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할인행사
홍상수 감독, 성현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홍상수 영화로는 처음 보았다.  워낙에 말들이 많은 감독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왜들 그렇게 그의 영화를 불편하게 하는 지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뒤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지독히도 적나라하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그런 매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게 있는데, 그의 영화에서의 주인공이나, 혹은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은 너무 현실과 닮아 있거나 그 이상으로 솔직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쁜 화면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사실적인.. 직접적인, 그래서 불편하고 까칠한... 그런 영상들.

주인공들의 대사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김태우와 유지태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말로는 선배 후배지만 서로를 존중한다거나 위한다거나 이해해주는 것은 없고, 마지못해 만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더 웃긴 것은 그럼에도 아예 관계를 잘라내지 않는다.  어찌 됐든, 최소한의 관계의 끈은 이어진 채로 남겨둔다.  그것도, 어쩐지 사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여 역.시. 불편했다.

소유의 관계.
성현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복하려고 했던 군대간 선배.  그런 그녀를 씻겨주면서, 또 자신과의 섹스를 통해 넌 이제 깨끗해졌다고 말하곤 속절 없이 휙 유학 가버리는 김태우, 선배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역시 그녀를 가지려고 하는 유지태.  관계를 갖기 전에는 온갖 달콤한 말이 오갔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 바로 나오는 말들은 달콤함과는 지극히 거리가 멀다. "너 다리에 털 많다." 이런 식의 더 이상 조심하지 않는 말들.

그렇게 무책임하게 관계만 어질러 놓고 시간을 훌쩍 뒤로 가버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나 다시 만난 그들은, 하룻 밤 동안 서로 줄다리기를 하며 눈치 작전으로 성현아를 다시 한 번 정복하려고 애쓴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적당히 달래주고 또 적당히 약올리며 관계를 갖는다.

대체, 왜 제목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고 했을까?  다시금 그들이 그녀를 가지려고 하니까 그녀가 정복자의 입장, 보다 우위에 선 것일까?  사실, 그래보이지도 않는다..ㅡ.ㅡ;;;

감독의 뜻을 재차 짚어보기도 전에 이미 영화감상의 맛은 떨어져버렸고, 쓸쓸하고도 허무하게, 그리고 허탈하게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아, 소득은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이런 느낌이구나.  최근, 고현정 주연의 해변의 여인이 개봉했건만 아직도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고현정의 그의 영화를 선택했을 때 굉장히 뜻밖이었다.  고현정이라고 다를까?  싶어서...

작품의 미학이라던가 예술성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불편한 영화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살찐 유지태는 영 아니었다.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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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21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면서 역시 남자들이란 하며 혀를 끌끌찻답니다

마노아 2006-10-2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기분 꽝이었어요. 별 셋도 너무 많이 준 거 아닌가 지금 생각하고 있답니다^^;;;

비로그인 2006-10-2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댓글 보면서 역시 여자들이란 생각했어요.홍상수 영화 지루해서 안보는데 이 영화도 안봤고. 마약 때문에 들어간 성현아의 재기적이라는 정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여배우는 그후에 예술파 김독의 영화에 벗는연기로 복귀한다는 사실.그후 토크쇼 출현.다시 멜로 드라마로 복귀..

마노아 2006-10-2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자들인가요? 남자들은 홍상수 감독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궁금하네요. ^^

비로그인 2006-10-2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가 우물에...이거밖에 안봐서.남여 차이가 아니라 성향차이겠죠.여자평론가들중에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좋게 보는 경우도 있었고,인터넷평보면 남자들도 이 영화 싫어하던데.그건 김기덕 영화도 마찬가지던데요.김기덕은 욕먹는게 정도가 심하지만.여자네티즌들은 팬이 있긴하지만 평론가들은 거의다 싫어하던데요.마초같은 선배도 김기덕영화 싫어해서 뜻밖이었는데..
모든걸 남자들이란,여자들이란...한국남자 싫다,한국여자 싫다(배낭여행 사이트가면 이런거 자주봐요) 식으로 일반화 하는건 억지입니다.

마노아 2006-10-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에 역시 여자들이라고 해서 그럼 남자들은 어떤가 궁금했던 거예요.^^ 김기덕 감독 영화는 수취인 불명이랑 나쁜남자만 보았어요. 감독이 싫진 않지만, 그 영화들도 참 불편했더랬죠. 수취인 불명은 좀 달랐지만요. 그러고 보니 제 행동 반경에 마초 성향의 사람은 줄곧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좀 일반적인 과정으로 졸업하지 못해서 그런가? 그런 사람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