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조카의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내가 간 건 물론 아니고 다녀온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신문고' 시간을 가졌다 한다.
부모님께 전하는 한마디를 발표하는 건데, "이렇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에요." 라는 형식으로 말하는 거란다.
첫번째로 용감하게 손을 든 학생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빠, 때리지 말아주세요. 아파요."

아아, 그 아비의 이마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으리라. 이후 용기 백배 한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께 요청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공부공부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이 아이들은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이날의 정점을 찍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욕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배워요."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해졌다. 대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를 언급했던 공익 광고가 떠오른다. 



더 나은 삶을 열어가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겠지만, 그렇게 막연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을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짓밟아가는 이 악순환을 제발 좀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디 이번에는 욕망 대신 가치에, 투표하기를! 
그래야 지난 4월 16일에 희생된 이들에게 아주 조금은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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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0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그냥 ㅠㅠ

다락방 2014-06-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고 시간에 그런 얘기 했다고 저 학생 집에가서 또 맞는건 아닐까 너무 걱정되고 아프네요 ㅠㅠ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마노아 2014-06-04 00:1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아이가 용기를 내서 그 무서운 부모 앞에서 저런 얘기를 했을까요. 그래도 아이가 용기를 내어서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테니까요.

순오기 2014-06-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신문고'에 당황했을 학부모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ㅠ
자녀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공익광고는 남이 아닌 바로 내 모습이기에 부끄럽지만 공감!ㅠ

마노아 2014-06-04 11:36   좋아요 0 | URL
언니가 그 순간 모두 '얼음'이 됐다고 했는데, 보지 않고도 그려져요.
아직 학부모가 돼보지 않은 저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닥쳐 보면 어떨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ㅜㅜ

마립간 2014-06-0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페이퍼로 써 놓고 올리지 않는 글이 있는데, 순종입니다. (제 생각에) 순종이라는 말 자체가 리더십을 전제로한 것이죠. 리더십에 따른 자발적 복종. 그런데, 강압에 의한 복종 즉 굴종을 순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마노아 2014-06-04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학생더러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았는데 마립간님 말씀이 겹치네요.

건조기후 2014-06-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ㅜ 평소에 아이가 아플 정도로 때린 부모라면 저런 말 듣고 반성할 사람도 아닐 것 같은데.. 아이가 정말 걱정돼요.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저도 어렸을때 여러번 맞았는데 나중에 커서 생각하니 참 맞을 짓을 하긴 했더라고요 ㅎㅎ;; 저 아이도 저처럼 그냥 맞을 짓 해서 맞은 거고 좀 크면 자기 잘못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경우였으면 좋겠어요. 이유없이 폭력을 당한 게 아니길..

마노아 2014-06-04 22:4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대로 이유없는 폭력이 아니었음 해요. 이유 있는 폭력도 물론 반대하지만요.
담임선생님과 여러 학부모님들이 본의 아니게 인증을 해버렸으니, 해당 학생의 부모님도 조심하고, 다른 분들도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