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의 눈 - Julia's Ey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작자가 더 유명한 영화 줄리아의 눈. 아직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그의 영화도 이 영화처럼 심장을 쥐락펴락 한다면 앞으로도 못 볼 것 같지만 제작과 감독은 분명 별개일 테지? 

사라와 줄리아는 쌍둥이다. 선천성 시력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사람은 벌써 6개월 동안 서로 연락이 없었다. 이미 1년 전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던 언니 사라가 어느 날 스스로 목을 메고 자살을 한다. 방안에는 그녀가 싫어하는 음악이 틀어져 있고 그녀는 그 음악을 끄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란 듯이 목을 메지만, 상대는 그녀가 올라선 의자를 넘어뜨리면서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같은 시각, 천문학자로 보이는 동생 줄리아는 천체를 관측하다가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직감적으로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 여긴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사라의 집을 방문한다.  

경찰은 그녀가 절망에 빠져서 자살한 거라고 단정짓지만 줄리아는 그 말에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사건 당시에는 정전 상태였는데 이윽고 전기가 들어왔을 때 울려온 언니가 싫어하는 음악도 그런 의심에 부채질을 했다. 시력을 잃었지만 기증자가 나타나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죽을 리가 없다는 게 줄리아의 생각이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예민함을 지적하며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가기를 바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녀의 시력도 금세 퇴화하기 때문에 그의 걱정은 일견 당연한 듯 보인다.  

줄리아는 사라의 이웃집 맹인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가 언니가 맹인 센터에서 다른 젊은 여성들과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곳까지 찾아간다. 탈의실에서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는 언니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때, 시력을 잃은 그녀들로 인해 자신을 따라온 또 다른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추적한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사내는 그녀를 향해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고 도망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잠시간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경험한 줄리아. 

 

이 장면을 보면서 줄리아 역을 맡은 배우가 엄청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쌍둥이니까 1인 2역을 소화한 것인데 분위기가 확 다르다.  

남편은 사라가 얼마 전에 수술을 받았고 수술이 실패했음을 줄리아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줄리아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편과 여행을 원한다면서 줄리아는 언니가 남자친구와 함께 했던 여행지의 같은 호텔에 숙박한다. 그리고 거기서 의문점을 갖게 된다. 언니는 분명 남자 친구와 함께 여행을 했는데도 카운터에서도 식당에서도 사람들은 그 남자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할아버지만이 그녀에게 단서를 제공한다. 존재감이 전혀 없는 그림자 같은 그 남자가 주차장의 CCTV에 찍혔을 거라고. 남편은 이 사건에 지독히 집착하는 줄리아에게 화를 내면서 테잎을 복사하러 들어가지만 그 후 돌아오지 않는다. 남편마저 실종되고, 복사를 뜨던 장소에서 증거물은 사라지고, 자신에게 단서를 제공한 노인마저 사고사로 위장된 감전사로 죽어버리자 줄리아는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급격히 시력이 떨어진 줄리아는 수술을 받았고, 2주 간의 치료를 집에서 받겠다고 우긴다. 병원에서 만류하자 가까운 언니네 집에서 하겠다고 타협을 보고 병원에서는 간병인을 붙여 주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공포의 시작이겠건만, 사실 나는 영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독히 무서웠다. 음악 때문이었다. 심장 박동을 자꾸 빠르게 만들어주는 음향 효과가 아직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고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지나치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사실 눈이라는 게 모든 장기가 다 소중하지만 유독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부위가 아니던가. 청소년기에 나는 시력을 잃게 될까 봐 까닭없이 두려워 악몽을 꾸기도 했다. 꿈 속에서 나는 시력을 잃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 절망에 빠졌더랬다. 안경을 오래 끼기는 했지만 줄리아나 사라처럼 선천성 시력 퇴화도 없었는데 말이다. 물론, 다행히 오래지 않아 그런 두려움은 사라졌다. 십수 년 지나서는 라섹 수술을 거뜬히 받을 만큼 공포도 잊었다. 하지만 주인공처럼 서서히 눈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공포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언니 사라의 죽음에는 그런 절망감이 매우 컸을 것 같다. 맹인 센터의 여자들은 사라에 대해서 평이 좋지 않았다. 이제 눈을 잃은지 1년이 된 사라는 그녀들과 잘 섞이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은 곧 시력을 찾을 수 있으니 우린 서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을 지도 모르겠다.  

