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내인생의책 그림책 1
존 무스 그림, 레미 찰립 글, 노경실 옮김 / 내인생의책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는 날마다 이 책을 다 읽는 꿈을 꿉니다. 대체 왜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지 아이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지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아이의 머리맡에 바로 이 책이 있어요. 가족들도 아이가 이 책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지요.

샤워할 때도 책을 놓지 않아요. 저런저런... 젖어서 울어버린 책은 최악인 것을!

7시 10분에 일어났는데 샤워 끝나니 7시 20분. 이 정도면 엄청 빠른 거지요.



옷을 갈아입고 침대 정리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젖어버린 책은 아빠가 건져냈네요. 안타까워라.

그릇을 꺼내 시리얼을 담고, 그 위에 바나나를 썰어얹고, 건포도 몇 개를 뿌린 다음에 우유를 부었어요.

혼자서도 척척 잘해요. 그런데 책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네요.

젖은 책은 냉동실에 들어가야 안 운다던데, 내가 해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더만요.

그냥 물기 닦아서 무거운 책으로 눌러놓는 게 더 효과적...;;;;

아침 먹은 걸 치우고, 비타민을 먹고 도시락도 쌌어요.

고양이에게 생선뼈다귀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휴지통도 깨끗하게 비우고요. 이걸 학교 가기 전에 몽땅 해내다니, 이건 워킹맘 수준의 집안일 속도인 걸요?

자 옷을 입을 차롑니다. 외출해야죠. 

장화를 신고, 스웨터를 입고, 모자르 ㄹ쓰고, 목도리를 둘렀어요.

그 다음에 외투를 입고, 벙어리 장갑을 끼고 책가방을 멥니다. 그리고 책을 찾아 나서죠.



어디로 갔는지 못 찾고 있어요. 내 눈에는 이불 뒤쪽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학교에 갔습니다. 일곱 개의 사과를 여섯 사람에게 어떻게 똑같이 나누어 주냐는 선생님의 어려운 질문!

아이들의 창의력 돋는 대답 좀 보라죠. 


여섯 사람 모두에게 사과를 좋아하는지 물어봐야지.

사과를 조금만 먹겠다는 사람도 있을 거야.

사과 하나하나를 여섯 조각씩 잘라 나누면 되지.

하나는 반으로 자른 다음....

나는 배가 먹고 싶어.

난 모르겠어.

사과 주스를 만들면 되지....

같은 대답이 하나도 없네요. 사과 주스가 마음에 드네요. ^^


학교에 다녀와서는 오늘 한 일과, 이제 해야 할 일을 다 적었어요.

예를 들면 이 책을 다 읽는 것 등등 말이에요. 

하지만 걱정이 몰려왔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 통씩만 전화를 한 거죠.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대체 책을 언제 읽겠어요?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충분히 이해가 가요. 암요!


게다가 아빠가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한답니다. 

아기는 잠시도 책읽을 틈을 주지 않아요.

이어서 식탁을 차려요.



가족 중 누구도 놀고 있지 않아요.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에요. 어린 아이들도 손을 돕고요.

참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네요.

잠시 짬을 내어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곧 엄마의 제지를 받아요.

지금은 밥 먹는 것에 집중할 시간이죠. 

하루종일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이제 책을 봐야 하는데 피곤이 몰려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지 못한 이유를 알겠죠?

하지만, 정말 정말 정말로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아무렴요. 알다마다요. 내가 이 책을 1월 1일에 읽고 오늘 리뷰를 쓰는 것과 똑같은 이유지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 법!

자, 잘자요. 책은 내일 이어서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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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1-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알다마다요^^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저도 읽고 싶어요.

마노아 2016-01-28 01:19   좋아요 0 | URL
참으로 사랑스러운 책이지요? 그림책을 너무 끼고 있는 것 같아 적당히 덜어낼 생각으로 골랐는데 다시 책장으로 되돌아갔어요.^^

별이랑 2016-01-2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책은 읽고 싶은 책이면서, 어째 항상 갖고 다니는 곰인형이 되어버린듯해요.ㅎㅎㅎ
그래도, 언젠가는 다 읽겠죠?

마노아 2016-01-28 01:1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적절한 비유입니다. 항상 끼고 다니는 곰인형같은 책이네요.
언젠가 다 읽어낼 거라고 응원해 봅니다.^^

꿈의달 2016-01-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같이 읽고 싶은 책이네요. 그런데 내용은 마치 제 자신을 보는 느낌..^^

마노아 2016-02-01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꼭 제 이야기 같았어요. 뜨끔했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