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의 기원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5


 공산주의가 몰락해 버린 현재의 시점에서 동서양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가 주희朱熹와 더불어 다른 한사람이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인 것은 느낌이 남다릅니다.(C일보에서) 제가 초등학생 때에 공산주의 이론의 모순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곧 시험의 내용이도 했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마르크스는 ‘사상가’보다는 ‘경제학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사유재산이 없는 것이 공산주의이지만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부동산不動産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동산動産에는 소유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과 동산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부자는 재산이 몇 백억 또는 그 이상이 됩니다. 이 많은 재산을 무엇을 위해 모으고 유지하려 할까요. 개인의 자아실현도 한 가지 이유겠지요. 그러나 한편 내가 인생을 통해 노력하는 것의 일정 부분은 자녀를 위한 것이 있습니다. 나의 자녀는 본인보다 더 잘 살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자녀의 우수함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자녀들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재산과 교육의 상속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옵니다. 같은 세대에 평등하게 출발한 것이 그 세대에서 유능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덜 유능한 사람 사이에서 약간의 재산의 차이와 사회적 지위의 작은 차이를 가져옵니다. 이 작은 차이가 다음 세대의 교육과 경제 활동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되면서 다음 세대에서는 그 차이 더욱 커집니다.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통해 양극화와 고착화가 유도됩니다. 역사적 변혁기에는 (신석기 혁명(국가 형성), 나라의 흥망성쇠, 산업 혁명 등) 어느 정도의 상하 사회 신분의 혼합이 있었지만 안정적 사회가 유지되면서 상하 신분간의 혼합은 적어지고 고착화됩니다. 오히려 사회가 점차 안정화 되는 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계층이 고착되기 전에 계층 상승을 위해 치열하게 경주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에는 신분의 상속(귀족)이 큰 부분의 역할을 했지만, 산업사회가 되면서 자산가(bourgeois)는 재산의 상속을 통해, 현재는 교육을 통한 지식의 상속 큰 역할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초기 원동력은 부모의 자녀 사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의 초기화면 분야별 찾기의 카테고리는 어린이 분야가 나옵니다. 저는 이것을 의미심장하게 여깁니다. 아마 마르크스가 동산이 아닌 부동산의 사유재산을 부정한 것은 재산의 상속을 방지하여 그나마 불평등의 생성을 억제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상품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부의 축적을 유발할 수 있는 노동 효율성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죠. 역시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을 통한 불평등을 만들었습니다. (몇몇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을 평등하고 생각하면 모를까.) 다음 대안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사회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사회적 약자와 자녀가 어울리는 것을 권장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학교 공부에 뒤지는 학우와, 혹은 심신 장애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과...) 나중에 결혼에서도.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에게 재산상속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의 교육을 남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예를 인성교육이 아닌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 과외 등 사교육 포기)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신의 자녀가 전문직(속된 말도 ‘사’가 들어가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음에도 재능과 취미가 맞아 단순 기능직에 종사하겠다고 하면 기쁨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까.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에게 유능한 사람이 되지만 꼭 필요한 필요불가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필요불가결한 사람이 되면 권력을 갖게 되고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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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7-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 페이퍼 2004년 1월 2일자 '신석기 혁명, 농경사회로 전환' 참조

가을산 2004-07-20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서 할 일들.... 음... 어떤 것은 쉽지 않네요...

1) 사회적 약자와 자녀가 어울리는 것을 권장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학교 공부에 뒤지는 학우와, 혹은 심신 장애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과...) 나중에 결혼에서도.


--> 일상 생활에서 권장할 수 있고, 그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단, 결혼은 본인의 결정이지 '권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진료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 가급적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아이들은 노숙자들과도 선입견 없이 잘 어울립니다. 장애아들을 처음 보고는 충격 받지만, 금방 친해집니다.

한편으로 저는 학교마다 한학급씩 특수교육학급을 두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격리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함께 지내면 아이들도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고르게 분산하여 우리 안에 받아들이면 가끔씩 nimby현상으로 생기는 '장애인 시설 입주 반대' 시위도 없앨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동네의 장애인시설 입주 반대 서명 권유도 거절했습니다. 제가 거절한 것과 관계없이 장애인 시설 입주는 무산되었지만...


