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1
최종훈 지음 / 발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했다. 예매를 해두고서 생각해 보니 원작을 먼저 읽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1권을 사두었던 게 생각이 나서 영화 시작 전에 부랴부랴 읽어 보았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었다. 원래 첩보물이라는 게 흥미진진하기 마련이지만 북한에서 넘어온 엘리트 공작원이 바보 행세를 하고 있다는 설정은 더더욱 관심을 끌어버렸다.

 

 

똑똑한 녀석이 멍청한 역할을 하는 건 속아주는 재미가 있기는 한데, 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간 병기가 되어버린 이 청년이, 무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 똑똑하고 강한 사내가 2년 씩이나 바보 역할을 하면서 썩었다는 건 좀 설득력이 없다. 개연성은 꽤 떨어지지만 하여간 그 설정 때문에 이 작품에 개그가 성립된다. 동시에 북한과 남한의 차이로 인한 반응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월 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부자라며 벅차 한다. 월세 15만원을 받으며 네 개의 방을 세주는 달동네 할아버지는 최고의 갑부로 여기고 있다. 에이 설마, 공화국에서도 자본주의 사회 남한에 대한 공부가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믿진 않았겠지????

 

반년에 한 번은 동네 주민들에게 길에서 대변 보는 장면을 노출시켜야 했다. 날마다 주민들 보는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바보 행세를 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했나 보다. 예쁜 아가씨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여주었으니 청춘 로켓이 날라간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가엾은 것!

 

문제는 간첩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보면 고정 간첩, 특파 간첩, 이중 간첩 등등등... 정말 많은 간첩들이 등장한다. 모르긴 해도 정말 그렇게 숨어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르다. 무려 '꽃미남' 간첩이 셋씩이나 등장하니까! 영화가 흥행이 된다면 바로 그 꽃미남 파워지 싶다. 액션이 있으니 영상이 주는 효과가 크지만 함량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원작 만큼은 아니었으니.

 

 

한 팔로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 펴기를 100개나 해낼 수 있다면, 공화국 특급 전사 맞아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양손으로 해 보이는데 피아노줄 안 썼나 모르겠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유지태는 유선으로 휘어지는 매끄러운 요가 씬을 피아노 줄 달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림처럼 저렇게 매끈한 근육을 김수현도 만들었는데 너무 규격화된 식스 팩이 도리어 야생 들개보다 헬쓰 트레이닝의 결과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고생은 했으리라.^^ 

 

내가 기대를 건 것은 딴따라로 위장한 리해랑보다 어린 조장 리해진이었다. 어떤 배우가 연기를 했나 보았더니 선덕여왕에서 어린 김유신과, 대왕 세종에서 어린 세종 역을 맡았던 이현우라는 아역배우 출신 연기자였다. 그가 원류환에게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 원작만큼 설명을 다 해내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분위기나 이미지의 느낌으로는 좋은 캐스팅 같다.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그랬듯이, 이렇게 북에서 남파되어 온 엘리트 간첩은 우락우락 힘깨나 쓰게 생긴 얼굴보다 여리여리해서 힘 못 쓰게 생긴 얼굴이 더 설득력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마냥 기다리며 바보 행세하는 건 무척 답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동네 순박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은 그가 살면서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평화였고 사치였다. 그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마 저때는 절절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아래 사진의 제목이 마음 아팠다.

 

 

들개로 태어나서 괴물로 길러진 인생. 특수 임무를 띠고 간첩이 되어 내려온 것도 가혹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제거 대상이 되었다. 제거의 이유도 설득력이 좀 약했다는 게 흠인데, 그나마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가 좀 더 개연성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들 셋을 훈련시켰으면서 이들을 제거하러 온 북한 교관 출신 김태원! 이 역할을 배우 손현주가 맡았다. 얼굴의 흉터와 의안인 듯한 눈 분장으로 아주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서 출연했다. 역시 연기파 배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6-07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3-06-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주말에 애들을 떼어놔야 보러갈 수 있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3-06-07 13:56   좋아요 0 | URL
지금도 상영관을 휩쓸고 있으니 천천히 보셔도 일찍 내려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배급사에서 몇 백만은 알아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세실 2013-06-0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봐야지~~~ 김수현 매력에 풍덩 빠져볼래요^^

마노아 2013-06-07 13:58   좋아요 0 | URL
주말에 풍덩 빠졌다가 오셔요. "해줄 거지?" 할 때의 매력적인 미소가 오래오래 생각나네요.^^

세실 2013-06-10 13: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어제 봤어요^^ 해줄 거지? 아아~~~
바보 연기도 좋았고, 슈트 입은 모습도 멋지더라구요~

마노아 2013-06-10 15:08   좋아요 0 | URL
남자배우는 역시 슈프빨이죠!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그리 멋졌던 것도 슈트빨!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