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 바르게 부르는 가족 호칭책
채인선 지음, 배현주 그림 / 미세기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 조카 다현양은 다섯살이다. 요새는 얼굴만 마주치면 질문을 해댄다.  

"이모, 왜 이모는 할머니더러 엄마라고 불러?" 

"이모는 왜 울 엄마한테 언니라고 불러?" 

다섯 살 아이에게는 왜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는지,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지 당최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모한테는 할머니가 엄마고, 다현이 엄마가 언니야~라고 말해 보지만, 아이가 알아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가족 관계 명칭은 어른인 나도 무지 어렵다. 직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은 그럭저럭 소화가 되지만 결혼으로 묶여서 새롭게 가족이 된 사람들을 부를 때는 한 번씩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부르는 이 호칭이 맞나? 하면서... 

이 책은 그렇게 어지럽게 느껴지는 가족 관계와 호칭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옛날이야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으니 살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이고, 친척들이 한 동네 살면서 왕래도 많았겠지만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내 경우도 외가 친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를 거의 모르고 자랐고,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친척 간 왕래도 거의 없어서 사촌 얼굴과 이름도 잘 모른다. 예전에 교생실습 나갔을 때는 어느 식당에서 몹시 낯이 익숙한 아저씨를 보았는데 누군지 못 알아차렸다가, 주방에서 나온 고모를 보고서야 사장님이 고모부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정도다. 이건 좀 심한 경우니 일반적이진 않지만, 대체로 가족 관계가 머릿 속에서 잘 안 그려져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시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가장 쉬운 관계부터 확인해 보자. 부모와 형제 자매(외동 아이 포함해서),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로 연결되는 가족 관계다. 남자 동기는 '형제', 여자 동기는 '자매', 그리고 남자 여자 섞인 경우는 남매 혹은 오누이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부모님은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엄마의 부모님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형제는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여자 형제는 고모라고 부른다. 엄마의 남자 형제는 외숙부 혹은 외삼촌이 되고, 여자 형제는 이모가 된다. 현재 나는 울 조카들의 막내 이모가 된다.  둘째 언니만 시집을 간 상태여서 조카들은 나의 큰언니를 큰 이모라고 부른다. 그러니 내게는 형부가 한 명 있고, 형부에게는 처형과 처제가 있는 거다. 

이런 명칭들은 결혼 사진 등을 보면서 정리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동글동글 참 사람 좋은 느낌의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배현주 샘. 새색시가 곱기만 하다. ^^ 

직계로 내여올 때는 1촌씩 추가하고, 옆으로 형제 자매 사이는 2촌씩 추가한다. 3촌까지는 제법 쉬운 편이다. 4촌도 그럭저럭 괜찮을 법하지만, 조부모님의 형제와 나의 관계 등 단계가 하나씩 추가 되면 상당히 헷갈려지기 쉽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의 외할아버지는 현재 네번째 부인과 살고 계시는데, 그 부인의 남동생이 현빈이 사장으로 있는 백화점의 상무로 있다. 그는 현빈의 '외외종조부'가 된다고 한다. 이 어려운 단어! 처음 들어봤다. 이렇게 복잡한 이름이 있을 줄이야! 

 

아버지의 남자 형제의 자녀를 종형제라고 부르고 여자 형제의 자녀는 내종형제 또는 고종 형제라고 부른단다. 뭐 우리는 전부 사촌으로 정리해서 부르고 있다.  

그리고 외숙부의 자녀들은 우리와 외종형제가 되고 이모의 자녀들은 이종형제가 된다. 보통 외사촌, 이종사촌 이렇게 부르는 그 관계다.  

사실 대개는 그냥 '언니, 오빠, 누나, 형'이라고 부르지 앞에 복잡한 이름까지는 붙이지 않는다. 하여간 엄마 쪽 친척은 '외'자가 붙는다는 것! 

