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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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더 테러 라이브 


장소 변화가 거의 없고, 등장인물도 거의 없는 이런 영화에서 주연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란 배우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영화를 한번에 몰아 찍는 것이 아니니 순간순간의 감정의 변화를 잘 조절해야 했을 텐데, 그걸 위해서 감독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줬다고 한다. 오, 현명해! 생각해 보니 하정우가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멋진 하루'에서 전도연이 그랬다. 거의 두 사람만 나오는 지극히 단조로운 줄거리였는데, 그 사이에 전도연의 감정 변화가 중요했다. 그때도 훌륭히 해냈었지. 대단해, 대단해~



하정우 연기 잘하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두 여자 배우였다. 

테러 전담밤을 맡고 있던 박정민 역의 전혜진은 이선균 부인이라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과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 당장 바꿔라! 저렇게 지적인 느낌의 배우가 푼수처럼 보였단 말이다...;;;; 본명이 '전이다'던데, '혜진'이란 흔한 이름보다 본명이 더 좋아 보인다. 


이지수 기자로 나온 김소진 배우는 최근 '스파이'에도 나왔던데 네이버 스파이 등장인물 소개엔 나오지도 않는다. 버럭! 기자 역할로 나왔을 때 앵커 발음으로 무척 딱딱하게 대사를 했지만, 그게 자연스럽고 무척 정의로운 목소리로 들렸다. 스크린에서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이다윗은 올해 영화에서 폭탄 좀 만져본(혹은 만들어 본!) 인물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려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던 흑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금 밀양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명왕성에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이어서 설국열차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악하고, 이렇게 몹쓸 세상이라면, 누군가 그 문을 닫아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게 인류가 지구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은 아닐까, 그런 위험한 생각도 사실 들었다. 이 작품에서 윤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


55. 설국열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건만, 기대가 컸어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단백질 블록 속 캡슐이 빨간색이었던가?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그걸 여는 순간, 이것은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되어버렸다.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 더 위험했다. 진실은 많은 경우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나저나 이 영화 먼저 본 사람들이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양갱 들고 가서 봐야 한다는 얘기에 깔깔 웃었다. 짓궂기도 하고, 센스 있기도 하고... 이거 보고 나서 도저히 연양갱을 못 먹겠... 지는 않겠더라. 먹지는 않았는데 먹을 수는 있다. ㅎㅎ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게다가 이 아름다운 배우가 이런 외모로 변신한 것도 놀라운 일! 사투리 느낌의 억센 억양도 의도된 것이겠지? 

그녀의 키가 180인가 그렇고, 신발을 보니 굽도 있어 보이는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도 꽤 장신인가 보다. 작게 보였는데 말이지...


후반부에 짧게 나온 애드 해리스의 윌포드도 카리스마 끝내줬다. 이 놀라운 존재감! 그가 했던 말이 모두 진실인 지는 모르겠다. 길리엄이 윌포드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듣지 말고 죽이기부터 하라고 했던 것이, 그에게 현혹될까 저어해서인지, 그의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인지 모르겠다. 이중적으로 해석되는 것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영화가 중간에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원작처럼 열차 칸이 더 길었다면 지루해서 죽었을 테지. 중간쯤 좀 늘어진다고 여길 때 교실이 등장했다. 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재잘대는 입으로 윌포드를 찬양할 때, 그걸 새침한 목소리로 한껏 고무되어 가르치는 여선생을 보았을 때, 그 엽기적인 발랄함이 더 무서웠다. 저 선생 역할의 배우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젤다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사람 아닌가? 아무튼 이 영화에서 두 얼굴을 가진 여러 인물이 나왔는데 결코 밀리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다시 도래한 빙하기. 생존을 위해서 끝없이 달려야 하는 열차. 그 열차의 질서와 균형을 지켜야 하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 이토록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그런 세상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질서'라는 것도 이렇게 작위적이라면? 


조작된, 계산된, 유도된 혁명은 허무하고도 비참했다. 74%를 학살하려고 했는데 새해맞이 기념으로 18%를 추가로 살렸다.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어린아이를 기차의 부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에서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었다. 축구공 경제학도 떠오르고...


