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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 생명.평화.자연을 노래하는 글 없는 그림책, 2010 볼로냐 라가치 픽션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ㅣ 날개달린 그림책방 4
로날트 톨만.마리예 톨만 글 그림 / 여유당 / 2010년 6월
평점 :
극찬을 받은 작품이어서 내내 궁금했는데,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지나친 생략에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또 몇 달 흘렀다. 오늘 환경 관련 그림책을 찾다가 문득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책이라고 하니 다시금 천천히 그림을 넘겨본다. 먼저 보았을 때보다 마음에 와서 부딪히는 것들이 있다. 왜 좀 더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일까.
표지를 펼쳐보니 고래 위에 올라탄 북극곰이 정겹기 그지 없다. 푸른색과 하얀 색의 조화가 더더욱 생명과 평화와 자연을 노래함에 큰 도화지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나무 위에 지어진 나무집 아래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하얀 곰. 그리고 조각배를 타고 다가서는 갈색 곰이 마주본다.
비가 그치고 수위가 낮아지니 점점 땅이 드러난다. 계절이 바뀐 것이다. 바뀐 계절은 그림의 톤 변화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곰을 받아들인 것처럼 나무집에서는 홍학도 받아들인다. 학을 등위에 태우고 다가서는 코뿔소 역시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다. 모두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일 뿐이다.
나무 위에 걸터앉은 동물들이 멀리서 보면 각양각색의 나무 열매로 보일 것 같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올곧이 서로의 시간을 즐긴다. 모두가 지극히 평화로워보인다. 이 따뜻한 보금자리에 대한 소문이 곳곳에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책에서는 샛노랑 색인데 사진에서는 초록빛으로 보인다. 내가 사진을 잘못 찍었나...
둥실 떠가는 저 배가 나무집의 친구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된다. 타고 싶니? 얼마든지 이리 오렴!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다시 계절이 바뀐다. 철새들은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혹 모른다. 반대편에 나무집처럼 흥미로운 곳이 또 있을지도. 얼마든지 가도 좋고, 얼마든지 다시 돌아와도 좋다.
언제나 대가 없이 포근했던 나무집은 그 자체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듯 어느새 구름 사이를 거닐고 있다.
겨울이 되어 하얀 눈을 망에 담아보는 곰 녀석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 걸려 있다. 달밤에 욕심 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그림은 또 얼마나 마음을 달뜨게 하는지...
효과를 주는 바람에 달이 반이나 잘려나간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ㅜ.ㅜ
이 책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어떤 직접적인 메시지나 교훈도 주지 않으려고 글도 없이 그림만 담아냈다.
하지만 비어 있기 때문에 꽉 찬 그림 곳곳에는 자연에 가득 담긴 조화로움과, 그 조화로움이 빚어내는 평화가 물씬 묻어있다.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비워주는 그림은 수채화의 특성을 살려 물과 색과 빛의 조화를 멋지게 이루고 있다.
조화! 그 어느 때보다 새겨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