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섯살인 큰조카 세현이는 태어난 지 5개월에 아토피라는 것을 알았다. 체질을 고쳐야 한다며 주구장창 비싼 한약만 먹이는 노원구의 H소아과.ㅡ.ㅡ;;;;;(잊지 않겠다.)
아이의 상태는 계속 나빠지는데 무작정 기다리랜다. 헌데, 눈으로 보기에도 상태는 너무 심했다.
아이가 너무 가려워하고 진물이 나고, 급기야는 아이를 묶어놓고 재우는 만행(?)까지 저질러야 했다. 당시 우리 식구들은 교대로 한시간씩 아이를 안아주며 달래는데 시간을 쏟아야 했다.
결국, 참다참다 병원에 갔더니, 애 잡을 일 있냐고 의사샘께 엄청 혼났다. 2차감염 90% 진행이라고, 바로 입원을 해야 했다.
그때가 구정이었고, 형부 생일이 끼어 있던 때였는데, 하여간 집안 분위기 죽여줬다...;;;;;
아토피 생기기 직전 사진과 2차 감염 진행됐을 때 모습(그땐 이것도 예뻤는데 지금은 못 보겠다..;;;;;)
큰조카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돌잔치도 못해줬다. 그리고 눈물 겨운 아토피와의 싸움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초기엔 못 먹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젖도 억지로 끊어야 했다. 우유 안되고, 달걀 안 되고, 밀가루 안되고 기타 등등... 그래서 된장국만 먹던 시절도 있었다.
치료 비용도 끝내줬다. 1년에 천만원 정도 썼다고 들었다. 하여간 그랬는데... 지금은 꽤 좋아진 편이다. 많이 뛰어놀아 흥분하면 열이 올라 얼굴에 열꽃이 피고, 음식 잘못 먹으면 바로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하지만, 그래도 표면상으론 많이 좋아졌다. 그냥 얼굴만 봐서는 모를 정도로.
수퍼에 가면 초코렡을 먹고 싶어하지만, 이거 먹으면 가려워!하면, 지가 먼저 내려놓고 다른 것으로 내려놓는다.(흑... 불쌍한 것..ㅠ.ㅠ)
그래서, 이번에 둘째 조카를 임신했을 때 언니는 음식 조절에 만전을 기했다. 먹고 싶은 것 다 참고, 아토피와 관련된 음식은 절대 금식!하며 버텼고, 예쁜 조카 딸을 낳았다.
내가 이름을 지어준 둘째 조카 다현이는, 최근 얼굴에 좁쌀 같은 두드러기 비슷한 것들이 올라왔다. 이게 뭐지... 하며 모두들 불안해 했는데, 오늘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아토피가 의심된다고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우리 모두 가슴 철렁! 지난 날의 그 끔찍했던 시간이 다시 떠오르면서 하늘도 무심하시지.... 뭐 이런 멘트를 날리며 좌절모드로 바로 돌입했다. 그냥 신생아 여드름...(이런 이름이 있던가?)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아토피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진짜 요즘같은 세상엔,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서 자라주는 것 이상 고마운 효도가 없는 것 같다. 셋째도 몇 년 뒤 나으라고 압박을 넣으려고 했는데 못하겠다.(그런다고 낳겠냐마는...;;;;)
덧글. 그러고 보니 교생실습 시절 우리 학급 학생 하나가 떠오른다.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우울증까지 있던 아이였는데, 자기 혼자 고통 받는 이 세상을 저주한다고까지 말했던 아이다. 우리 집 경험상, 소고기는 피하라고 말해주니까, 녀석 왈..."우리 집 정육점 해요."
허.... 그랬었지....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