커티스의 혼란과 갈등을 충분히 이해한다. 원작에서 커티스 역할을 했던 인물은 결국 윌포드의 제안대로 기차의 엔진을 떠맡았다. 그에게는 남궁 민수같은 존재가 없었으니까. 


모두가 앞으로만 나가려고 할 때, 모두가 달리려고 할 때, 창밖을 보고, 이 열차를 세우려고 했던 민수. 그가 17년이나 버티면서 기다려왔던 이 순간은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을 기다린 뒤 밖으로 토해진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딸 이름은 요나다. 이름을 듣는 순간 이 아이만은 살아남겠다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커티스는 마침내 오랜 부채를 갚아버렸다. 그 순간조차도 그는 자신의 팔을 내주는 것을 망설였다. 당연하다. 그는 신이 아니니까. 예수님도 마지막까지 이 잔을 내게서 치워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민수와 커티스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양팔을 둘렀을 때, 인간에게 두 개의 팔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 순간을 위해서 커티스의 팔이 아직까지 건재했나 보다. 


열차의 엔진을 개발하고, 열차에서 지배층의 역할을 하고, 총을 든 군인 계급은 백인이었다. (모두였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대체로!) 그렇지만 이 열차에서 살아남은 것은 황인종과 흑인종이었다. 이 포악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보인다. 


영화는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아주 디테일했고 섬세했다. 그런데 또 영화를 아주 크게 보면 덜 매끄럽기도 했다. 중간에 조금 루즈하게 느낀 것도 그런 부분. 액션은 조금 약했지만, 횃불 씬은 뜨거웠다. 송강호는 짧게 등장했지만 묵직했고, 고아성은 아직 연기가 많이 가볍다. 


영화의 제작비가 4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걸로는 어마어마했지만, 헐리우드 기준으로는 저예산 영화라는 게 재밌다. 위대한 개츠비 출연 당시 디카프리오의 출연료가 3900만 달러라고 했으니까. 저예산으로 SF영화를 찍었다니, 게다가 이 쟁쟁한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봉준호 감독 대단하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차기작을 또 기대할 수밖에 없다. 









★★★★★


56. 마지막 4중주


이 영화는 포스터의 느낌으로는 드라마보다 음악에 더 집중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드라마의 느낌이 강했다. 



둘 다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태도는 무척 다르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연륜의 깊이도 있겠지만 성품의 차이도 무시 못할 듯. 


(줄거리)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 그들 내에서 음악적,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던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네 명의 단원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 등 개인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관계인 네 사람은 이를 계기로 25년간 숨기고 억눌러온 감정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삶과 음악에 있어서 최대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편, 본인의 병으로 인해 ‘푸가’ 4중주단이 위태로워질 것을 깊이 염려하던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할 것을 제안하는데…


제2 바이올린만 줄곧 연주해 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이번 기회에 변화를 주어 돌아가면서 제1 바이올린을 연주하자고 했고, 제1 바이올린을 내내 연주해 오던 주자가 넌 그럴 실력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정말 빡치게 아내까지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 이런 상황 속에서 하룻밤의 외도가 아내에게 들통나고, 아내는 떠나겠다고 하고, 그 와중에 딸년은 내 동료를 사랑한다고 하고...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 보듯 흘러갔는데, 그럼에도 마지막의 연주 장면은 참으로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보통의 공식이라면 병을 이겨내고 이 무대를 무사히 완성시켰겠지만, 인생은 그리 후하지가 않은 법! 피터는 자신이 동료들의 연주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새 첼리스트를 소개한다. 25년이나 이들의 연주를 응원하고 감상해 오던 관객들이 쓸쓸하게 퇴장해야 하는 이 연주자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은 뭉클하기만 했다. 25년을 연주한 음악가들만큼, 25년이나 한결같이 팬이 되어준 관객들도 멋졌다. (아, 25년 차 가수 이승환이 떠오르네. 나는 15년 차 팬이지만....)


