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모두 지나가기 전에 6월에 본 영화를 정리해야 한다는 나름의 급박함을 갖고 오랜만에 페이퍼를 쓴다. ^^
36. 맨인블랙3
MIB3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무척 재밌었다. 1편은 까마득한 옛날에 본 기억이 나는데 2편은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2편을 보았는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3편은 앞 작품의 프리퀼에 해당하니까.
윌 스미스를 보고서 대통령 아저씨가 자기 우유를 마셨다고 울먹이던 꼬마 아가씨가 기억에 남는다. 토미 리 존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는 헐리우드판 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역할을 맡은 배우라고 한다. 사실 난 두 사람의 배우인 줄 모르고, 토미 리 존스 얼굴을 그래픽으로 주름 지운 줄 알았다.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리....;;;
아무튼! 제이의 아버지 얘기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설정이었지만 그래도 참 짠하고 아팠다. 비밀은 언제나 무거운 법!
★★★★★
37. 차형사
돈주고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때마침 6월 중으로 써야만 하는 무료 티켓이 있어서 냉큼 써버렸다. 강지환은 쾌도홍길동과 7급 공무원에서 참 좋았는데 이 영화는 좀... 실제로 살을 찌웠다가 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얼굴이 좀 삭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기 성격과 닮아 있어서 연기하기 편했다는 성유리는, 관객 입장에서는 꽤 불편했다. 그 오버스러운 목소리 톤이 좀 거북해서 말이다. 그게 자기 스타일이랬는데 뭐 어쩌겠냐마는....
암튼,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선택한 이 영화가 그래도 굳이 보고 싶었던 까닭은 모델 때문이었다.
이수혁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얼굴을 익혔고, 신민철은 잘 모르겠고, 내 관심은 김영광이었다. 이 사람을 이 뮤직비디오에서 봤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에 꽤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다. 아주 간단한 설정으로 찍었지만 이미지가 주는 임팩트가 크다. 여기서 김영광이 바닥에 넘어진 채로 주먹으로 땅을 치는 장면이 오래 각인되었다. 마지막에 벽에 부딪혀서 부서진 인형과 그 손가락에서 빛나던 반지도 인상적이다. 상처입어가는 얼굴로 변해가는 우리 공장장님은 말할 것도 없고. 이때만 해도 울 보스의 볼이 꽤 통통했다. 지금은 좀 많이 빠졌다.ㅜ.ㅜ
암튼,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마약 밀거래 현장을 덮치기 위해서 런웨이에 침투하게 된 차형사. 2주만에 뚱형사가 몸짱 모델로 변신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극의 흐름이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패션쇼 장면은 멋있었다는 것! 그냥 그걸로 만족하고 퉁쳐야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아주 재밌게 봤다는 내 친구한테 내 감상을 차마 말해줄 수는 없었다.
요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인지, 아님 촬영 컷인지 잘 모르겠다. 암튼 서 있기만 해도 다들 그림이 되는구나!
해신에서 근사한 무사로 나왔던 박정학 씨는 점점 악역만 맡고 있다. 살짝 아쉽다. 얼굴이 너무 각져서 그런가??
★★☆
38. 더 스토닝
이런 영화를 해주는 무비꼴라쥬가 좋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파키스탄이었던가? 혼인잔치에서 외간 남자를 보고 웃었다는 이유로 다섯 명의 여자가 명예살인을 당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6년이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관습이라는 구조 속에서 억울한 여성들이 죽고 있다. 기막힌 일이다. 세상은 얼마나 노여운 일이 많은지...
이란의 한 작은 마을. 이란계 프랑스인 기자가 자동차 고장으로 잠시 마을에 머문다. 그에게 접근한 한 여인은 이 마을에서 하루 전에 자행된 끔찍한 일에 대해서 고발한다. 여인은 전날 투석형으로 사망한 소라야의 이모였다. 소라야의 남편은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주 나쁜 놈이었는데 열다섯 어린 여자에게 꽂혀서 아내와 이혼할 건수를 만들려고 눈을 희번득인다. 두 아들마저도 아버지 닮아 가부장적인 구조 속에서 소라야는 두 딸의 생계를 위해서 매를 맞으면서도 남편을 견뎌내고 있었다. 위자료는커녕 아내를 죽여서라도 이혼하고 싶었던 남편은 음모를 꾸미고 가련한 여인 소라야는 마을 사람들이 침묵으로 공인한 음모 속에서 돌에 맞아 죽어간다. 제일 먼저 돌을 던진 이가 그녀의 친정 아버지였다는 점에서 그곳 여인들의 스산한 삶이 한눈에 보인다. 아버지에 이어 남편, 그리고 아들들마저 죄없는 그녀에게 돌을 던진다. 단번에 죽을 수 없고 천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투석형은 더 잔인하다. 예수님은 죄없는 자들에게 돌을 던지라 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죄많은 자부터 돌을 던진다. 그것도 죄없는 여인에게.
영화는 주제 의식이 명확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데는 아주 노련하지 않았다. 너무 직접적이어서 덜 은밀했달까. 작년에 보았던 '그을린 사랑'과 같은 그런 짙은 농도의 감정적 충만은 다소 부족했지만, 아직도 진행형으로 이어져 오는 '투석형'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역할은 톡톡히 해내었다.
