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원래 하루의 시작이 중요하고 한주의 시작이 중요하건만, 미끄러지며 시작한 하루의 일과는 늘 피곤했다.(나만의 징크스인가, 아니면 자기 착각인가..;;;)

일어났는데 눈이 너무 아팠다.  어젯 밤에 주책 맞게 울었던 탓이다.  얼굴도 탱탱 부었다.  이런 날은 렌즈 끼면 고생한다.  안경 끼고 출근. 역시나 기분 별로다.(안경의 마법?이랄까ㅡ.ㅡ;;;)

내 성격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특별히 모난데 없고, 특별히 고집스럽지 않고, 그냥저냥 둥글다.  그건 때로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로 단점이기도 하다.  난 내 그런 성격이 아주 싫다.

학생 때 MBTI 검사를 했다.  결과를 받아들고는 충격을 받았다.  사회성은 거의 98%. 지배성은 거의 바닥이었다.  난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귀 얇고, 맘 약까지 약한, 아주 피곤한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닮고 싶은 성격은 '독해지는 것'이다.  혹은 '모질어지는 것'이다.  둘 다 같은 말인가? 이상적으로는 '온화한 카리스마'를 원하지만, 거친 카리스마도 없는 주제에 온화한 카리스마는 언감생심 같다.

사람에게 모질지 못한 나는, 거절하지 못해서 속 끓이고, 그래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지 못해 역시 속 끓인다.

난 가족에게도 모질지 못하고, 친구에게도 못하고,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권력'의 속성이란, 강한 자에게 아부하고, 약한 자를 짓밟기 마련이다.  약한 자를 보호해주는 강한 힘을 보기란 실로 어렵다.  강한 자가 되어 약자를 누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약자가 되어 눌리고 싶지 않은 것도 내 마음이다.(당연하지만!)

오늘의 하루는, 양심 없고, 경우 없고, 예의 없고, 싸가지 없고, 염치 없는 인간들의 총집합이었다.  누가 툭치면 눈물부터 주르륵 새나올 것 같은 날.  이쯤 되면 초코렛 몇 개 먹어줘도 소용이 없다.

오늘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일 또 다시 내 마음을 치고 말테지.  기절하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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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1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가지에는 싸가지로!!!

전호인 2006-09-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이들의 하는 말을 들으니 Apple-mouse 가 싸가지라고 하더이다.

Mephistopheles 2006-09-1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 바꾸는 건 생각보다 힘들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학하진 마세요...^^

마노아 2006-09-1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제가 그게 되면 이런 페퍼도 없었어요ㅠ.ㅠ
전호인님, 애교있어요^^
메피스토님, 나를 못 바꾸고 남도 못 바꾸니 이대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더 슬퍼집니다ㅠ.ㅠ

치유 2006-09-1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늘도 님께서 힘드셨군요..
그 싸가지들 다 내게로 오라 하세요..다 한방에 날려줄테니..^^_
이제 좀 풀리셨어요??
너무 속 끓이지 마시고 ..푹 쉬세요..*^^*

마노아 2006-09-1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배꽃님, 천군을 얻었습니다^^ 그 중 최고봉이 좀 전에 들어왔는데, 아직까진 잠잠합니다..;;;; 무사히 잠들고 싶어요ㅠ.ㅠ 위로해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