비올리스트 아내 역의 캐서린 키너를 '아메리칸 크라임'에서 먼저 보았는데 차분하면서도 복학접인 느낌의 연기를 해내는 배우로 보였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머리카락과 수염 때문인지 본인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마스터에서도 그런 느낌이었고... 


음악은 들을 땐 좋았는데, 한달 더 지난 지금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하하핫..;;;;








★★★☆


57. 에픽-숲 속의 전설


이날 나는 일이 일찍 끝나서 의도치 않게 극장을 가게 되었다. 금방 시작하는 걸로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는데 내심 '감기'나 '숨바꼭질'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방학이라 그런지 관객이 많았고, 줄이 줄어들지를 않아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감기나 숨바꼭질을 예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줄 다 서고도 넉넉히 시간이 남는 '에픽'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영화는 대박 재밌었다. 



이 환상적인 숲의 모습이라니! 정말 숲의 요정들이 날개를 부비며 물위를 활주할 것만 같았다. 이제서야 라푼젤이 상영됐을 때 3D로 보았더니 좋았더라~라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나도 3D로 보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다. 급하게 끊은 표라 '우리말 녹음'으로 보았는데, 생각 외로 우리말 녹음이 괜찮았다. 한승연은 장희빈에서는 연기가 영 아니다 싶었는데, 여기서의 목소리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이 좀 별로였던 듯. 하긴, 둘다 가수 출신 연기자지... 


그보다, 어린이 관객이 많은 게 구멍이었다. 영화 중간에 팝콘 먹다가 싸움 붙은 아이들 하며, 중간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팝콘이랑 콜라 전해주느라 스크린 가린 엄마 하며..;;;;;


아무튼! 사필귀정을 잘 따르는 줄거리라지만, 그게 하나도 문제 되지 않을 만큼 재밌게 보았다. 숲의 여왕님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우아하면서도 섹시해 보였고, 여왕님의 뒤를 잇게 된 철부지 꼬맹이의 선망 어린 눈동자도 보기 좋았다. 달팽이 콤비의 개그는 좀 식상했지만!









★★★★


58. 숨바꼭질


가히 손현주의 리즈 시절이다. 추적자가 작년 드라마던가?(아, 추격자이던가? 여전히 헷갈림...;;;) 올해 숨바꼭질도 흥행 성공했고, 최근 '황금의 제국'까지... 과거 소시민 느낌의 배역만 맡았는데 이젠 재벌 회장님 역도 소화한다. 하하핫, 그리고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이 작품에서도 돈 좀 있는 사장님 역할이었다. 


아이의 나래이션을 앞과 뒤에 배치시킨 건 무척 효과적이었다. 이 작품의 음울하고 씁쓸한 느낌을 두배로 불려준 느낌이다. 


입양된 집에서 형을 밀어내고 재산을 상속받은 손현주. 그 원죄의 고리가 지금에 와서 나와 내 가족들을 위협하는 거라고 믿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믿었다. 이 완벽한 맥거핀! 



전미선도 예전에는 평범한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갈수록 재벌집 사모님 역할을 많이 맞게 되었다. 이 배우는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특히 흰색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역으로, 팜므 파탈적 배역을 맡으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배우 이기도 하다. '해를 품은 달'에서 새빨간 입술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마지막에 보여준 춤사위가 정말 아름다웠다. 음악도 없이 연기했다던데 대단대단! 다만 흠이 있다면 목소리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면 좀 빠른 말투도 가능해지려나....;;;;


문정희의 신들린 연기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측은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 집을 지키려는 자와, 그 집을 빼앗으려는 자의 사투란 이 미친 집값의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어저께는 이이제이에 출연한 김광수 소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이놈의 망할 집값 때문에 3포 세대가 된 청년들, 그리고 자식을 낳지 않으니 더더더 집값은 떨어지고, 더더더 악순환으로 돌고 도는 경제 문제를 짚어냈다. 방송을 들으며 이 영화가 떠올랐다. 대한민국과 부동산에 대해서... 


http://www.podbbang.com/ch/4362 [52회 인터뷰 김광수 경제 연구소 소장]


