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일요일 오후 한시는 좀 애매했지만, 게다가 청담은 꽤 멀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까웠다. 버스 한번에 지하철 세번을 타고서 가야 했지만 한시간 안 걸려서 도착했다.
지하철 역에서 누군가 예식장 가냐고 묻는다. 응? 어떻게 알... 수밖에 없겠구나. 예식장 복장에 청첩장 들고 있었으니.
알려준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예식장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금 헤매고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어디 찾냐고 한다. 결혼식장 이름을 말하니 방금 지나친 건물을 가리킨다. 응? 여기?
예식장이 아니라 고급 빌라였다. 하우스 웨딩이라고 하나? 전혀 예식장스럽지 않은 곳이었는데, 정말 예식장스럽지 않았다.ㅜ.ㅜ
왜냐하면...
식은 주례 없이 진행됐다(이건 맘에 들어). 신랑 신부 입장하고 성혼선언을 하고 축가를 부르고 행진하는 걸로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전문 식장이 아닌 관계로 기둥 때문에 신부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신부측 하객. 스크린도 없어서 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여기 정원에 테이블 놓은 거라서 사실상 야외결혼식인데 너무 덥다는 것이다. 봄 가을은 모르겠는데 여름은 좀... 천막을 치긴 했지만 여전히 덥고, 에어컨을 켰지만 온도가 무려 30도이고, 공간 규모에 비해 의자가 너무 많아 다닥다닥 붙여 앉아서 움직일 틈이 없다. 한명 일어나면 그 줄은 다 일어나야 하는 그런 상황.
성혼선언은 시아버지 될 사람이 했는데 신부 이름 잘못 부르고....;;;; 주례도 없는데 "본 주례가 선언한다"고 말하고...;;;;
사회자는 자꾸 버벅거리고, 축가도 너무 엉망이고, 요즘에는 줄어드는 추세 같은데 신랑에게 무반주 춤을 추라고 시키고(이런 것 좀 안 시켰으면...)....
제일 별로였던 건 식사 문제다. 결혼식 마치고 뷔페를 먹는데 줄은 너무 길고 음식 양쪽에서 떠가지만 집게는 하나씩이어서 두줄 선 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식장이 더워서 맥주도 미지근하고, 제일 황당했던 건 커피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는 없냐고 물으니 바로 앞 카페에서 시켜 먹으라는 대답이...;;;;;
청담도 별거 없구나. ㅡ.ㅡ;;;;
생각해 보니, 내가 식장이 별로라고 느꼈던 곳들은 대체로 전문 식장이 아닌 곳이었다. 그러니까 회사의 강당을 빌렸거나, 교회나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기대보다 별로였다. 아무래도 전문 식장이 아니어서 조명이나 기타 등등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게 아닐까.
오늘 결혼식에서 좋았던 건 신부가 예뻤다는 것! 꽃같은 신부는 정말 화사하게 웃었다. 서로 누가 더 행복한지 내기하는 것처럼. 아주 보기 좋았다.
돌아나오는 길,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자동차가 있었다. 이게 뭘까 자세히 보니 람보르기니.
이어서 포르쉐 두대랑 아우디가 들어오는데 여기가 강남은 강남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귀가길,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집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가 있는 것이다.
헐! 내가 검색했을 땐 안 나왔는데...
지하철 역과 바로 그 위의 버스 정류장 명이 달라서 검색이 안됐나보다.
길찾기 서비스가 스마트하지 않아. 나도 스마트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