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육 시험
- 기절할 노릇

 
얼마 전 퇴근하던 중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새로 바뀐 교육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담자로 나오신 분이 수학의 경우, 답만 구하는 것이 아니고 풀이 과정도 채점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선생님께서 채점하는 수고는 엄청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이것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책에 나온 방식대로 풀어야 점수가 주어지고 설령 풀이 방식이 맞더라도 책에 없는 방식이면 감점이기 때문에 사교육이 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립간 ; 엥? 이게 무슨 소리.)
 
사회자가 마립간을 대신해서 질문을 계속합니다. “아이가 뛰어나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면 어떻게 해요?” 대담자 ; “그래도 감점입니다. 교과서의 내용대로 풀어야 ......”
 (마립간 ; 에~엥? 이게 무슨 소리!)
 
이 방송 끝에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얼마 전 어느 여학생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데, “우리 아이 반에는 외국에 거주하다 온 아이가 많아 영어를 잘하는 (? 아마도 듣기와 말하기로 추정) 아이가 많지만, 우리 아이는 책(영어 교과서)만을 열심히 해서 점수가 친구들 보다 좋아요”
 (마립간 ; (아마도 듣기와 말하기가 잘 못하는)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가 시험만 잘 본 것이 자랑인가?)
 
그런데 결론이 놀랍습니다. 이 시험 및 채점 방식이 창의적 교육이랍니다.

 
물론 취지는 이해합니다. 사교육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선행학습을 없애고 학교 교육( 즉 공교육)에 충실하자는 뜻입니다. 부모의 계급같은 계층이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도록. ; 이런 생각이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선행 교육과 적기 교육에 대한 의견도 재미있는데, 능력이 되어 앞선 공부를 하는 것은 적기 교육이라고 했습니다. 즉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학습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여 중학교 과정을 배운다면 이것은 적기 교육이고 제대로 초등학교 과정도 이해하지 못한 아이에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친다면 선행학습이라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학부모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선행학습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3-4년 전) 제 친구의 말 ; “공교육은 주입식 교육이고 인성이 고려되지 않는데, 창의적인 교육은 사교육에서 나오는 것 같아.”
 
공교육에 계신 선생님을 질타하기보다 교육 평가제도(와 사회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교육에 지나치게 밀리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는데, 오히려 역행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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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1-03-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교과서의 내용대로 풀지 않으면 감점이라고요??? 그 많은 학생들의 제각각 답안을 어찌채점하나 했더니 ... 중1 아이를 둔 저로서는 참으로 우울한 답이네요. ㅠㅠ

마립간 2011-03-29 07:56   좋아요 0 | URL
정말 제대로 하자면 문항수를 줄이고 채점의 수고가 있더라도 올바른 답에 대한 채점이 있어야 하는데, 교과서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고 교과서 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니 붕어빵 만드는 교육이죠.

조선인 2011-03-2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미 우리 딸은 곱셈 문제를 정석대로 풀지 않아 몇 번이나 감점을 당했답니다. 교과서대로 풀이과정 쓰는 건 너무 어려워요. ㅠ.ㅠ

마립간 2011-03-29 07:57   좋아요 0 | URL
제가 분노하지 않고 오래 살려면 제 딸 아이의 성적은 포기해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 성적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왔는데, 딸에게도 그것이 가능할지 궁금할 뿐입니다.

BRINY 2011-03-2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점기준대로 채점을 안하면 채점교사가 감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대로'를 외치게 됩니다. 대학처럼 서술형 문제 채점에 대해 완전자율권을 주지 않는한, 결코 창의성 향상 안됩니다.

마립간 2011-03-29 08:00   좋아요 0 | URL
저도 교직에 있으면서 시험 출제와 출제방식에 관한 workshop에 많이 참가했습니다. 각 출제방식에 장단점을 비교한 논문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서술형 채점에 대한 자율권을 주지 않으려면 A형 문제 출제가 좋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로 나왔는데, 왜 형식에 얽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bookJourney 2011-03-29 08:54   좋아요 0 | URL
BRINY 님 말씀 들으니 더 가슴이 답답해요. ㅠㅠ

꼬마요정 2011-03-2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절할 노릇이군요.
대화와 토론, 창의적인 사고, 인성교육.. 힘드네요..

마립간 2011-03-29 08:24   좋아요 0 | URL
창의적 사고와 인성교육은 학교교육 포기하고 홈 스쿨링하려 합니다.

반딧불,, 2011-03-2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죠. 이게 우리 나라 공교육의 현실이랍니다.
더 재밌는 이야기가 차고 넘칩니다만 참습니다.

마립간 2011-03-29 08:25   좋아요 0 | URL
공적인 부문에서는 흉내 좀 안 했으면 합니다. 현실적으로 창의적 교육이 안 된다면 안 된다고 할 것이지, 느낌이 꼭 어묵 먹으면서 서민 경제 살리겠다는 것 같습니다.

BRINY 2011-03-29 11:13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창의적 교육이 안된다면 안되는거지, 올해는 서술형 출제비율을 더 늘리라고 하는군요. 요즘 애들 말 빌려서 '헐~!'소리밖에 안나옵니다.

순오기 2011-03-2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까운 교육현장~~~~~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피해자가 아닐지요.ㅜㅜ
뭔가 새롭게 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현실에서 창의성 교육은 어불성설입니다.ㅜㅜ

마립간 2011-03-30 11:27   좋아요 0 | URL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학교 교육에서 안되면 가정교육으로 해결하지'라는 생각도 있고 창의성 인성 교육이 삶과 분리된 것 같지도 않고. 아마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수 많은 글들을 알라딘에 올릴지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