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 일기 쓰는 법

 저의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에 항상 있는 것이 일기 쓰는 것입니다. 방학이라고 해서 요즘처럼 무슨 학교, 무슨 교실, 캠프 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있었다고 해도 참가할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매일 집에도 빈둥거리는데, 무슨 일기 쓸 거리가 있다고.

 그러던 중 일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입니다. 학교 남자 선배가 일기를 꽤 오랫동안 써 왔는데, 여자가 일기를 쓰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되는데 (남녀 차별적 생각인가?), 남자가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낯설었습니다. 즉각 본인의 경험의 살려, 질문을 했습니다. “어떤 하루가 평범해서 쓸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선배의 답변은 “잘 생각해 보면 그 날의 특별한 일이 있어. 정말로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평소에 좋아했던 시를 적기도 하고, 그 시에 대한 감상을 적기도 하고, 내가 시를 짓기도 하고.”

 저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기라는 것이 ‘아침에 뭐하고, 점심에 뭐하고.’ 이런 것을 적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 느낌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일기를 적었습니다. 매일 쓰다가, 일주일에 한번 쓰다가, 한 달에 한번 쓰다가, 다시 2-3일 간격으로 쓰다가.

 일기의 내용에 제가 어떤 일을 했다, 이런 것은 없습니다. TV에서 시사 토론이 방영되면 시청 후 토론 주제에 대해 저의 생각을 정리하여 일기에 씁니다. 예로, 이성을 소개 받았는데, 그녀가 “키 작은 사람은 루저looser에요. 결혼할 때 남자는 부모님으로부터 강남 아파트 한 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가정할 때, 과연 그녀의 이야기는 옳은 가, 옳지 않다면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가를 글로 씁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의 일기는 제주도 기행문이 되었습니다. 제주도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여행이라고 부를 만 것을 처음 했던 때라 모든 것이 심금을 울렸습니다. 방문 했던 장소, 간단하게 느꼈던 것을 기록했습니다. 나중에 들쳐볼 기회가 있어 그 글을 읽게 되었을 때, 당시의 느낌이 생생하게 재현되었습니다.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았을 때, <치유하는 글쓰기>,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떠 올렸습니다. 두 권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 그 이상의 책이 있을까 하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대입 논술과 관련된 수많은 글쓰기 책 중의 하나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라는 모호한 재목보다 차라리 ‘일기 쓰는 법’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을 바꾸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는 좀 있어 보는데, ‘일기 쓰는 법’은 없어 보여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나를 일깨우는 것’과 같은 심오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만의 비밀의 정원을 갖다’라는 것이나 ‘오늘을 기록하기’, ‘일상의 모습을 기록하기’ 등에 너무나 일기에 잘 어울립니다. 시를 짓는 것도 제가 일기 쓸 거리가 없을 때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글을 안 쓰던 사람이 글을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글들을 짧아 글을 쓰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전에 글이 끝납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내용은 우리나라 작가 (또는 알라디너)에게 부탁해도 될 만한 내용인데, 번역서네요. 책의 앞부분을 읽는 동안 국내 작가 쓴 글은 줄 알았습니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 도서 서평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도서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 권장 대상 ; 일기를 쓰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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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1-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기 매일 쓰는 남자입니다.ㅎㅎ
이것도 습관이네요.

마립간 2010-01-28 08:16   좋아요 0 | URL
루제오페로님, 마립간입니다. 대개 남자는 보수주의자고 책과 거리가 있으며, 성공지상주의자입니다. 그 중에 외롭게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누가漏家에 방문해 주시니 반갑습니다.

blanca 2010-01-2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를 유년시절에 열심히 쓰다가 남들이 너무 봐서--;; 그 담부터는 안쓰다가 온라인으로 비공개로 또 가끔 쓰네요. 예전 끄적인 글들을 읽으면 참 재미나네요. 사소한 일들에 세상이 다 흔들릴 정도로 흥분하던 모습들이^^;;

마립간 2010-01-27 21:56   좋아요 0 | URL
blanca님, 알라딘에 한동안 지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숫기가 없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

루체오페르 2010-01-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안녕하세요^^ 그러고보니 인사를 못드린듯 하네요. 루체오페르 입니다.
사실 마립간님은 진작 알고있었고 글들도 계속 봐왔거든요.ㅎㅎ 즐찾해놓고 자주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