연구소장]






★★59. 감기내가 좋아하는 수애와 장혁 주연이어서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다.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사정 없이 과시해 주었는데, 영화 보면서 제작비 보전이 될까 걱정스러웠다. 초반의 수애는 지나치게 안하무인이어서 마지막의 애교 섞인 모습이 잘 안 섞였다. 어찌 보면 '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삶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반증 같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서 장혁은 유머러스하고 허당의 얼굴로 덮었지만 거의 '성자' 수준의 직업의식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의 소방관들은 멋지고 훌륭하고 근사하기까지 하지만, 내 남자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한다면....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영화 말미에 언제든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시민들이 뛰쳐나가는데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87년 6월 항쟁과, 광주에서의 학살이 지나칠 정도로 겹쳤다.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군인이라지만, 발포해버리면, 그래서 사람이 죽어버리면, 저 군인은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또 다시 이런 학살의 기억을 갖고 살아야 한다면.... 뭐 이렇게 생각이 폭증을 해버려서 감정이 아주 힘들었다. 다행히 영화는 잘 수습되었지만... 차인표가 대통령 역으로 나왔는데, 차인표는 '정치인' 역할이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은 '영어'로 싸울 수 있는 정치가 타입의 배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정말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작권도 없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최근 전투기 도입 관련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숨 나오는 게 이 나라의 국방 분야뿐이겠냐마는... 내내 저렇게 안고 찍었을 텐데 엄청 힘들었겠다! 장혁은 영화 끝까지 검댕이 묻히고 나왔는데, 저 엄청난 혼란 속에서 수애는 마지막까지 완벽 메이크업을 자랑했다. 예쁘게는 나왔지만 이건 프로의식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미모로운 것을...그러고 보니 야왕에서도 둘은 모녀로 나왔다. 수애가 미국 가 있는 사이에 등장해서 함께 나온 씬은 없었지만... 이 아이의 이름이 박민하던가?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알고 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것이, 아이가 지나치게 영악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줄 꿰어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점점 더 예쁜 '척'을 한다. 그냥 있어도 예쁜 아이인데... 너무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지랖 넓게도 걱정이 되는 그런 아이이다. 난 이 아이의 연기를 보면 '자연스러움'을 못 느끼겠다. 그런데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무려 안티 카페까지 있다고. 아니 측은함을 느낄 일이지 안티질까지야...;;;;;바이러스가 발발한 곳이 분당이었다. 지역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텐트 안에 갇히게 된 중년의 아저씨가 분당 주민을 뭐로 보냐는 뉘앙스로 저항을 했는데, 집값 높은 땅에 사는 거주민의 프라이드가 느껴져서 웃펐다. 숨바꼭질을 볼 때와 같은 느낌. 그러니까 대한민국과 부동산으로 통하는 키워드랄까. 영화는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100억이나 든 제작비를 생각하니 안습이...;;;;; 연가시보다는 좋았지만 컨테이젼

보다는 많이 부족했다. 





★★★☆60. 일대종사왕가위에 대해서 특별히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와 같이 찍었다고 한다면, 조금 더 관심이 가기는 한다. 거기에 양쯔이와 송혜교도 들어가 있으니 조금 더 양념을 친 느낌!


송혜교 분량은 아마도 짧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정말 짧았다! 게다가 양조위가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리도 짧아...;;;;;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한 승자와 패자의 간결한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상도 그렇게 수직과 수평으로 간결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영상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아름답고 강렬한 영상들이 계속 이어졌다. 감독은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고수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길 원했고, 수년에 걸쳐서 무술을 연마하게 했다. 장첸은 심지어 대회에 나가 우승까지도 했다고...장쯔이가 연기한 궁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무용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몸이 유연한 장쯔이의 무술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엽문과의 대결도 무술 한판이 아니라 무용극을 보는 느낌처럼 흘렀다. 그렇게 의도하고 연출한 왕가위 감독일 테지. 


