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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 2 - 미스테리심리썰렁물 시즌 3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9년 4월
구판절판
1편에서는 공포 쪽이 더 컸다면, 2편에서는 짠함이 컸다. 3편에서는 벅찬 감동이 따라오길 기다리고 있다.
반상회 총무님 댁 딸 수연이는 희생자 여선이와 같은 학교 여학생이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비슷한 또래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학교도 2년이나 일찍 들어간 여선이는 무척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수연이는 활달하고 재기발랄하며 예의바른 아이다. 누구라도 사랑할 그런 아이.
경비 할아버지께 급식으로 받은 단팥빵을 내밀고, 모두가 피해가는 전과자 출신 사채 아저씨께 오라이~를 외치며 차 빼는 것을 도와주는 아이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밥 먹고 다시 학원으로 가려던 찰나, 반상회 일로 신경을 많이 쓰시다 잠이 드신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엄마가 차마 가지 못한 이웃 집에 대신 반상회 소식을 전한다. 여선이의 새엄마는 수연이를 보며 순간 딸이 돌아왔나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매일밤 딸아이의 혼백을 보는 엄마니 오죽 놀랐을까.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서로가 어색하고 멋쩍어서 다가서지 못하던 시간이 지난 일 년이었다. 진정으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고 아이를 잃은 것 같아 죄책감이 가득한 이웃에게 수연이는 가장 중요한 진실을 알려준다. 있는 그대로 엄마임을, 다른 게 엄마가 아님을 말이다.
이웃집의 수상한 남자를 의심하던 이들은 모두 한 가지씩 가정을 해본다.
그때 만약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
여선이가 전화를 했을 때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비가 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더라면,
당연히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갔을 것이다.
그 밤에 아이는 납치를 당해 죽지 않았을 텐데...
야간 경비의 눈을 돌리기 위해 정문 쪽에 살면서 후문 쪽으로 오라고 전화를 했던 범인.
그때 후문에서 정문으로 옮겨가 확인을 했더라면...
우리 가게에서 사간 가방이 사체를 숨기는 데 사용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더라면...
피자를 주문한 날짜가 희생자들이 살해당한 날짜와 겹친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더라면...
완력이 있는 2,30대 남자로 혼자 살고 면식범이라는 프로파일링에 해당되는 사내가 또 있다는 것을 알렸더라면...
그렇게 각자 의문을 품고 의심하는, 또 후회하는 한 가지씩을 했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오히려 잡힌 그 놈을 얘기하며 이제는 안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모두들 한 가지씩 생각해 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희생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헌데, 정말 끝일까?
놈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여전히 살인을 꿈꾼다.
그리고 그 놈은 우리 주변에 있다.
당신도 바로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나와 놈은 1대1이지만, 모두의 힘을 더하면 다수 대 그 놈의 공식이 성립한다.
여선이의 새엄마가 마음을 다잡았을 때 눈물이 났다.
매일밤 혼백이 되어서 찾아오는 그 아이를 돌아봐준 것,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의 젖은 몸을 닦아주고 위로해준 것.
얼마나 무서웠냐고... 가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말해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경찰서에서 용의자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 형사는 친딸도 아니냐고 한 마디 했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아주 정중히 사과한다. 그 장면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무심코 드러나는 편견, 그리고 그 편견을 인정한 것, 진심으로 사과한 것 말이다.
경비실 표노인의 과거도 들어났다. 그가 좀 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
이제껏 짊어지고 온 죄책감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믿어주었으면...
그나저나, 이 작품을 보고 나니 피자가 좀 무서워지려고 한다. 어제도 먹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