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과 함께" 저승편을 엄청 감동 깊게 읽은 탓에, 이승편은 웹툰으로 다 보았고, 신화 편도 웹툰 연재 당시 열심히 챙겨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속 밀리다가 완결되면 봐야지... 하고 미루게 되었는데, 다시 책을 보니 상편은 다 읽었고, 중편 중간 정도까지는 연재분을 보았더랬다. 다시 읽어도 역시 재밌는 작품이다.

 

저승편과 이승편에 이어 '신화편'이 마지막으로 나왔는데, 내용은 사실상 앞의 작품의 '프리퀼'에 해당한다. 저승의 신들과 차사, 가택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입장이 되었는가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당연히 한국의 신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때로 작가의 창작 과정을 거치기도 했고, 약간의 편곡(?)도 가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작업들은 모두 조화롭게 구색을 맞추었고 통일성도 이루고 있다. 작가님이 '작가느님'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시작은 천지 창조부터 잡았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는데 그 혼돈의 작은 틈을 찢고 거신이 나타났다. 거신이 둘로 찢은 혼돈이 하늘과 땅이 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거신이 땅에서 솟아나 다투게 되었다. 처음 나온 거신이 눈이 무려 네개나 있는 두번째 거신을 제압했고, 그의 눈을 뽑아 하늘에 던지니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이 되었다. 두번째 거신은 흩어지고 세상에는 오색구름이 피어나 산과 강과 들이 생겨났다. 훗날 사람들은 첫번째 거신을 가리켜 하늘 문을 지키는 신 '도수문장' 또는 '미륵'이라 불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신이 하늘에서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그를 '옥황상제' 또는 하늘과 땅의 왕 '천지왕'이라 불렀다.작품은 천지왕의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의 테스트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간세상에 힘세고 영악하고 재주 기발한 놈이 나타나 사람들을 장악했으니 그의 이름은 수명장자. 그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을 알았다. 성격 드세고 잔인한 면이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짐승을 길들이는 법을 알려주어서 어느 정도 공도 있다. 그런 그가 인간 세상을 장악하고는 지나치게 허세를 부리다가 옥황상제의 눈길을 끈 것이다. 천지왕은 두 아들을 시험해 보려고 수명장자를 제압해 오라고 했다. 덕이 있고 재주도 좋은 큰 아들 대별과, 시기심 많고 성격 나쁘고 못되기까지 한 둘째 아들 소별. 공은 큰아들이 세웠지만 잡아챈 것은 소별이. 이어지는 시험에서도 사기를 친 소별이 이승을 맡고, 착하디 착한 큰형 대별은 저승을 관장하게 된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해와 달 때문에 이승 꼴이 말이 아니다. 제 힘으로 안 되자 결국 형님 손을 빌리게 되고, 대별왕 덕분에 하늘에는 하나의 해와 달만 남게 되었다. 신화에서는 그가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나오는데, 주호민 작가는 여기에 민중의 힘을 보탠다. 모두의 간절한 열망이, 십시일반 돕고자 하는 마음 가닥가닥이 모여서 거대한 힘을 끌어낸다고... 그렇게 그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멋있는 임금 대별왕.

 

 

이 부분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표현된다면 무척 감동적일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활이 생겨나고 보이지 않는 화살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그 열망들이 모아져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다. 작가는 '참정권'을 떠올리며 이 부분을 썼다고 한다. 뭉클하다.

 

 

달에서 떨어져나간 파편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저 파편들을 대별왕의 이름을 따서 '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저승의 임금이 된 대별왕. 그러나 일손은 부족하고 할 일은 지나치게 많다. 한마디로 도우미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저승에 맨 처음  도착한 사람이 있다. 혼자 힘으로 찾아온 이 사내에게 대별왕은 '염마라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줄여서 염라. 이때부터 저승의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열 개의 지옥은 열 명의 시왕이 다스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두머리가 바로 염라대왕. 저승 편에서 시크하게 나왔던 그 염라대왕의 시작이 이랬구나.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가웠다.^^

 

저승이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단 찾아오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 그래서 저승으로 인도할 안내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하는 게 바로 저승차사. 전작들에서 저승차사 셋이 나왔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이제 차례대로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저승차사가 되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겠다. 두근두근, 읽으면서 점점 더 기대가 된다.

 

역시 시크하기로는 결코 밀리지 않는 해원맥. 이 원칙주의자 사내가 추운 북방에서 외롭게 싸우는 이야기는 꽤 슬펐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오랑캐 소녀 덕춘이까지. 조상의 조상의 조상들부터 그 자리에서 살았는데, 힘있는 자들이 멋대로 경계를 정하고는 '오랑캐'라고 명명했다. 부당한 일이다. 질문이 많은 아이들의 해맑은 눈을 마주하기엔 해원맥이는 입이 짧은 사내다. 이 둘 사이의 은원이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동시에 저승차사가 되며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상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연재 때는 보지 못한 외전의 등장이다. 여기 성불하지 않고 남아 있는 지장 보살이 계신데, 망자의 손을 잡아주며 한 사람이라도 더 지옥불에서 구해내려고 하는 분이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역시 역부족. 수행 동자가 도우미가 필요하다며 이름을 추천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망자를 돕는 어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호사'

 

 

하하핫, 저승 편에서 가장 인기 좋았던 변호사님을 떠올리시라.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이어진다. 인과 관계가 자연스럽고 뚜렷하다.

