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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규칙
숀 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4년 10월
평점 :
여러번 곱씹게 만드는 숀탠의 그림책이다. 그의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환상 쪽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들은 글씨 하나 없이도 이해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친절하게 문자로 안내를 해주어도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내가 지난 여름 배운 게 있어.

빨간 양말 한짝 남겨두지 말고 남은 올리브를 먹지 말라고 했다. 아니 왜??
남겨둔 빨간 양말 하나가 붉은 괴물로 변신하는 것일까?
올리브를 먹기 위해서 정장을 갖춰입은 매 손님들이 등장하는 것일까?

떨어뜨린 병에 맞고 누군가가 거인으로 변신하는 것일까?
열어둔 뒷문을 통해 도둑이 아니라 외계 파충류라도 침범하는 것일까?

달팽이를 밟았다가 무시무시한 보복을 당하는 걸까?
퍼레이드에 늦었다간 거짓말 한 피노키오처럼 코라도 자라는 것일까? 대체 왜왜왜?

덩치가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등장한다. 둘은 친구 사이로 보인다.
둘은 사이좋게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라고 작가 숀탠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일러주었는데도 그게 쉽지가 않다.

모르는 사람에게 열쇠를 주지 말 것, 비밀번호를 잊지 말 것!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숀탠의 그림책에서 강조를 하니 뭔가 다른 이유가 또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절대 까닭을 묻지 말라니! 이것은 호러 영화의 불문율?
너무 많은 것을 알려들면 은밀히 죽는 것?

미안하다고 말하기를 기다리지 말라는 것은 참 어려운 대목이다.
그렇게 말할 리 없다는 것일까? 미안하다는 말의 부재로 인해 나빠지는 관계가 얼마나 많은데...

금속절단기는 너무나 뜬금 없지만 집에 가는 길은 반드시 알아두어야지. 암, 어떡해서든 집으로는 돌아가야지. 그럼그럼!

여름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말고, 이 뜨거운 여름을 '신나게' 놀라고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나 더운데, 그래서 축축 늘어지는데, 그렇게 보내기엔 너무 강렬한 계절이 아니던가.

절대 규칙을 어기지 마. 특히 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더욱.
미안하다.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어. 딱히 어길 생각은 없지만 결코 지킨다고도 약속은 못하겠어.
나의 이번 여름은 '지치지 마' 하나로 통일할게. 나의 규칙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