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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온갖 화려한 말이나 미화된 말로 현실의 고통이나 장애는 거뜬히 넘을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참 싫었다. 그런 책을 보면 세상에 어려운 게 없을 것 같고 못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지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다 핑계에 불과했다. 실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왜 자기계발서가 싫은가? 나의 답답한 현실을, 암울한 시간에 대한 변명이 필요한데, 그것을 내 자신에게서 찾기 싫은 까닭이다. 도망칠 수 있고 헤어날 수 있는데 네가 하지 않은 거야!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힘들었어, 나도 최선을 다했던 거야. 하지만 해도 안 되는 일들이 있어! 라는 변명과 도망칠 구석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그래서 좋다란 평을 많이 들었지만 애써 피해왔는데, 어쩌다가 내 손에 들어왔다. 빼도 박도 못하게.
그래! 읽어보잣! 안 읽고서 뻔하다가 욕하는 건 비겁하지! 읽고서 판단해주겠어! 란 마음으로 펼쳐들었다.
책이 워낙 짧기 때문에 금방 읽혀진다. 활자도 크고, 간간히 등장하는 그림들은 정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들은 무서울 만큼 날카로워서 몇 번의 심호흡을 필요로 했다.
씨이... 도망치고 싶었는데, 막다른 길이다. 나는 또 다시 내가 비겁하게 숨었던 나의 변명들과 마주쳤다. 비겁함에 대한 죄의식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물론이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같은 출발선이 가능할 거란 상상은 잘 안 된다. 똑같지 않은 출발선에서 달리니 당연히 그 여정에서도 차이가 벌어진다. 먼저 출발한 사람, 좋은 신발을 신은 사람, 평탄한 길로 달리는 사람과 늦게 출발한 사람이, 맨발로 뛰는 사람이, 험한 가시밭길을 가는 사람이 같은 속도로 달리거나 역전시키기는 결코 녹록치 않고 어쩌면 확률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헌데,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출발선이 다르니 이 경기는 글러먹었어! 라고 지레 짐작으로 포기해 버리면 누가 위로해 주던가? 보상해 주던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손톱만큼의 기회라도 스스로 버려버린 것에 대한 자책감만이 들 뿐이다. 그러면 방법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그 간격을 줄여보고자 죽기살기로 애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개인의 힘만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손놓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나의 꿈을 생각하고, 그리고 그 도전을 완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열매는 다른 사람이 따먹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몫이다. 내가 일구어낸 만큼 내 몫으로 돌아올, 돌아와야 마땅한...
길지 않은 글이 사람을 여러모로 뒤흔들었다. 반성도 많이 되었고 도전도 많이 되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읽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을...
나의 과거와 나의 오늘로 인해 나의 미래가 심히 두렵고 갑갑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준비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