 

상편에서 소별왕이 대별왕을 속일 때 그것을 방관하고 도왔던 이가 있다. 바로 서천꽃밭의 사라도령이다. 그가 왜 이승 세계에 원한을 품고 있는지를 설명한 게 중편의 시작이다. 중국의 신화에서는 신이 되면 인간적인 감정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욕망에 눈을 뜬 신들이 인간과 사랑에 빠져 일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원래 사람이란 희노애락이 있어야 행복도 불행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존재. 우리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무척 인간미가 있다. 이쪽이 더 좋다.

 

사라도령이 마음을 고쳐 먹어서 다행이고, 그의 아들 할락궁이가 아버지보다 더 서천꽃밭을 잘 지키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훌륭한 재주를 선한 일에 쓴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재주는 그렇게 써야 하는 법!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그리고 할랑궁이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건 천상에서 쫓겨난 색마 천년장자다. 아비 닮아 악독하기가 결코 부족하지 않은 막내딸의 업은 하편에서 마저 정리시킨다. 그 과정에서 강림도령이 자연스럽게 저승차사로 합류한다. 긴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도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을 조화롭게 엮어낸 작가님 솜씨에 일단 감탄! 신화라는 모티브가 있어도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승을 다스리는 소별왕의 그릇은 이미 이야기 했고, 점점 망가지는 이승을 보다 못해 저승의 대별왕이 나서기로 했다. 인간들이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지키기 위한 가택 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고, 그래서 필요한 인물들을 지정해서 집을 수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승편의 주역인 성주신과 조왕신, 측간신과 철융신, 그리고 문왕신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평화로워지기 위해선 일단 집부터 화목해야 한다는 것, 집안이 평안해야 마음도 평안해지고 두루두루 모든 게 좋아진다고, 역시 격하게 동의한다.

 

이 집의 위기는 '이승'편에서 제대로 다뤄주었다. 그것도 '철거민'을 소재로. 용산 참사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연재 당시에도 용산 생각이 많이 나서 보기 참 힘들었다. 작가님도 작업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왜 아니었겠는가. 그러고 보니 용산 참사 벌써 4주기다. 마음이 무겁다...

 

 

분위기 전환하자. 원래 유머가 가득한 주호민 작가! 적절하게 유머 보따리 풀어주셨다. 녹두생이가 엄마를 찾기 위해서 천상으로 갈 수 있는 두루미를 탔는데, 이 용한 두루미가 말도 한다. 자기는 십장생이라며. 먹이는 '잉어'를 쓰는데, 그 바람에 십장생 욕도 비스무리 듣고, 잉여 소리도 듣고... 심각할 뻔했는데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런 웃음 반갑다.

 

세권의 책이지만 다 읽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글씨가 많지 않고 그림도 큼직하고, 무엇보다 재밌어서일 것이다. 이제 프리퀼을 읽었으니 저승편, 이승편 정주행 한번 더 해주면 더더 맛깔나고 의미있게, 감동적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작품이 끝나서 아쉽지만,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쁘게 기다리겠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것이 나올지 몹시 기대가 된다.

 

덧글)오타 몇 개 발견했다.

중권 275쪽에 철융은 독에 갖히고>>> 갇히고

하권 90쪽 짚신이 다 헤졌네 >>>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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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신과함께서를 보고싶어서 네이버 웹툰으로 갔는데... 돈 내고 보라더군요...
아니 오백워....ㄴ을 휴대폰으로 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500원 쓰겠다고 문상 긁기고 그렇고 신용카드도 없고!!!!
책 사서 읽으란 말 아닙니까... 흑흑 아쉬운대로 집에 고이 모셔둔 [짬]이나 읽으렵니다. 벌써... 7번째 ㅋㅋㅋㅋ

마노아 2013-01-14 21:24   좋아요 0 | URL
어이쿠! 해 넘기면서 유료로 전환됐어요. 며칠만 일찍 갔어도 되었는데 안타까워요.ㅜ.ㅜ
근대 500원 휴대폰 결제될 텐데요. 아, 대신 세금이 붙으려나?
아무튼 안습이에용.... 짬 한참 전에 재밌게 봤어요. 저는 이제 무한동력 볼 차례예요.^^ㅎㅎㅎ

이진 2013-01-15 00:16   좋아요 0 | URL
제 마음대로 휴대폰 못 긁는 학생입니다... 헤헤
무한동력은 앞에 조금 봤는데 별로더라구요. 재밌으려나...

마노아 2013-01-15 23:25   좋아요 0 | URL
어제 네이버 마일리지를 사이버 머니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정책 동의' 메일을 받았는데 혹시 마일리지 있으면 시도해 봐요.^^
무한동력은 아직 보기 전인데 기대를 낮추고 봐야겠어요. 그럼 좀 더 재밌어질지도 몰라요.^^

같은하늘 2013-01-1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노아님 서재에 오면 볼 수 있는 만화~~

마노아 2013-01-18 18:43   좋아요 0 | URL
만화가 빠지면 섭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