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적 - 글 없는 그림책
피터 콜링턴 지음, 문학동네 편집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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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콜링턴의 글 없는 그림책이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날, 할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
불기 없이 추운 집은 바닥이 꺼져 있다.

연료도 없고, 식량도 없다.
가진 거라곤 할머님가 애지중지하는 아코디언 하나 뿐.
할머니는 눈길을 걸어 시내로 나갔다.
불빛이 번쩍이는 화려한 거리에서 할머니는 오래오래 연주를 했지만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서서 있던 할머니가 주저앉게 되고, 마침내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때, 할머니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동품 가게의 '물건 삽니다'라는 글자!

아끼던 아코디언을 팔고서 받은 돈은 지혜 판장이 전부.
눈물어린 입맞춤으로 정든 악기와 이별을 한 할머니.
그런데 소매치기에게 돈을 넣어둔 상자를 빼앗기고 말았다.
범인의 뒤를 쫓는 할머니!
이 나쁜 놈은 심지어 교회까지 털어서 모금함을 갖고 나오는데,
할머니는 결사항전으로 덤벼 모금함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소매치기범은 서둘러 도망을 갔고, 교회 문을 잠그고나서야 안심하는 할머니.

그렇지만 교회 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이날 도착했던 예수 탄생을 이야기하는 인형들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정성껏 교회를 정리하고 인형들을 제자리에 놓는 할머니.
마지막으로 아기 예수를 마리아 앞에 놓아두고 모금함까지 제대로 세워둔 할머니가 천천히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하루종일 굶고 소매치기범과 싸우기까지 하느라 기력이 쇠해진 할머니는 그만 눈밭에 쓰러지고 만다. 이대로 할머님가 눈과 함께 사라질까 걱정되던 때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던 인형 한 무리가 달려온 것이다.
이들은 서둘러 할머니에게 온기를 전하고 할머니를 집으로 옮겼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이들의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골동품 가게에 가서 자신들이 갖고 있던 예물을 돈과 바꾼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내민 이들은 누구? 바로 동방박사 세사람 되겠다!
이들은 할머니가 팔아버린 아코디언을 되찾았고, 할머니의 주방을 맛있는 냄새로 채울 장보기에도 바쁘다.

낡은 통나무 집이 순식간에 아늑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구멍난 바닥을 메꾸는 목수가 직업인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의 저 힘찬 어깨짓을 보시라!
양치기 목자도 트리를 장식하고 있고, 성모 마리아는 할머니의 손에 계속 온기를 불어주고 있다.

마침내 정신이 든 할머니는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기적같은 변화에 화들짝 놀란다.
생전 이렇게 멋진 크리스마스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누가 이런 선물을 주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할머니는 이 고마운 기적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아코디언 연주도 하면서 기쁜 성탄을 노래하는 할머니.
그리고 문밖에는 자그마한 발자국이 무수히 찍힌 채 별빛 아래 빛나고 있다.
이보다 더 근사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또 기적이 있을런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를 펼쳐낸 작가의 솜씨에 크게 놀랐다.
조카에게 선물하려고 꺼내들었지만, 그냥 나에게 선물하는 책이 되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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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2-26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기적의 크리스마스였군요.
마노아님도 행복한 클스마스 보냈나요?^^

마노아 2011-12-26 17:28   좋아요 0 | URL
헤헷, 근사한 기적이지요?
저는 공장장님과 함께 하는 멋진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냈어요.^^ㅎㅎㅎ

2011-12-26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1-12-2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호호호호 나한테 기적은 따로 있지롱 으호호호호호

마노아 2011-12-26 17:29   좋아요 0 | URL
기적의 주인공 네꼬님! ㅎㅎㅎ

희망찬샘 2011-12-27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자없는 그림책 넘버 원 되겠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글자없는 그림책을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지요. 희망이 서너 살 때, "엄마, 감동적인 책 있잖아. 그거 읽어줘."했었지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그림읽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 책으로 시작합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사려고 검색해 보았었는데, 구할 수 없더라구요. 절판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같은 책 읽으신 거 너무 반가워 주절주절~

마노아 2011-12-27 10:40   좋아요 0 | URL
글없는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어렵지도 않고 게다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마음에 들던지요.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저도 다른 책을 구할 수 없어서 무척 안타까워요. 작품 자체도 많지 않아서 속상하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