이 책은 민규라고 하는 '나'의 가족 관계에서 뻗어나간 친가 외가 쪽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데 가족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다루며 진행하고 있다. 결혼식, 잔치, 명절 등등 말이다.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들은 바둑을 두고 있고, 며느리들은 모여서 과일 깎고 있는 설정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렇지 않은 집이 몇이나 되겠는가. 현실을 반영한 그림이다.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도 소개했는데, 사진 속 처자가 참 곱다. 저 시대에 사진을 찍었다니, 좀 사는 집이었군....생각했다.^^ 

오른쪽 사진은 민규네 가족과 민규의 돌사진, 그리고 아버지의 백일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이렇게 사진을 같이 놓아두면 얼마나 닮은꼴인지 신기한 유전의 법칙도 찾을 수 있고 전통도 느껴지고 가족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다. 이렇게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고나 세워둔 집을 여럿 보았다. 우리 집은 그럴 만한 사진이 없어서 없긴 하지만... 

아래 그림은 외증조 할아버지의 구순 잔치 모습이다. 외갓집 사람들 총출동했다. 형제 자매가 많으면 한 세대를 넘으면서 그 자녀들까지 식구들이 무럭무럭 증가한다. 가족이 화목하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도 드물 것이다.  

 

뒤쪽으로는 부록같은 구성으로 앞의 내용에서 퀴즈로 물어본 사람 찾기 정답이 들어 있고, 관계도를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이 실려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의 가족을 부르는 각각의 명칭들이 어지럽다. 그 형제 자매들이 또 각자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니 실로 복잡한 관계다.  

아래쪽은 촌수를 매겨놓은 것인데 직계 혈족의 촌수는 세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오호, 그런가? 

촌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라고 하는데 유별나면서도 각별하다는 느낌이다.  

가족만큼 따뜻한 게 없고, 가족만큼 징글징글한 관계도 없는 것 같아서 혈육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때로 불편하지만, 한해를 돌아보고 또 새해를 기다리면서 가족이 모두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은 예년과 다름 없이 올해도 하게 된다.   

몇 다리만 건너면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하는 실험도 있었는데, 우리가 남남처럼 지나치는 전 세계의 사람들도 한 124촌 쯤 되면 다 친척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마무리에서 '가족은 발견하는 거예요'라고 적어주어서 고마운 기분이다. 혹여 가족이 없거나, 잃었거나,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서로가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듯해서 말이다.

 

마지막 사진은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올해 최고의 사건, 우리 가족이 올해 바라고 바란 것, 가족의 별명 등등, 나눌 수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해보라고 한다면 아이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생각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어려운 가족 관계 명칭이기 때문에 앞의 내용보다는 뒤의 별책부록을 활용하는 게 좀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친척들이 다 함께 나온 결혼 사진을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나처럼 올케랑 새언니가 늘 헷갈리는 사람에게도 정리를 위해서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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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이 책 살까봐요,,,
가족 명칭이 헛갈려서 평소에도 미치겠는데. ㅠㅠ

마노아 2010-12-20 16:47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려워요. 한국에 시집온 외국 사람은 더 헷갈릴 거예요. 이름 부르기가 무슨 고시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지방이나 가문마다 다르니까 문제에요.결혼해서 배우자네 집안을 방문하니 촌수 부르는 게 달라서 혼란스러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마노아 2010-12-20 16:47   좋아요 0 | URL
저자 분이 그 문제로 책 쓸 때 고민했다는 얘기가 나와요. 어려운 부분이에요.^^;;

2010-12-2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내용의 두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더라고요.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 라는 책인데요. 채인선 작가의 책보다 조금 먼저 나온 이 책을 찜해두었다가 바로 채인선 작가의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어떤 책을 사야할까 결정 못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작가의 지명도가 좀 더 높아서인지, 아니면 책 내용이 훨씬 좋아서인지 이 책의 인기가 먼저 나온 책을 훨씬 앞지르고 있네요.
마노아님의 리뷰가 많이 참고가 되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 2010-12-21 13:40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와 내가 이촌이 아니라 일촌이에요? ㅎㅎㅎ
이 책도 궁금해져요. 미리 보기 보고 왔는데 채인선 작가님 책과 구성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가족의 가족- 이 책은 유용할 것 같긴 하지만 아주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맘에 쏙들었으면 별 다섯 개 줬을 거예요.^^;;;

같은하늘 2010-12-2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는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와 <가족의 가족을 뭐하고 부르지?> 두 권이 다 있는데, 아이들보다 제가 아주 잘 배우고 있다능~~ 끙~~~^^

마노아 2010-12-24 02:06   좋아요 0 | URL
오, 두 권에 대한 비교는 같은하늘님께 맡겨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