2. 여러분은 자녀들에게 재산상속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저는 아이들이 결혼하고 나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다가 정말 불가피한 사고나 어려움이 아니라면 독립된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를 기대합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 뿐 아니라, 제 아버지와 저희 남매간에는 재산 상속을 하지 않기로 이미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음... 객관적으로 아버지 재산은 꽤 되겠지만(정확히 어느정도인지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만...), 우리는 아버지께서 저희들을 교육시키고 결혼시켜주신 것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덕분에 확실히 더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자녀들의 교육을 남들에게 동등하게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예를 인성교육이 아닌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 과외 등 사교육 포기)

-->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네요. 여기서 '동등하게'라는 것이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과 사교육 포기를 의미한다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애들 평소에 집에서 공부 죽어라 안해요... ㅜㅡ )

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저는 아이들에게 이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의 '평균 미만'을 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변명을 해봅니다.


4. 자녀가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음에도 재능과 취미가 맞아 단순 기능직에 종사하겠다고 하면 기쁨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까.

--> 아무리 단순한 일이더라도 본인이 하루 여러 시간, 일년이면 300일을 일하고도 질리지 않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랍니다. 저는 전문직을 더 권유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평생을 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전문직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5. 유능한 사람이 되지만 꼭 필요한 필요불가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필요불가결한 사람이 되면 권력을 갖게 되고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 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과 '불가결'한 사람이 되는 것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필요한 사람'ㅡ 즉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필요한 존재'가 된 사람이 자신을 '불가결'한 존재로 만들고자 할 때 생기는 것 아닐까요? 마립간님의 글 덕분에 저는 아이들에게 '불가결'하게 되지 않도록 - 언젠가 그럴 시기가 되었을 때 - 미리 주의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립간 2004-07-21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가을산님을 직접 만나기가 두렵군요. 너무 좋아하게 될까봐. 저는 가을산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실천(이 실천이 중요함)을 하는 사람은 예외라고 할 만큼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은 잘 모르겠고 이런 통찰력을 갖은 사람 몇 사람, 그 중 진보를 선택한 몇 사람, 그 중 자신의 희생을 언급한 사람,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실천을 겸비한 사람으로 가을산님이 처음입니다.
1번 결혼에 관해서는 부모로서 권장하다기 보다는 동의한다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가을산 2004-07-2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저도 마립간님 만나기가 두려울 것 같아요. ^^ 실망하실까봐서요...
다섯 가지 다가 아니고 이중 두세가쯤은.... 모두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참, 그리고.... 제 주위에는 저보다 더 자신을 내놓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정말요.
전 그런분들 앞에서는 늘 부끄럽습니다.

물만두 2004-07-2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쓰... 마립간님 마지막 질문에 전 모두 예습니다. 하지만 저 하나 예스로 될 일이 아니라... 평소 제가 생각하던 문제라 이리 쉽게 대답할 수 있답니다. 동생들한테 하던 말이구요. 하지만 결혼도 안할 거고 자식도 없을 거고 남길 유산도 없고 받을 유산도 없으니 에스라 해봤자 공허한 메아리네요. 들을 사람이 들어야 하고 실천할 사람이 실천할 일인데...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조선인 2004-07-21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빼는 이야기인데... 개인적 실천으로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저로선 친족에 대한 억대 이상의 상속이나 증여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설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도움이 될 글이네요. 퍼갑니다.

마립간 2004-07-21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김 빠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의 글 '불평등의 기원'이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조선인님이 지적해 주신 것은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 한편의 페이퍼가 되겠네요. 간단하게 대답하면, '아니오, 해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문맥이 이상한데, 가을산이 지적하신 대로 유능하다는 것은 필요한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쓴 글입니다. (지금에 와서 수정하기가 뭐 하네요.)

숨은아이 2004-07-21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서재에서 이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정말 멋진 글입니다. 추천 날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