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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X-men: First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5월 31일에 할인쿠폰과 카드 할인을 겸하면 영화 한 편을 공짜로 예매할 수가 있었다. 수요일은 수영을 가야 하니까 시간이 안 됐고, 그래서 목요일에 볼 영화를 고르니 죄다 엑스맨 밖에 안 뜨지 뭔가. 다른 영화는 있지만 오전이나 밤 늦게 상영하는 시간표. 도리 없이 엑스맨을 예매했다. 엑스맨 1편을 보고 그 사이 영화들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검색해 보니 1편은 2000년에 나온 영화다. 어휴, 10년이나 지났으니 잘 생각 안 나는 게 당연하다. 기억에 울버린 역의 휴잭맨은 떠오르고, 키스를 했더니 상대 남자가 감전되어 쇼크로 죽었던가? 뭐 그런 소녀가 나왔던 게 생각나고, 엄청 많이 먹어도 끄떡 없는 남자가 식당에서 내기하던 것도 기억난다.(근데 그게 엑스맨 맞나????)
뭐 암튼, 어차피 이번 작품은 프리퀼이니까 사이에 못 본 영화들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캐릭터가 겹치니 내용이 더 생각이 나면 이 인물은 나중에 갈라서겠군, 끝까지 남겠군... 정도의 정보를 알겠지만 몰라도 문제 없다.
시작은 1944년에서 출발한다. 에릭은 유태인인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지면서 철문을 밀어내는 능력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 덕분에 눈에 띄어서 동전을 움직여 보라는 명령을 받지만 해내지 못하고, 그 바람에 엄마는 눈앞에서 총살을 당한다. 그때 받은 충격과 분노로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그 바람에 실험 대상이 되어서 불우하게 성장한다.
한편 찰스 자비에는 무척 부유하고 안전한 집에서 성장을 하고, 파란 피부를 가진 돌연변이 레이븐을 만나면서 자신같은 존재가 또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친구이자 남매같은 사이로 성장한다. 시간은 62년으로 점프. 냉전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으로 이동한다. 어느덧 찰스 자비에는 유전학 교수가 되어버렸고, 레이븐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품고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낸다. 한편 CIA요원인 모이라는 임무 수행중 돌연변이를 목격하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찰스를 찾는다. 모이라의 기억을 훔쳐본 찰스는 더 많고 다양한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찾아내라는 미 정부의 임무를 수락한다.
처음에 그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제 능력을 감추고 살거나, 혹은 제 능력에 취해 우쭐거리던 이들이었고, 아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어떤 자각도 없는 상태였다.
성인이 된 에릭은 자기 자신과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실의 쥐로 만든 세바스찬 쇼우를 찾아나서다가 찰스의 팀으로 합류한다. 세바스찬 쇼우는 미국과 소련의 가운데서 양쪽 군 수뇌부를 움직여 제3차 대전을 일으키려고 음모를 꾸미는 중이었다. 영화는 이 부분을 1962년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과 연결시켜서 나름 극적인 연출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사소한 웃음 몇 자락 외에는 이렇다 하게 보여준 게 없었다. 과도한 핵무기 개발 노력이 돌연변이의 출연을 더 증폭시켰다는 설정은 현재 시점에선 시사하는 바가 몹시 컸지만 그 또한 슬픈 일이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가 워낙 수작이어서 '프리퀼'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보다. 적어도 더 후대에 만들었으니까 기술적으로 혹은 시나리오 상에서 더 정교한 솜씨를 내보일 거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엑스맨은 이도 저도 아닌 축이다. 그들이 '돌연변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세상의 무관심과 편견에 부딪치며 꽤 고생을 했을 거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설득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캐릭터들의 이합집산에는 그런 연결고리가 무척 부족했다. 까메오로 잠깐 등장한 휴잭맨의 울버린은 까메오를 위한 까메오였고, 내내 자학 모드였던 레이븐이 제 모습을 갑작스럽게 자랑스러워하는 데에는 에릭의 몇 마디 말이 전부였다. 반면 그랬던 에릭이 메그니토로 돌변하는 것도 너무 순식간이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1960년대인데, 그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도 그닥 들지 않는다. 영화가 2/3가 지나서야 짓게 된 몇몇 웃음코드 전에는 이 영화가 왜 이리 길까, 언제 싸우고 끝낼까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워낙 대단한 특수효과도 많이 보았던 터라, 이젠 돌연변이가 대거 등장하는 이런 영화의 장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스토리에서 힘을 못 쓰고, 화면에서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니 영화의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퀼' 역할로서의 이야기만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계속 챙겨볼지는 모르겠다. 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짜표가 생기면 혹 모를까. 이번 영화는 나에게는 좀 아니올시다였다.
근데 '엑스멘'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복수잖아. 표기법에 안 맞나??? 참, 자막에 두 번 실수 있더라.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