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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7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백귀야행을 다시 펼쳤다. 16권까지는 바로바로 읽었는데, 17권부터 밀려서는 현재 20권까지 출간되었다. 대략 한달 전쯤에 야곱에게 백귀야행을 빌려주게 되었는데, 뒷권을 궁금해할 것 같아서 부지런을 떨 생각에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읽으니 더 정겹고 재밌었다.
이마 이치코의 연출 방식은 한 번에 바로 이해가 되질 않고, 다시 되돌아가 짚어봐야 깔아두었던 복선을 다 찾아먹을 수가 있어서 이번엔 아예 두번씩 읽었다. 그랬더니 확실히 이해도 되고 더 재미있고 그림도 눈에 바로 들어온다. 독자를 조금 피곤하게 하는 작가이지만, 그것도 매력일 것이다.
카이 삼촌은 현실 세계에서 오래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래도 영감의 발달이 리쓰보다는 둔한 것 같다. 알아차리는 게 느린 건 아니지만 반응속도랄까 대응방법이랄까. 현실 세계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거기서 벌어진 차이 때문으로도 보인다. 아무튼,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본인에게만 보이는 저런 요괴들 때문에 난처한 상황도 벌어지고, 또 앙증맞은 복수도 가능한 이 세계가 참 재밌다.
아키라도 집안의 핏줄 답게 영감이 발달되어 있지만 평상시에는 잘 안 보이다가 뭔가 특별한 계기가 생기면 꼭 얽히게 된다. 한데서 잠들어 있는 노숙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그 이는 역시 요괴다. 업힌 순간 저리 커져버렸다. 이 또한 아키라의 영감과 반응해서 나온 현상일 것이다.
'미혹의 벚꽃' 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아키라와 즈카사, 리쓰가 다 함께 고생했지만 실력들을 잘 발휘하기도 했다.
달밤에 사람을 현혹시키는 벚나무의 느낌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무척 몽환적으로 보인다. 저런 나무를 혼자만 보는 것은 범죄라는 저 침입자의 투덜거림이 공감갈 정도로!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리쓰의 할아버지 살아 생전의 이야기가 나온 '추격말' 편이 가장 재미 있었다. 아무리 리쓰와 카이 등등이 날고 뛰어도 할아버지의 영감만큼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니 그는 천상 이야기꾼! 게다가 이마 이치코 특유의 유머가 잘 살아있기도 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살아나는 엽기적인 사건을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게 포장하다니, 작가들의 능력은 참 대단하다.
새해엔 백귀야행 나머지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시작할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