모국어를 잊지 않는데, 한국 이민자들은 쉽게 모국어를 잊어버린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과연 그런지 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동생의 답변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한국인들이 특히 모국어를 쉽게 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국은 어찌하여 모국어가 유지되는가 물었다. 중국어가 특별히 영어권에서 유지되는 이유는 중국인 부모들이 (1.5세대, 2세대)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영어공부 시키듯이) 중국어 공부를 엄청나게 시킨다는 것이다. 동생이 그것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가능성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민 중국인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들의 차이나타운과 같은 사회 형성이 가능한 것을 지적했다.

 

중국인 사회의 모국어 유지가 몇 세대 정도 지속되는지 물었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 세대 정도 더 유지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개의 나라들이 2세대까지 모국어가 유지된다면 중국의 경우는 3세대까지이다.

 

동생과 이야기 끝에 나는 우리 민족이 한국어를 특별히 잘 잊어버리는 민족이라는 언론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한국 2세들에게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한국에 대한 특별한 의식 및 한국어를 강조하는 것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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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4-07-2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큰조카는 초등학교 4학년, 작은애는 1학년 입학할 때 주재원으로 파견나간 아빠로 인해 중국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 둘 다 영어는 알파벳도 겨우 할 정도였는데 엄청 공부를 한 결과인지 아무튼 영어에 완벽히 적응했고 (작은녀석은 미국인들이 인정할정도로 원어민과 발음 구분이 안된다더군요) 그 학교에 조기유학을 다니는 한국애들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말도 꽤 합니다. 우리나라 애들이 쓰는 은어나 개콘에 나오는 표현도 할 줄 아는 정도. 물론 집에서 아빠하고 한국말을 해야하니 한국어를 잊을수가 없는 환경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90%이상 영어만 쓰고 있는 환경에서 한국말을 잘 하는거라 생각합니다. 맞춤법이 가끔 틀리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맞춤법이 엉망인 애들을 생각하면 그리 심각한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조카애들이 한국어를 특별히 공부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한국어책을 많이 읽고, 한국어의 흐름을 알게 하기 위해 한동안은 일부러 (한국에 다시 들어올때를 대비해서) 한국방송 티비를 설치해 보게 해 줬다고는 합니다.

마립간님 말씀처럼 우리 민족이 한국어를 특별히 잘 잊어버리는 민족이라는 언론의 판단이 틀렸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중국애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는다는 관점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모국어를 모르면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사실 코리아타운에서만 생활하는 한국인 이민 1세대 중에는 미국에서 몇십년을 살아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 들었거든요.

아이고, 아침 업무를 하기 전에 잠깐 들어와본것이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게 됐습니다 ^^;;;
영어를 몇십년(!) 공부해도 정말 늘지않고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어'에 민감한 반응을...ㅎ

마립간 2014-07-29 11:17   좋아요 0 | URL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 어느 공무원이 서남 아시아 어느 나라에 파견에 갔고, 공용어로 영어가 사용되는 이유로 그 나라에서 배려 차원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했는데, 한 반은 책은 유창하게 읽으면서 회화는 전혀 못 하는 그룹(한국인 공무원도 여기에 속했습니다.), 다른 한 그룹은 회화는 유창하게 하면서 ABC도 모르는 (저는 정말 ABC도 모를까 과장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하신 분은 그렇다고 하심) 그룹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국은 (민족성인지 사회적 환경인지 모르겠으나) 듣기, 말하기보다 읽고 쓰기에 치중했을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저는 제 아이의 영어 실력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하는 만큼 늘겠죠.

페크pek0501 2014-07-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하나가 중학교 때 미국 이민을 갔는데, 처음에 한국어로 편지를 쓰더니
나중에 영어로 쓰더라고요. 중학생 때였으니 재미로 그런 줄 알았는데 쭉 영어로 쓰더라고요.
나중에 한국에 잠깐 들러서 얘기를 들어 보니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기 때문에 영어로 편지를 썼다는 거예요.
그때 깜짝 놀랐어요.
싸움도 영어로 한다는 말에 또 놀랐지 뭐예요.
아마 지금쯤 한국어를 잊었을 것 같네요.

마립간 2014-07-31 07:34   좋아요 0 | URL
저는 저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저의 삶을 투영한 가치관, 또 가치관에 일부분인 국어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부모의 욕심이라는 것을 압니다.

사실 저와 제 아이의 말을 자세히 보면 단어 사용에서 꽤 차이를 느낌니다. 하물며 외국에서 국어 사용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Ralph 2014-07-3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교포 2세가 한국어를 못하는 이유는 ..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과거 한국어의 효용성이 적어서 라고 생각됩니다. 효용성을 특별히 따진다기보다는 .. 아무래도 그런 영향을 받게된다는 .. 십년전만해도 부모나 자녀에게 한국어를 기를 쓰고 배우도록 해야할 이유가 별로 없었지요. 특별한 부모가 아니면 자녀에게 한국 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여러가지로 한류 영향, 한국의 위치 향상등 한국말을 배워야할 , 배우고 싶은 필요성이 있어서.. 좀더 많은 교포 2세기 앞으로는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립간 2014-07-31 07:46   좋아요 0 | URL
언어의 헤게모니 역시 정치, 경제, 문화 등의 헤게모니와 강력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제가 판단이 잘 안 서는 것은, 언어를 정체성과 연관지어 당위적으로 강조한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력이 커져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인으로 기대하는 바이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