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 8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날마다 빠짐 없이 만화책 신간 목록을 확인한다. 오늘은 이런 책이 나왔구나. 내일은 이런 책이 나올 거구나. 이번 달에는 이 책이 나올 예정이구나... 그렇게 확인하면서 기다리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희열이 마구 솟구친다. 이 책 '비밀'이 내겐 그런 목록 중의 하나다.
때는 21세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간 미래 시점. 인간의 뇌를 스캔해서 생전에 보았던 영상을 추적해서 범인을 잡는 '제9' 연구소. 이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미소년 얼굴의 마키 실장님!
일부러 표지 그림을 가로로 찍었다. 세로 그림보다 마키 실장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므로! 혹시 이번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던 마키의 사생활이 조금은 드러나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마키의 사생활을 그 누구도 몰랐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다른 경찰 기관이었으면 과장 직급 달고 있었을 아오키가 이곳에서는 야식 심부름을 도맡아 할 정도로 말단밖에 되지 않는다. 엘리트 중의 초 엘리트만 모인 곳. 알고 봤더니 그것도 의도가 있는 거였다. 지금은 수도에 하나뿐인 제9 연구소지만, 전국 규모로 시설을 확대했을 경우 각각 실장으로 부임해서 팀을 이끌어나갈 재원이었던 것이다. 마키 실장과 헤어진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아오키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도 제법 포스가 느껴지는 상관이 되어 있지 않을까? 지금의 부드러운 아오키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튼... 이번에도 사건이 벌어진다. 이제까지의 사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살해되었다. 이어서 지진이 발생했고, 학생 하나가 옥상에서 떨어져 추락사했고, 다른 한 학생은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다가 교통 사고로 죽었다. 좀 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도 부상자만 발생했는데 한 초등학교에서만 무려 세 사람이나 죽었으니 사건이 시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아이의 사진을 보고 난 다음의 마키 실장 표정이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만 하지 않는다. 모두가 무심코 지나쳤지만 한 장의 사진에서 그는 아이의 비참한 죽음 이상의 것을 읽어낸 것이다. 일에 있어서는 늘 냉정하기만 한 마키지만, 사람의 생명 앞에서 그는 늘 숙연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쿄 말고도 추가로 제9 연수고가 세워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인원 충당이 필요했다. 요원들은 아리따운 여자 후배를 원했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이 시궁창!
저래보여도 서른 여섯이라고 한다.검사 출신의 그는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은 인물인 모양. 머리숱이 안습이다.
팀원들의 사기는 고꾸라져도 할 말이 없다. 애도를 표한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아니의 뇌를 스캔했다. 아이는 체육관에서 죽은 교사의 상해 장면을 목격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치명적인 뇌기능 결함이 있다.
저 흐릿한 영상들.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흐릿한 형체로만 파악한다. 이러니 목격자는 있지만 증인이 되어주질 못한다. 그런데 이 아이, 비밀이 많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한 사람만 떠올랐다. 그것이 화가 되어 소년은 죽고 말았지만...
마키는 신입 직원과 아오키에게 일을 맡겼지만 두 사람은 마키만큼 일을 잘해내지 못한다.(이제껏 그 누구도 그랬다.)
아직은 마키가 거두고 가르쳐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당장 헤어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
사건의 또 다른 증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깜짝 변신(?)한 마키. 아, 제복이 잘 어울린다. 딱 마키 스타일이다. 팔목이 너무 가느다랗긴 하지만 마키라는 사람이 워낙 어린애 체형이다. 키도 작고 얼굴도 십대고...
저런 미모에 저런 성깔에...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그는 늘 약자를 배려해주곤 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공갈 협박도 하지만...;;;) 또 다른 2차 희생을 막기 위해서 범죄자에게도 기회를 줄 줄 아는 인물이다. 멋지다!
수사 정보가 자꾸 밖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거기에 대한 언급은 잘 마무리가 안 된 것 같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서 나올지도...
아무튼, 인상은 그닥 호감형이 아니지만 야마모토 켄지가 저 안에서 제대로 활약해 주었으면 한다. 그가 갖고 있는 상처와 트라우마에도 연민이 생겨서 그가 오히려 이곳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했으면 한다. 다른 양반들이 혈압 좀 올릴 것 같긴 하지만...
앞의 제9 연구소 일정에 대한 것은 2009년 연재분이고 지진 사건은 2010년 연재분이다. 연재 간격이 긴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이제 2011년이 되었으니 9권 엮여 나오는 게 아주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별로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튼, 시미즈 레이코 선생님! 조, 존경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