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럭셔리병실 "대한민국1%만을모십니다"

특급 경호에 호텔급 인테리어

24시간보안ㆍ스크린회의실에무려99평

`어머머, 병원 맞아요? 호텔인줄 알았네…`병원은 분명 호텔이 아니다. 그러나 호텔처럼 럭셔리한 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형병원들이 생존전략으로 앞다퉈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다. 상위 1%의 특별고객을 위한 특별서비스인 셈이다.

대형병원들은 `소수의 VIP가 매출액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VIP마케팅은 필수`라고 말한다. 이에따라 병원들은 VIP진료소나 전담팀은 기본이고, VIP병실을 새로 꾸미는 한편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담 업무시설, 경호시스템을 별도로 설치하고 있다.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신관 20층 200병동. 얼마 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입원했던 병동이다. 정 회장 이전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입원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20층에 들어서면 VIP병동 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이 방문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다. 따라서 문병객이라고 모두 들어설 순 없다. 24시간 보안은 기본.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이용하기에 알맞다.

병동 복도는 마치 호텔 복도를 걷는 기분이다. 방안에 들어서자 한강을 넘어 남산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는 46평형으로 환자실과 보호자용 침실, 그리고 응접실, 사무실, 회의실 등 방 3개와 거실 1개로 꾸며져 있다. 하루 입원료는 자그마치 175만원.

국내 초특급호텔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바닥의 대리석이며 모든 자재를 명품급으로만 골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테리어도 물론 일급. 벽에 건 작품 하나도 모두 전문가의 안목을 거친 것이어서 세련됨을 뿜어낸다. 거실과 환자실에 PDP TV가 설치돼 있는 등 집기도 최첨단 일색이다. 실내시설은 모두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다. 노트북, 스크린을 갖춘 회의실에는 8명 정도가 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도 있다. 대기업 총수, 고위 정치인들은 입원 중에도 회의가 잦아 회의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특실의 최고가치는 20년 이상된 주치의와 최소 5년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 1대1 맞춤진료를 제공한다는 것. 박창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장은 "VIP고객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시설 및 서비스를 최대한 배려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고덕지구로 통하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오픈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A동과 B동이 조성됐는데 A동 13층에 VIP병실이 있다. 이곳 VIP실은 국내 VIP병실 중 평수가 가장 넓다. 100평에서 1평 모자란 99평형이다.

13층 복도를 중심으로 입원실과 집무실, 대기실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맞은 편에는 가족실과 응접실도 꾸며져 있어 총 5개의 방이 들어섰다. 입원실은 환자와 보호자 침대, 응접세트부터 PDP TV와 PC, DVD 등이 최고급, 최첨단 가전으로 장식돼 있다. 또 별도의 파우더룸과 월풀 욕조가 있는 욕실도 딸려 있다. 집무실에는 책상및 회의테이블, 노트북이 비치돼, 업무를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

바로 옆에 위치한 응접실은 비서진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파와 TV, DVD 등이 있다. 동서신의학병원은 양ㆍ한방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만큼 양방과 한방 등을 거친 다양한 경력의 전문간호사들이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12층 122병동은 세브란스병원이 VIP병동을 만들기 전까지 VIP병실 중 가장 입원료가 비쌌던 곳이다. 하루입원료는 약 90만원으로 방 크기는 25평 정도. VIP특실 4개와 일반특실 26개를 운영 중이다. 특실 4개 중 12111호실이 VIP전용 병실이다. 병원에선 보통 `대통령실`이라고들 부르는데, 이는 지난 1978년 건물을 새로 증축할 때 대통령실이라고 이름 붙인 데서 유래됐다. 최규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이용했던 병원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리적 위치 때문에 언론사 CEO들도 많이 찾는다. 이곳은 환자가 누워 있는 환자실과 가족들이 머무는 거실로 분리돼 있다. 거실에는 널따란 소파와 테이블, PC와 팩스를 갖춰 간단하게 사무를 볼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에는 특급병실이 32개나 있다. 32개 병실은 평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17평형 이상부터는 응접실이 마련돼 있다. 그중 병실과 응접실 등 방 2개로 구성된 21평 규모의 4개 병실이 특급 수준. 입원료는 75만원이다. 특별한 경우 병실 2개를 터서 40평대로 넓게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병원들처럼 보호자실과 호텔 수준의 화장실, 대형 PDP TV 등을 갖췄다.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백악관 아시아태평양지역 공식 후송병원으로 유일하게 등록된 곳이다.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질병에 걸렸을 경우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하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18층에 마련된 특급병실은 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18~23평 규모 특실 23개를 두고 있다. 가족실이 달린 특급병실은 1개 있는데 하루 사용료는 61만원. 가족실이 없는 일반특실 이용료는 44만원이다. 인터넷을 내집처럼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담 간호사가 배치된다.

한편 이같은 초호화 VIP병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고가의 호화 병동을 만드는 것은 의료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나친 상업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병원 측은 이에 대해 "국내 자산가들이 해외로 나가 진료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VIP병동은 국내 자산가 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을 유치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이들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이니 엠디앤더슨이니 하며 외국을 찾는 마당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는 것. 식당도 3000원짜리 밥집에서부터 수십만원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이 있듯 병실도 이제 의료개방화 시대를 맞아 차별화, 세분화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어쨋거나 중산층들은 이런 특급병실을 공짜로 쓰라고 해도 100만원을 넘나드는 병실사용료를 생각하면 가슴이 오그라들어 병이 외려 도질 게 틀림없다.

이준혁 기자(hye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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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2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아부지는 위암 진단 받고 병원 한번도 못 가보시고 돌아가셨는데...ㅡ.ㅡ;;; 삐뚤어질 테닷...

짱꿀라 2006-10-22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좋은 병원인데 우리 같은 서민은 못가겠네요. 너무나 돈이 많이 들어갈거 같아서요. 그냥 꿈만 꾸는거죠.

마노아 2006-10-2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돈이면 사람 여럿 살리죠. 더불어 같이 살아남자가 아니라 있는 놈만 살아남자! 정신이잖아요. 화가 나요.

marine 2006-10-23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그런데 사실 6인실이나 8인실은 정말 힘들어요 전 장티푸스로 입원해서 법정전염병이라고 격리시키느라 1인실 입원했는데 편하긴 편하더라구요 일단 몸이 아프니까 신경도 예민해지고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마노아 2006-10-23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언니도 장티푸스로 입원해서 1인실 썼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저런 병실, 돈 있다면 쓰고 싶을 테지만, 저건 좀 과하다 싶어요. 대통령 쯤 되면 보안을 위해서 어쩔 수 없겠지만. 무슨 로열 패밀리도 아니고..ㅡ.ㅡ;;;;

BRINY 2006-10-2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전 어렸을 때 장티푸스로 입원했어도 1인실 아니었었는데, 그럼 그건 장티푸스가 아니었을까요??

마노아 2006-10-2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티푸스는 전염병에 속해서 1인실 써야 하는데... 아마도 다른 병이었나 봐요. 근데 은근히 장티푸스가 나오네요. 울 언니는 한 겨울에 걸려서 모두들 의아해 했거든요. 그 후 아주 건강해졌답니다...;;;;;;

BRINY 2006-10-2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몸 안좋을 때 학교에서 그냥 예방주사 맞았다가 걸렸었는데...흠..

마노아 2006-10-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망극한 일이...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