★★★★☆
39. 두개의 문
독립영화를 예매하면 나혼자 보기 일쑤였던 우리 동네 작은 극장. 그 극장이 생긴 이래로 독립영화관에 이렇게 관객이 많았던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하겠다. 으레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행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진압군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어서 오히려 용산참사의 비극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누구의 책임이냐는 질문에 진압군이었던 이가 한템포를 쉬고 나서 농성자 때문이라고 대답할 때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일말의 망설임이 생각을 고른 것인지, 혹은 준비된 대답을 하기 위해 머뭇거린 것인지 모르겠다. 강요된 생각이건, 본인의 생각이건 그 한마디에 이 참사의 맨얼굴이 그대로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살릴 수도 있었다. 진압이 아닌 구조였다면.... 참사가 있었던 건물 자리는 이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ㅠ.ㅠ
영화 말미에는 쌍용자동차 투쟁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이 역시 진행형... 함께 살자고 외쳤던 그들의 구호가 메아리 친다. 용산 cgv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다는 건 그래도 고무적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함께 촛불을 들었다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던가, 김현정의 뉴스쇼였던가... 암튼 어디서 소식을 들었다. 뉴스를 들으면서 가슴 졸이는 일 말고, 좀 속시원하고 감동적인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뉴스를 시청하는 건 필연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
40.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
요새 나는 꼼수다가 제법 재미가 시들해졌고, 나는 꼽사리다가 좀 더 관심을 끌고 있는 와중에 '나는 딴따라다'까지 꼼수의 재미를 위협하고 있다. 자칭 불세출의 연출가 탁현민과 개그우먼 곽현화, 그리고 커밍아웃한 영화 감독 김조광수가 고정 출연이다. 1회는 조금 지루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무척 재미 있었고, 지난 주에 들었던 오지 탐험을 많이 한 탁재형 피디가 특히 재밌었다. 암튼! 그 방송 덕부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버렸다. 평점도 꽤 괜찮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제법 재밌었다. 많이 유쾌하고 꽤 슬펐다. 아무래도 장례식이 있으니까. 많이 억압되어 있는 만큼 더 노골적인 게이들의 농염한 농담도 흥미로웠다.
첫번째 사진의 남자는 드라마 '동이'에서 심운택 역할을 했다. 나는 그때도 박용하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도 보는 내내 박용하가 떠올랐다. 안타까운 청춘이지.... 두번째 사진의 여자는 '여섯 개의 시선'에서 장례식장 주차장 매표원으로 나왔더랬다. 무척 중성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레즈비언으로 나온다. 미안하게도 너무 잘 어울려서리..ㅜ.ㅜ 세번째 사진의 여자는 류현경이다. 방자전과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나왔는데, 이 작품에서 아주 깜찍하고 당차게 나왔다. 캐스팅 무척 잘 된 편이다. 또 한명의 남자 주인공은 내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패쓰!
나는 이 작품을 박희정이 그렸기 때문에 닥치고 구입했는데, 자세히 보이 이 영화가 원작이다. 영화 보고 나서 바로 볼 생각이었는데 사실 그 사이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아직 비닐도 못 뜯었다. 이 폭풍같은 나날들은 당분간 좀 이어질 전망이다. 발밑에도 최근에 구입한 만화 '벡'이 박스에서도 나오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아무튼 이번 방학에는 보고 싶은 책이다.
★★★★
4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나는 이 영화를 무척 기다린 편이었다. 많은 영웅물들이 있지만 그 중에 제일 좋았던 건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다. 배트맨은 아주 세련된 갑부라서 마음에 들었고 스파이더맨은 반대로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돈이 많건 적건 영웅들은 고뇌했다. 그 고뇌를 깊이있게 연출해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좋았고, 전작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좋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냥 앞의 시리즈의 리메이크에 불과했다. 이야기 구조도 거의 똑같고 결말도 그랬다. 좀 더 청소년용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렇다고 딱히 더 재밌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주인공의 비쥬얼이 좀 더 훌륭해졌다는 것 말고는 변화가 없다. 더 잘 생긴 주인공이 나왔다고 해서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도 않고 말이다. 게다가 '헬프'에서 스키터로 나왔던 이 여자 주인공은 여고생으로 나오기엔 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던가? 포스터는 꽤 공들여 작업한 것 같지만.
맨인블랙3처럼 프리퀼을 기대했던 건 내 착오지만 아무튼 스파이더맨은 많이 아쉽다. 필연적인 대결 구도를 위한 악역 리자드맨은 분장도 허술하고, 2탄을 위한 포석도 너무 뻔했다. 게다가 도마뱀사나이란 이름은 또 어찌나 성의가 없던지... 그래도 조카 세현군이 보면 아주 좋아라 할 것 같은데 녀석은 지난 주말에 이 영화보다 아이패드 게임을 택했다. 이제 그럴 나이인가..ㅜ.ㅜ
★★★☆
그밖에 6월에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전과 G마켓 콘서트, 그리고 이승환의 회고전을 다녀왔다. 영화보다 더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티켓이 있다. 7월 말까지 '영원의 도시 로마전'을 다녀와야 한다. 며칠 남지 않았다. 내일은 움직여야지 싶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2012년 7월에 본 영화들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일단 오늘 보고 온 '도둑들'을 광고하고 싶다. 앞에 10분 놓친 게 무척 아쉽다. 한번 더 보고 싶다. 다음주 예매해 놓은 아이맥스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마찬가지. 아, 이삿짐 싸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