고백하자면... 이 영화에 양조위와 송혜교, 장쯔이의 출연만 알고 있어서 다른 배우들은 관심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 내 눈에 장첸은 마삼 역할을 한 배우와 무척 닮아 있었다. 난 둘이 동일 인물인 줄 알고는 장쯔이가 왜 저 놈을 도와주지! 했다. 둘이 다른 배우라는 걸 거의 끝에 가서야 알아차린...;;;; 



두번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엽문. 한 문파를 이루어 일대종사로 불릴 만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그 얼굴에 담긴 쓸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마지막 사진의 꼬마 아이는 이소룡으로 생각해도 될까? 


영화는 무척 좋았다. 화양연화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영상은 더 아름다웠고, 액션은 보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개봉 날짜를 잘못 잡았나? 생각 외로 흥행은 거의 못한 듯.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었다. 어쩐지 섭섭한 느낌... 






★★61. 엘리시움디스트릭트9은 무척 힘들게 봤다. 그날 경복궁을 샅샅이 걸어다녔고, 아주 피곤했다. 그런데 친구가 대신 가달라고 한 시사회 표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보았는데, 사실 3/4은 조느라고 거의 보지를 못했다. 게다가 기괴하게 생긴 외계인만 잔뜩 출연을 하니 눈도 즐겁지가 않고... 주변에선 호평 일색이었는데 같이 못 즐겨서 뿔이 났나 보다. 이번엔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8월의 마지막 날에 보게 된 영화 엘리시움!

악역을 시켜도 아주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국방장관 조디 포스터! 다만 마지막에 죽을 때 너무 허무했다. 멧 데이먼은 이 작품을 위해서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고. '인빅터스'에서 미식 축구 선수로 나왔을 때는 울퉁불퉁 근육을 자랑했는데, 이번 근육은 아주 슬림하고 날씬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정도 뒤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우주에 떠 있는 '엘리시움'은 그야말로 '낙원'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의 난민들이 사는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실제로도 쓰레기장에서 촬영을 했다고...;;;;지구의 못 배우고 가난한 족속들은 하층민의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엘리시움에서 사는 선택받은 인간들은 우아하게 '불어'를 쓴다. 하하핫, 역시 웃프다.  설국열차에서도 열차의 앞쪽 칸에 살고 있는 계층들은 술에 쩔고 약에 쩔고,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뭔가 치열한 열정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 영화속 상류층도 우아하게 와인 잔을 기울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은 흥겨운 노래는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렇게 나눠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고아 소년시절부터 맥스는 엘리시움을 갈망했다. 엘리시움 행 티켓을 꼭 사겠다고 결심했다. 같이 자라게 된 고아 소녀 엘리스에게도 엘리시움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리고 맥스는 그 약속을 지켜냈다. 그가 방사능에 노출되어서 달랑 5일 밖에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로보트는 약을 주는 대가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부터 받아갔다. 사람의 생명보다 귀찮아질 여지를 없애는 걸 더 먼저 챙기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맥스는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제 몸에 무기를 장착하고 청부 살인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싸워나간 시간 속에서 그는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처음부터 그가 영웅적 면모를 자랑하며 숭고한 사명의식에 불탔다면 영화는 묵직한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적 고아원의 수녀님이 말해 주셨듯이 이 작은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곳에서 갈망하는 엘리시움처럼,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맥스가 깨달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리관 안에 들어가서  빛만 조금 쬐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낫는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엘리시움의 저택. 저런 정도의 기술을 가질 수 있다면, 엘리시움이란 선택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낙원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어도 만들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지금도 인류가 모두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면서도 굶주리는 아이들이 넘치는 것처럼... 엘리시움의 시스템이 지구에서 의료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를 계산하고, 그들을 위한 우주선을 보낸다고 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명령어 하나만 바꿔줘도 저렇게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인 것을...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은 과연 성공할까...멧 데이먼은 어쩐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배우다. 그가 선택한 배역들이 주는 이미지일까? 악역을 전혀 안 맡았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선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상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엘리시움'의 뜻이 극락, 이상향, 파라다이스를 뜻한다고 한다. 영화 속 엘리시움에 딱이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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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외의 문화 생활도 정리해 본다. 



