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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8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주강현 지음, 이규경 그림 / 보림 / 1995년 2월
평점 :
절판
주강현 씨가 글을 썼다고 해서 그림책이지만 뭐랄까, 보다 학술적인 느낌의 책을 상상했다.
그런데 책을 펴는 순간 난감했던 것은 그림이었다.
도저히 학술적인 느낌과는 어울릴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저 광활한 여백이라니, 말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설명할 것도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마구 실망이 밀려올 즈음, 나름의 반전이 있었다.
뜻밖에도, 재밌는 거다.
나무의 사계절을 보여준 뒤, 시집 장가가는 나무들로 인해 모두가 흥분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신랑 각시되어 마을 입구에 우뚝 서게 된 장승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앞에 마을 처녀 총각들도 큰절을 올리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시집 장가 가게 해주세요!
올 농사 풍년들게 해주세요!
아, 나라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하나... 중얼중얼... 소원이 너무 많은 걸!
뒷부분에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읽는 장승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얼핏 험악한 얼굴로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해학적인 우리네 얼굴의 장승 사진도 반갑다.
심슨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첫 장승은 전남 승주군 송광면 이읍리의 벅수다. 벅수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장승을 부르는 이름이다.
두번째 사진은 전남 승주군 송광면 대흥리의 벅수다. 코가 높다라한 것이 오똑한 걸!
마지막의 퉁퉁한 얼굴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 입구의 호법대신이다. 온갖 잡신들이 들어섰다가 호되게 놀라며 당장 도망칠 듯 부리부리하다.
요새는 시골에 가도 축소된 도시 느낌이 나서 장승들이 잘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지키고 친근해져야 마땅한 우리 유산에 대한 반가운 그림책이다. 비록 절판되었지만 이런 시리즈를 접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제주도 장승 돌하르방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