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아파!”
방학이 됐는데도 태연이네 가족은 아무데도 갈 수가 없다. 일주일 전 족저근막염 수술을 받고 하루 종일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고 있는 아빠 때문. 바다로, 계곡으로 떠날 생각에 마냥 들떠 있던 태연, 심술이 제대로 났다.
“아빠가 수술을 받은 건 정말 마음이 아픈데요, 간단한 수술을 받고 일주일 째 아이고를 외치고 계신 건 조금 오버라는 생각도 들어요. 흥!”
“아이고! 아빠처럼 되지 않으려면 너도 밑창이 1cm 이하인 아주 판판한 신발을 오래 신으면 안 돼. 알겠지? 쪼리(플립-플랍:flip-flops)나 플랫 슈즈(flat shoes) 같은 거 말야. 족저근막염에 걸리기 쉽다고.”
“그거 신으면 발 완전 편하던데, 왜 병이 걸려요? 그리고 여름 패션의 완성은 뭐니 뭐니 해도 플랫인데, 저 같은 패션 피플이 그걸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족저근막염 때문에 수술까지 한 아빠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족저근막은 발바닥 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막인데, 마치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고 아치 모양의 발 모양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이 막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서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변형되고 염증이 발생한 것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하지. 염증이 잔뜩 생긴 발을 매일 몸무게로 짓누르고, 딱딱한 바닥으로 자극한다고 생각해 보렴. 그렇다고 걷지 않을 수도 없고. 엄청 아프겠지? 그래서 족저근막염은 매우 고통스러운 병으로도 알려져 있단다.”
“일 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많이 아파 하셨잖아요. 전, 아침마다 아빠가 제 동생을 낳는 줄 알았어요. 하도 진통이 심해서.”
“엄살 아니거든!! 잠을 자거나 오래 앉아있을 때 즉, 발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족저근막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근막이 짧아지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걸으려고 하면 막이 쭉 늘어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온단 말이야. 그런데 이를 악물고 몇 발자국을 걸으면 또 좀 나아져요. 그래서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 보니 악화돼서 수술까지 하게 된 거란다. 그러니까 아침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발뒤꿈치가 심하게 아프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가보는 게 좋아.”
“그렇구나. 근데 플랫처럼 편한 신발이 더 안 좋다는 얘기는 뭐예요?”
“밑창이 매우 얇은 플랫 슈즈를 신으면 신발 바닥이 받는 충격이 분산되거나 완화되지 않고 고스란히 발바닥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발에 상당한 무리를 준단다. 또 발바닥의 아치를 지나치게 긴장시키고 뒤꿈치에 가해지는 압력도 높이지. 가장 좋은 신발 굽 높이는 2~3cm 정도인데, 발에 실리는 몸무게의 하중과 신발 바닥이 받는 충격을 가장 고르게 분산시키는 높이가 이 정도라고 해. 물론 하이힐을 신어도 뒤꿈치에 무리가 많이 가지만, 플랫 슈즈는 하이힐보다도 1.4배나 많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플랫 슈즈를 조심하라는 거지.”
“헐, 족저근막에는 하이힐보다 플랫 슈즈가 더 안 좋다는 얘기네요?”
“보통 하이힐만 안 신으면 발 건강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플랫 슈즈도 안심할 순 없다는 거지. 또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등산이나 마라톤, 테니스같이 발바닥을 지속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면 그것도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된단다. 그러니까 심한 운동을 하거나 플랫 슈즈를 오래 신은 뒤에, 발뒤꿈치가 주기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야. 초기에는 주사나 고주파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오래 방치하면 아빠처럼 수술까지 해야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무척이나 궁금한 게 하나 생겼어요. 아빠는 플랫 슈즈도 신지 않고, 당연히 하이힐도 신지 않으며, 무리한 운동을 절대 할 분이 아니신데, 대체 왜 족저근막염이 생기신 거예요?”
그때 옆을 지나가던 엄마, 한 마디 거든다.
“그건 아빠 몸무게에게 물어보렴. 아빠처럼 비만인 경우에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이 매우 커서 조금만 운동을 해도 족저근막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된다나 뭐라나~~?”
“여봉!! 나의 신체적 비밀을 발설하다니, 그건 자기랑 나만 아는 비밀이잖아용!”
“헐, 아빠 뚱뚱한 건 거울도 알고 나도 알고, 심지어는 ‘KISTI의 과학향기’도 알거든요! 아빠는 정말, 거울도 안보는 남자, 거울도 안보는 남자, 비만인 남자~ 오늘밤 나하고 우우~ 수술할거나~~”
“태연아!! 꼭 비만이어서만은 아니란다. 아빠처럼 평발(발바닥의 아치가 정상보다 낮은 편평족)인 사람들도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구!”
하지만 태연은 이미 불룩 나온 아빠의 배만 바라볼 뿐이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