 

간병인은 그녀의 곁을 열흘 간 지키지만 그때까지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등과 손,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얼굴이 나오지 않으니 관객들은 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위험한 인물이 나왔는데 줄리아가 너무 신임을 해서 안타까울 지경이다.  

공포와 스릴러의 입장에서 영화는 매우 훌륭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다리도 후달거렸고 심신이 피폐해져서 빨리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헌데 캐릭터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이웃집 소녀의 갑작스런 등장과 퇴장이 그랬고, 줄리아의 무책임한 똥고집과 위험에 대한 무감각증도 갑갑했다. 무엇보다도 살인자의 심리가 확 와닿지를 않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서 주인공은 냄새가 없는 인물이었다. 냄새가 없는 그는 존재감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를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인위적인 향을 제작해서 제 몸에 뿌린다. 이 영화의 살인자도 그와 동질감을 주긴 했으나 좀 약했다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당신의 눈 속에 우주가 있다는 말을 해주는 로맨틱한 남자를 사하라 사막에서 만나는 행운이란, 줄리아처럼 아름다워야 가능한 것일까? 65년생이니 올해 47세라는 소리인데,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매혹적인 몸매에 감탄 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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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노아님의 이 리뷰 읽기 전까지 (미치겠다) 1인2역인줄 몰랐어요. 그걸 모르고 계속 사라도 줄리아도 몸매가 너무 예쁘다, 그 나라 여자들(멕시코나 스페인으로 혼자 추측)은 다들 그렇게 몸매가 뛰어난가, 종아리가 어쩜 그렇게 둘다 예쁘냐 이러고 다녔는데 동일인물이었군요! 아, 저의 안면인식장애를 대체 어쩌면 좋습니까!

마노아 2011-04-05 14:30   좋아요 0 | URL
저도 얼굴로는 같은 배우인줄 몰랐는데 쌍둥이니까 1인2역일 것 같아서 검색해 봤어요. 배역에 이름 두 개 같이 나오더라구요. 그래놓고 사라의 저 사진을 보니 확실히 줄리아의 몸이에요.^^
저의 안면인식장애도 만만치 않아서... 길치는 사람 얼굴도 잘 못 찾는 걸까요?

프레이야 2011-04-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 보고 싶어져요.
'고백'이 지금 젤 보고 싶은데 이 영화까지 보고나면 공포감에 기진맥진할 거 같아요.

마노아 2011-04-05 14:30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고백 보고 싶어요. 고백은 다행히 소설을 읽어서 이 영화처럼 겁내면서 보지 않을 수 있을 듯해요.^^ㅎㅎㅎ

다락방 2011-04-0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웃집소녀의 갑작스런 등장과 퇴장에 대해서는 저는 오히려 더 좋았어요.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은 남자와 같은데 둘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소녀는 다다다다 안보이게 뛰어 다니면서 줄리아를 돕고, 남자는 줄리아를 해치려 하죠.
그리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요, 제 경우엔 그는 '존재감 자체가 약한'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싶은것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향수에서의 그는 향수를 뿌려야 하지만, 이 영화속에서의 그는 그러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죠. 영화속에서 간병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건 줄리아가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는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줄리아가 되어야 그 간병인을 의지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될테니까요.

목욕탕에서 언니에 대해 엿듣는 씬은 정말 압권이었죠. 누군가 냄새로 다른 사람이 왔다는 걸 알잖아요. 그리고 남자도 있다고 했을 때 소름이 쫙 돋았어요. 어휴. 무서운 영화 ㅜㅜ

마노아 2011-04-05 15: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얘기가 몹시 마음에 들어요. 똑같이 안 보이게 뛰어다니지만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그 남자의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 남자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는 게 소름 돋았어요. 그의 망가진 인생에 엄마의 책임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 영화 보면서 닭이 될 뻔 했어요. 소름이 어찌나 돋던지요. 어휴...ㅜ.ㅜ

다락방 2011-04-05 15:03   좋아요 0 | URL
이렇게 무서운 얘기를 이렇게 웃기게 하면 어떡해요! 닭이 될 뻔 하다니! 풋-

마노아 2011-04-05 15:29   좋아요 0 | URL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고도 닭이 될 수 있었던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후애(厚愛) 2011-04-0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영화는 패스입니다.^^;; 무서운건 질색이라;;;

마노아 2011-04-05 18:03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는 결코 추천할 수 없는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