마태우스님의 저자 강연회에서 처음으로 마태우스님을 만났다. 다년간 갈고 닦은 유머 솜씨를 직접 확인한 아주 재미난 시간이었다. 책에 사인을 받으면서 문득, 예전에 선물로 받고서 중간까지 읽다가 중단된 책이 떠올랐다. 아뿔싸! 그 책을 다시 부지런히 읽기는 했는데, 리뷰 안 쓰고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아뿔뿔싸!! 이날 족발을 처음 먹어봤는데 내 취향엔 좀 아니었다. 독일식 족발이어서 그랬나 싶어 이후 한국 족발도 먹어봤지만 여전히 내게는 좀... 난 보쌈이 좋더라. ㅎㅎㅎ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카파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사진전은 꽤 좋았지만, 다른 사진전보다 월등히 좋지는 않았다. 이날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오는 바람에 치마가 홀딱 젖었고, 무척 안 좋은 일이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앞서 본 사진전의 기억도 그렇게 좋지는 않은 형태로 남았던 걸지도... 













아무튼, 이날 오후에는 야곱과 약속이 있었다. 야곱이 당첨되어서 같이 보게 된 '불편한 타이밍'은 요새 유행하는 코믹 연극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재밌긴 했지만 개연성은 무척 떨어지고, 일단 웃기고 보는 것에 무척 집착한 느낌. 


'조국으로 가는 길'과 '또까레프 초상전'은 앞서서 페이퍼를 작성했으므로 감상은 패쓰! 10월 13일까지 전시 중이니 아직 다녀오지 못한 분들 다녀오세요~


'그림 문답' 강연회는 3주에 걸쳐 다녀왔다. 평일이었고, 장소는 엄청 후미진 곳이었고, 마지막 날에는 비까지 와서 이걸 3주 연속 다녀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어이 다 참석했고, 무척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비록 피곤에 쩔어서 간간이 졸기는 했지만...;;;;









참석자들이 질문도 많이 했고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전에 다녀왔던 표암 강세황전과 초상화의 비밀,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도 함께 떠올랐다.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100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몽유도원도 전시회도 생각난다. 한 20초 보았던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감상이라고 할 수가 없었던... 몇 시간 기다려서 말이지...;;;;  하여간, 그렇게라도 다녀오길 잘했다. 이렇게 다시 떠올릴 기억이 있으니. 


올 봄에는 간송 미술관 다녀오는 걸 깜박했다. 수년 동안 봄가을 잘 챙겼는데 살짝 아쉽군!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생각난 김에 올가을 주제는 뭔지 찾아봐야지. 잊지 않게 달력에 표시도 해주고~ 가을은 전시회 보기에도 아주 좋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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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0-02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마지막 4중주의 크리스토퍼 발켄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에요. 나이 들면서 캐릭터가 더욱 강렬해진다고나 할까요? Deer Hunter에서 러시안 룰렛하다가 죽는 친구로 나왔죠. 일대종사는 여러 번 봤는데 역시 쿵후액션보다는 장면의 아름다움, 철학, 이런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구요. 팔극권 고수 일천선으로 나오는 장첸이 젤 멋있었네요.ㅎㅎ 특히 홍콩으로 이주해서 이발소/무관을 운영하는 부분이 많이 남네요. 궁이가 자신의 세월속에 남았다는 말이 가슴에 사무쳤더랍니다.

마노아 2013-10-02 13:11   좋아요 0 | URL
매달 이렇게 정리하는데, 이번엔 많이 늦어져서 숫자상으로는 두달이나 지난 느낌이에요.^^
크리스토퍼 발켄의 디어 헌터를 보지 못했는데, 마지막 4중주를 보면서 무척 깊이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노익장이에요.
일대종사는 나중에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정말 물 흐르듯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강한 사람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표현해내는 게 놀라웠어요. 장첸의 무술이 팔극권이군요. 대회 나가 일등한 고수...ㅎㅎㅎ 이발소에서 마지막 씬 엄청 웃겼어요.
전반적으로 무거웠는데 쉬어갈 틈을 주는 영화였죠. 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