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106
아이린 하스 글 그림,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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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더운 여름 밤
루시가 창문을 열자
개구리 한 마리가 방으로 폴짝 뛰어 들더니
루시에게 생일잔치 초대장을 주었다.
게다가 생일잔치 때 쓰라고 요술종이 모자도 하나 주는 게 아닌가.
개구리는 다시 폴짝 뛰어 정원으로 돌아갔다.
루시로서는 느닷없는 이 한밤의 초대장,
하지만 거절하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기대가 아닌가!
더구나 요술모자도 받았으니 가야하는 건 당연지사.

요술 모자를 쓰고 집 밖으로 나가자 달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모자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루시는 나뭇잎만큼 작아지고 말았다.
정원의 딱정벌레들이 강아지만큼 커 보이고
불 켜진 할머니 방 창문은 하늘만큼 높아 보였다.
모든 것이 어리둥절해진 루시 앞에 택시 한대가 끽! 서버렸다.
아기 새가 운전하는 택시였다.
루시는 자연스럽게 생일잔치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가는 길에 루시의 택시는 여러 친구들을 태우게 되었다.
모자를 꾹 눌러쓴 생쥐 아줌마도 만났고,
조금씩 기어서 열심히 가고 있던 자벌레도 만났다.
낡아 빠진 조그만 인형도 동행이 되어버렸다.
어느 더운 여름밤에 주인이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한 인형은 오래오래 외로워하고 있었다.
루시는 이들 친구들의 손을 잡고 즐거운 마음올 생일 잔치가 열린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올빼미한테 잡아먹힐 뻔한 위험이 닥쳤지만
올빼미가 우산을 빼드는 사이 이들 택시 일행은 빠르게 도망쳤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웅덩이 앞에 다다라서는 택시에서 내려 각자 배를 잡아타고 물 위를 달렸다.
루시랑 아기 새랑, 생쥐 아줌마랑, 자벌레랑 인형까지 말이다.
이들이 탄 배가 재밌다.
물고기도 있고, 자라도 있고, 빈 병에 딸기까지.
모두 자신에게 걸맞는 멋진 배가 되어주었다.

정원에 사는 이웃들은 빠짐없이 생일 잔치에 모였다.
귀뚜라미는 여름 노래를 불렀고
쐐기아저씨는 맛 좋은 토끼풀을 내놓았다.
흥겹게 춤을 추는 정원의 식구들!
여백 없이 꽉 들어찬 그림은 일견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황홀함마저 주는 환상적인 그림 축제를 펼치고 있다.

알고 보니 생일 당사자는 올빼미였다.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들이닥쳤던 올빼미는 자신의 생일 축하를 위해 모였다는 것을 알고는 머쓱해지고 만다.
축하 노래도 들었는데 벌레를 잡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 밤만은 생일 케이크만 먹기로 결심한다.
이거, 생일 끝나면 바로 잡아 먹는 것 아닌지 고민을 아니 할 수 없다.

케이크를 먹은 자벌레는 멋진 나방으로 변했고,
날 수 있게 된 자벌레는 아기 새에게도 비행법을 알려 주었다.
루시는 생쥐 아줌마에게 사탕 스무 개를 주며 고양이를 위한 예쁜 모자를 부탁했다.
허헛, 생쥐에게 고양이 모자를 부탁하다니, 루시는 참 너무하네!

생일잔치는 끝이 났고, 아기 새는 루시와 인형을 태우고 밤하늘을 훨훨 날아 할머니 방에 도착했다.
요술 모자를 벗자 루시는 다시 원래의 크기로 커져버렸다.

루시가 데리고 온 인형은 할머니가 어릴 적에 잃어버렸던 소중한 인형이었다.
인형도 옛 주인을 다시 만났고, 할머니도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밤이던가!
여름 날의 더위도 잊고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이야기의 힘은 다소 약하지만, 그림이 주는 충만감이 있다.
동양적인 느낌의 정반대에 서 있는 그림의 느낌이다.
꽉 차 있고, 풍성하고, 화려하다.
아이의 눈에는 이 싱그럽고 신비로운 정원 속 세계가 꿈나라처럼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을 보고 조카가 예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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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2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바빠서 살짝만 봤는데
오늘 다시 들려서 찬찬히 보네요.
곱다 곱다 했는데, 다시 보니 더 고와요. 색상이 사르르 녹을거 같아요.
모자 쓴 부엉이 그림도 너무 마음에 들구요.

마노아님, 이쁜 사진들 감사드리고, 즐거운 한주되세요.

마노아 2011-04-25 12:49   좋아요 0 | URL
저는 방금 마고님 서재에서 비창을 들었어요.
마고님은 여기 계셨군요.^^
그림이 환상적인 작가예요.
미처 찾아보지 못했는데 다른 그림책도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마고 님도 한 주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셔요.^^

카스피 2011-04-2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환상적이에요^^

마노아 2011-04-26 12:52   좋아요 0 | URL
그림에서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