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 담백 군대 이야기
주호민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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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를 무척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주호민 작가의 다른 책들도 관심이 생겼다. 짬은 작가가 군생활의 경험을 만화로 옮긴 작품인데 아직까지는 지겨울 정도로 군대 얘기를 해대는 남자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관계로 호기심을 갖고 읽어 보았다. 유머의 한 소재로 나올 법한 과장된 이야기들은 없었고, 요즘의 군대(2002-2004년)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렇다니 그런 줄 알지 내가 어찌 확인하겠는가.)

 군에 입대하는 날부터 시작해서 제대하는 날까지의 과정이 1권의 내용이다. 작가는 애니메이션 학과 재학 중에 입대를 했는데 만화 그리는 솜씨가 있었던 터라 좀 더 리얼하게 군 이야기를 메모하고 기억했을 것 같다. 실제 보인이 보내고 받은 편지들과 온갖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주호민 작가 얼굴이 이렇게 생겼구나!

 

 수류탄 얘기가 인상적이다. 확실히 영화에서 묘사되는 수류탄의 이미지는 지나치게 안일했다. 그 무서운 무기를 말이다. 전날 흉몽을 꾼 병사들도 수류탄 투척의 열외로 둔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위력을 지녔다는 의미일 테지.

 

  훈련소 시절 구대장의 여친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준 덕분에 기합에서 제외된 이야기가 실렸다. 누군가 화장실 쓰고서 변기 물 안 내려서 막힌 바람에 벌어진 일이란다.ㅎㅎ 그림의 여자 참 예쁘다.  

물기 없는 건빵은 참 뻑뻑한 과자인데 그걸 기름에 한 번 더 튀겨서 설탕을 뿌려놓은 모습이다. 일일취사병이 되어 수고했던 날 취사병이 몰래 쥐어준 건빵이란다. 내무반에서는 엄청 인기가 있었을 테지? 사진으로도 맛나 보인다.

 

사진은 크기에 맞추어서 묶었기 때문에 내용의 순서와는 좀 차이가 있다. 작가는 자신이 훈련소 끝내고 이등병 되었을 때, 다시 일병, 상병, 병장 제대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시간 순서대로 진행시켰다.  

자대 배치 받았을 때 들고 온 휴지로 사랑받은 이야기! 

운전병이었던 작가는 불교도였는데 고참 때문에 생애 처음 교회를 가게 되었다. 무수히 모인 장병들 가운데 유일하게 처음 교회 와본 사람으로 간택! 그 덕분에 무려 3박4일 휴가증을 받는다. 투덜대며 참석했는데 뜻밖에도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올 때는 다리가 후덜덜 떨렸다는 이야기가 실감 났다. 정말 대박 행운이다.  

그밖에 부대에서의 도전 골든벨에서도 당당히 1등이 되어 포상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성실이 가져온 행운일지도.^^

 

 아직 짬밥에 대한 이해가 적을 때 종종 하던 실수의 소개다. 혹한기 훈련 때 입을 스키파커가 너무 크고 지퍼도 올라가지 않고 게다가 모자도 없다는 한 마디에 떨어진 고참의 반응. "그럼 내가 입을까?" 

아, 할 말 없다. 다행히 모자는 건졌다 한다.  

그랬던 그도 병장이 되니 주머니에 손도 집어넣고 젓가락도 사용하고 팔도 식탁 위에 올린 채 식사도 할 수 있게 된다. 아, 군이란 이런 곳이구나!

 

삽질 얘기 재밌었다. a부터 z까지 모든 걸 다 삽으로 해결하다니! 게다가 겨울잠 자는 독사를 삽 한자루로 날려버리는 이야기는 삽자루에 경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유적발굴 알바 시절에 삽질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때 군대 다녀온 선배들이 우리의 삽질에 코웃음을 쳤던 기억이 슬며시 난다. 확실히 우스웠을 것이다.^^ 

소대장이 모처럼 자리 잡아줘서 쌀국수를 먹게 되었는데 그 소대장이 쌀국수를 엎었을 때 같이 있던 사병들이 돌씹는 표정이 인상 깊다. 차마 사병한테 얻어먹을 수 없어 쫄쫄 굶었던 소대장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을 때도 저들은 저런 표정을 짓는다. 주호민 작가 특유의 그림체인데 재밌었다. 

그밖에 '신과 함께'에서 매력적인 변호사로 나왔던 김자홍은 이 작품에서 보니 작가의 친한 친구의 본명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을 더 찾아보면 주변 인물 이름이 더 나올 지도... 

'짬'의 이야기들은 거창하지 않다. 군대하면 떠오르는 윤리적인 문제나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의 심각한 얘기도 굳이 떠오르지 않을만큼 가볍다.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고참이 되고 자신이 겪었던 길을 고스란히 겪을 신참들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청년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도 곧 사회로 복귀하게 되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또 염려하게 된다. 이미 지난 일이니 가볍게 웃고 즐길 수도 있지만, 당시 그 시간을 겪을 때에는 얼마나 고생이었을지 짐작하게 된다. 아마도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서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다. 나 때는~ 하면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볼 때마다 재밌는 책 없냐고 묻는 울 형부도 재밌게 볼 것 같다. 씨즌2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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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2-2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있어요. 우리는 가보지 못 한 곳이기에 호기심 발동~~
넘 오랜만에 들렸는데 잘 지내셨나요?

마노아 2011-02-21 14:27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이에요.^^
날씨가 완전 봄날인데 그래도 옷 얇게 입고 나가면 쌀쌀하더라고요.
이럴 때는 더 감기 조심해야 해요~ ^^

송도둘리 2011-02-2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얘기ㅋㅋ다시 가라면 안갈꺼면서 그런 얘기 뭐하러 하나 싶어도..막상 남자들끼리 모이면 또 신나게 서로서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신과 함께' 작가가 그린 만화군요. 독특하다 싶으면서도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도 재밌을 것 같네요.^^

마노아 2011-02-22 01:24   좋아요 0 | URL
정말로 남자들이 제대후 다시 군입대하는 꿈을 꾸게 될까요? ㅎㅎ
신과 함께가 더 재밌긴 했는데 이 책도 소소하게 재밌어요.^^

2011-02-21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