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31108

- 신변잡기 131107 http://blog.aladin.co.kr/maripkahn/6679724 에서 계속되는 글

 

요즘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가 뇌과학일 것이다. 일부는 자연 과학의 신경 생리학 책으로, 일부는 인문학의 심리학 책으로, 일부는 행동 과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책으로 출판되고 있다. 출판사나 서점에서 무슨 책으로 분류하든 나에게는 ‘수학, 물리, 생명, 정신’ 이 네 개의 track의 하나인 정신에 관한 책일 뿐이다. 이 정신에 관한 나의 default는 <빈 서판black slate>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감정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없었다. 정신 중 감정에 대한 나의 default는 <스피노자의 뇌>이다.

 

* 독서일기 130923 <스피노자의 뇌> http://blog.aladin.co.kr/maripkahn/6599855

 

* 또 다른 default인 성경에 의하면 우리의 정신은 지정의知情意로 되어 있는데, 의지의 본질에 관해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의지력의 재발견>은 의지력은 유한하다, 포도당의 공급으로 증강된다라는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있다.

 

* 칸트에 대한 러셀의 말도 (중략) '실천 이성에 따르면 의지는 자유로운 것이다. 이러저러한 행위를 할 능력이 내가 없다면 당신은 그런 행위를 해야 한다, 라는 명령이 그릇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능력만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칸트가 원하는 것은 정언 명령을 우리가 인식하는 것 자체가 자유의지의 표상이라고 우리가 깨닫는 것이다. 후회감, 등으로 말이다. 우리가 거짓말하면 후회를 느낀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우리가 그런 것을 느낀다는 것이 초월적 자유의 편린이라는 것이다. ; 가연님의 글 중에서 발췌 http://blog.aladin.co.kr/760670127/6629638

 

* 자유의지를 포함한 의지에 관한 나의 가치관 default는 성경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 의지에 관한 나의 가치관 default는 <철학에의 초대>이다. (<철학에의 초대>는 덕성여자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 원서는 Invitation to Philosophy: Issues and Options로 알라딘 해외서적에서 검색된다.) 이 책에 의하면 자유의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연속선(spectrum)위에 있다. 나는 이 8가지 가능성을 모두 수용한다.

 

1. 결정론 (자연적 원인들, 결정성, 신적 필연성), 2. 운명 혹은 예정설, 3. 과학적 결정론, 4. 수동적 자아 결정론, 5. 가정으로서의 자유, 6. 능동적 자아 결정론, 7. 자유의지, 도덕적 자유, 실존적 자유, 8. 비결정론 (우연, 비결정성, 원인 없는 사건)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판단으로) 칸트의 자유의지에 관한 가치관은 7. 자유의지, 도덕적 자유, 실존적 자유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 판단이 옳은가? 깨닫다. 후회, 양심의 가책이 의지에 속한 것인지, 단지 사고와 감정의 현상인지 내게는 불명확하다.

 

* 어느 알라디너는 나의 초월적 시각을 비판적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보편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초월적 위치에 있고 싶다. 그러나 초월적 위치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빈 서판> 이 제목은 우리가 정신/마음에 관하여 초월적인 것을 기대했으나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빗대어서 지운 제목이다. (초월적인 것은 없으나 인지과학은 있다. 아무것도 없다기 보다.) 초월에 대한 심상은 경우에 따라 신神, 영靈, 성性, 도道로 표현되나 실제적으로는 원형原型에 대한 동경과 창발에 대한 동경이라고 생각한다. 내 판단이 맞다면, 즉 내 판단 외에 다른 근거가 없다면 초월 역시 인위적이고 허상에 불과하다. 이렇게 묻는다. “일반 정신을 넘어선 초월적 세계, 있기나 한 거야?”

 

* 독서일기 131025 <무미예찬> 간단서평 http://blog.aladin.co.kr/maripkahn/6658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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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1-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월적 시각, 심리 상담에서도 있습니다.
"관찰하는 자기" 라고도 합니다. 또는 "Meta cognitive" 라고도 하구요, 번역하면 "상위 인지"라고도 하더군요.

상위 인지가 발달한 사람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집착이나 생각의 융합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며, 알아차림을 통한 명상으로 수련하기도 합니다. 영성 상담이 요즘 전체적인 상담에 영향을 끼치고 있거든요. 서불대의 총장님인 김명곤 교수님이 추천하신 책인데, 관심있으실지... 저는 구매하고 못 읽었습니다. 켄 윌버의 책들입니다. 마립간님께서는 저보다 빨리 책을 읽으시고, 또한 명료하게 판단하시니 관심있으시면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마립간 2013-11-11 07:36   좋아요 0 | URL
사람과 동물을 구부하는 것중의 하나가 metacognitive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이 메타인식을 '지정의'와 구분된 새로운 정신(인지능력)으로 생각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구분 또는 초월의 단어에 대한 느낌은 양적차이가가 아니라 질적 차이입니다. 마치 위상수학에서 구분되는 것처럼요. (물론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유발하지만, 질적 변화를 유발하기 전후의 상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직관도 사고의 하위로 놓고, 명상, 영성도 지정의로 설명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천하신 책에 대해서는 감사드립니다. 시간나는 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3-11-12 14:25   좋아요 0 | URL
ㅠㅠ,
마립간님의 지식이 제 지식을 한참 상회하기 때문에
답을 읽다가 제 한계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납니다. ^^, 너무 어려워요... 아하하.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마립간님과 인연이 있다는 자체에서 저는 기쁩니다.
저는 모르는 세계, 저와는 다른 세상, 세상과 인간의 유전자는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오늘 읽었던 책에서 모짜르트의 음악 천재성과 살리에르의 다른 면에서의 천재성에 관한 언급을 떠올립니다.

마립간 2013-11-12 15:55   좋아요 0 | URL
저의 지식이 마녀고양이님의 지식을 상회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과찬이십니다.

저는 제가 아는 것만 압니다. (정규 교육과정과 같이 빠지는 분야가 없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그런 것이 아닌 상태) 저는 제가 아는 것에 대해 이모저모로 살펴보면서 빈틈을 없애려는 생각때문에, 일견 깊이 또는 넓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나는 것은 피상적으로만 압니다. 사실 가연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제가 칸트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칸트에 대해 모른다는 메타인식은 이미 하고 있었지만요.)

내일 페이퍼에 지난 5일 간의 글의 정리와 변명의 글을 올리려 했는데, 혹시 누군가가 마음이 상할까봐 (약간은 중복게제 논란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상대분의 댓글이 없다면 글을 올리지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