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 있는? 아니, 이유 없는(?) 혐오감

제목 ; 까치와 종소리 ; 씽크베베 전래동화 27권
출판사 ; 한국듀어
엮은이 ; 허필여
서평 별점 ; ★★★

줄거리 ; 나그네가 산을 넘던 중 구렁이가 새끼 까치를 잡아 먹으려는 모습을 보고 활을 쏴서 구렁이를 죽인다. 밤이 늦어 어느 과부가 사는 집에 묵었는데, 그 과부는 낮에 죽인 구렁이의 아내. 아내는 복수를 하려하고, 살려 달라는 선비에게 아무도 없는 절에서 종소리가 나면 살려주겠다고 한다. 어미 까치가 종에 날아가 머리를 부딪쳐 종소를 울리며 선비를 살리고 어미 까치는 죽는다.

 이 이야기는 나그네대신 무과를 보러가는 한량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고, 까치대신, 꿩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치악산에 관한 전설로 꿩雉이 등장하는 것이 더 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따라 이 무과를 보러 가던 한량은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덧붙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교훈은 까치의 보은, 또한 나그네처럼 은혜를 베풀면 언제가 보은을 받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합니다. (보은에 관해서는 <노란 손수건>이 더 강렬했지만.)

 
제가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어머니로부터이고, 그 때 이야기를 듣고 나서 뭐라고 설명하지 못할 불편감이 있었습니다. 이후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되었는데, KBS ‘전설의 고향’으로 다시 볼 때쯤은 그 불편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구렁이의 원한을 어떻게 해결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배고파서 새끼 까치를 잡아먹으려다 비명횡사한 남편 구렁이나 졸지에 과부가 된 아내 구렁이의 억울함은 언급이 없었습니다. 나그네도 조금은 손해를 봐야지 공평한 것 같았습니다. 이글을 쓰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구렁이가 승천한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네요.

 그리고
이 모든 (말썽?의) 것을 일으킨 것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나그네가 (본인과 상관 없는) 구렁이를 죽이는 이유가 뭘까요? 먹이가 된 까치 새끼가 불쌍해서? 그렇다면 호랑이, 사자, 늑대와 같은 육식 동물을 모두 죽여야 합니다. (만약 까치 새끼를 잡아먹지 못해 굶어 죽게 될 구렁이는 불쌍하지 않은가?) 까치는? 애벌레를 잡아먹으니까, 죽여야겠네요.

 
구렁이의 외모 때문에 죽였다면, 그렇게 외모가 중요하다면 우리와 외모가 다른 외국인에게 사회적 린치lynch를 가하는 것이 정당화되겠네요. 구렁이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그렇다면 범죄율이 높은 빈민가의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백안시하는 것이 정당하겠네요.

 
보은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의 시작인 구렁이를 죽이게 되는 장면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교훈적이지도 않은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아내 구렁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나그네에게 약속을 어기고 복수를 하여도 누가 알겠는가?) 이런 구렁이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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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댓글] 전래동화
    from 태어남에 대한 망설임 2011-07-13 01:38 
    보은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의 시작인 구렁이를 죽이게 되는 장면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교훈적이지도 않은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ㅡ> 1)"전래동화는 특히 민담 가운데 많으며, 공상·서정·교양적인 요소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이러한 동화는 그 겨레의 생활·풍속·종교 등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의 심정에 호소하여 (...) 인간과 비인간의 대화 및 비인간의 인간적 심리 등은 곧 전래동화의 세계로서, 인간적인 정서가 신(神)이나
  2. 이벤트 응모는 아니고... 치악선 전설에 대한 내 생각 정리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1-07-22 22:15 
    논제 하나.나그네가 숫구렁이를 죽인 행동은 지지될 수 있는가?나의 의견은 '그렇다'이다.나그네는 아직 날지 못 하는 아기까치를 구하기 위해 숫구렁이를 죽였다.동물세계 속 먹이사슬의 구조에 대해 선악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하지만 설화의 세계에서 대개 동물은 의인화된다.즉 까치 대 구렁이가 아니라 '어린 존재' 대 '힘있는 존재'의 갈등이 더 큰 것이고두 아이의 어미인 나로선 누구나 '어린 것'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한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마을
 
 
순오기 2011-07-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냥 떠먹여주는 교훈만 받아 먹은 저는, 이런 건 생각도 못했어요.ㅜ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기, 제가 많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마립간 2011-07-11 14:30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나치게 논리적인 것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감정에 물어보면 구렁이를 죽이는 것이 당연하겠죠.)

2011-07-11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1-07-1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정관념 때문일까요? 뱀은 무조건 징그럽다는.
전 개인적으로 뱀을 좋아해서(?) 이 동화가 불편했어요. 단지 뱀이 징그럽단 이유로 죽여도 되고, 까치는 귀여우니까 살려줘야 하고? 구렁이가 까치를 잡아먹는건 자연의 순리인데 말이죠.
이 이야기가 주입하는 교훈의 아이러닉함에 집착하다가 '은혜 갚은 구렁이'라는 패러디 동화를 써보기도 했었는데 옛날 일이네요. ㅎㅎ
항상 목소리 높여 하던 얘길 이렇게 다른 분의 글로 만나니 반가워서 댓글 적어봅니다. ㅎㅎ

마립간 2011-07-12 07:38   좋아요 0 | URL
Forgettable님, 저도 반갑습니다. 저의 의견은 대개 소수로 취급되는데, 그에 속한 분을 만났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저는 항상 혼란스럽습니다. 마립간 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지만
저런 우화는 여러 부분으로 해석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사회 현상은 더욱 그렇겠죠,
양지가 있다면 음지가 있고, 어떤 일을 행할 때 득이 되는 부분과 실이 되는 부분은 반드시 공존하고........... 이런 면들을 생각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주저앉게 되더라구요. 요즘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마립간 2011-07-12 10:36   좋아요 0 | URL
동전의 양면성에 대해, 마녀고양이님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 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고요. (저의 착각인가요?^^)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치민다 - 문제인의 운명'에 대한 저의 첫 소감은 동전의 양면성에 대해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단지 그 회색지대에서 저는 이성 쪽을 바라보려하고, 마녀고양이님은 본성 쪽을 바라보고 계신 정도지요.

마녀고양이 2011-07-12 13:0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바로 보셨어요. 문재인의 운명에 대한 리뷰는
최적의 선택에 대한 문제의 고민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어느 편이
답이라고 결론내릴 수 없는 것에 대해 제 나름으로 생각해본건데..
항상 결론이란게, 그때 뿐이고, 며칠 지나면 다시 고민스럽더군요.
만족할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