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문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마크 코타 바즈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절판


트와일라잇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밌게 보았는데 '뉴문'도 같은 작가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클립스도 나오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이미 개봉했으니 브레이킹 던과 묶어 나올 수도.

사실 이런 책은 원작이나 영화의 팬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같은 거다. 이런 책에 문학성이나 작품성 혹은 대단한 정보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고, 그저 잠시 즐거움을 기대하는 거다. 운이 좋다면 진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원작은 '뉴문'을 가장 재밌게 보았는데 영화는 이미 개봉된 세 편 중 '뉴문'이 가장 재미 없었다. 그걸 감독이 바뀐 탓으로 여겼는데 어느 정도는 맞지 않나 싶다. 이 책에도 보면 첫번째 시리즈의 여성 감독 하드윅이 시나리오 작업에 더 시간을 쏟고 싶어 했는데 제작사는 시간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감독을 바꾸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아무래도 여성 취향의 작품이었고, 그래서 여성 감독이 핵심 포인트를 더 잘 잡은 것 같은데 감독이 바뀌면서 그런 부분들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다만 감독이 최대한 CG보다 실제 촬영장소를 고집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볼투리 가의 거주지로 설정한 고대의 성벽이 둘러싼 도시 볼테라마저도 이탈리아에서 장소를 물색해서 촬영을 했다니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은 제이콥이 벨라에게 생일 선물로 건넨 꿈채반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꿈채반이 공기 중을 떠도는 꿈 중 좋은 꿈은 들여보내고 나쁜 꿈은 걸러보낸다고 믿었다. 디자인도 예뻐서 갖고 싶어질 지경이다.

뉴문의 사건 사고는 초반부터 진행되었다. 벨라의 생일 파티에서 피를 보게 되었고, 그 피 때문에 뱀파이어 가족이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벨라를 해칠 뻔했다. 이 사고로 벨라는 팔을 다쳤는데, 자신 때문에 벨라를 지키지 못할 거라고 여긴 에드워드와 컬렌 가족은 모두 살던 곳을 등지고 떠나버린다. 이 장면을 찍은 에드워드의 집도 세트가 아니라 실제 집이었다고 한다. 천장이 4.5미터로 높은 곳이긴 했지만 와이어 장비를 달 구멍을 뚫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스턴트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트와일라잇에서 나온 벨라의 아버지 집은 실제로 지은지 100년이나 된 고택이었다고 한다. 뉴문에선 촬영 장소가 바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새로 지어야 했다. 똑같은 집을 찾기는 어려웠으니. 제작진은 팬들이 달라진 차이점을 발견할까 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여기에 블루레이 디스크가 한몫을 했다고 한다. 저해상도 DVD에선 찾아내지 못한 벨라 침실의 벽의 질감. 벽 마감이나 그림자 등등까지 모두 재현해 냈다고 한다. 오, 기술의 발전이란!

결국 벨라와 에드워드는 헤어지고 벨라는 폐인 지경에 이른다. 사진은 외모에는 도통 신경쓸 여력이 없는 벨라의 축 처진 모습.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에서 어느 정도 체념이 느껴진다.(뭐, 그래도 충분히 예쁘다!)

벨라의 꿈을 찍은 장면에선 실제로 늑대를 촬영장에 데려와서 찍었다고 했는데, 해당 사진을 보니 영화에서 본 기억도, 작품에서 본 기억도 나질 않는다. 게다가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렸네..;;;;

제작진들이 1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그토록 큰 인기를 끌 거라곤 짐작 못했다 한다. 그런데 이미 뉴문을 찍을 때는 곳곳에서 팬들에 둘러싸이는 진기한 경험을 해야 했다. 농장에서 염소치기의 집을 색칠하고 있는데 아이를 안은 여자가 다가와서는 '여기가 제이콥 집인가요?'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영화 찍으세요?'라고 묻는데, 단번에 제이콥의 낡은 창고를 알아본 것이다. 대단한 팬심이다.

이 책에는 출연진들의 인터뷰 기사가 많이 실렸는데, 이런 부분들이 재밌다. 컬렌 가 역을 맡은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행동을 굉장히 삼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반면 늑대 무리 남자들은 에너지가 넘쳤다고. 왕의 남자를 찍을 때 이준기에게 감독은 말을 삼가라는 주문을 했다 한다. 여성성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남성성의 본질을 죽이기 위해서 행동을 삼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말부터 아껴야 했던 것이다. 컬렌 가의 사람들도 그랬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였고, 행동거지가 우아했고 절제된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뉴문에서 벨라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때 에드워드의 환영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에드워드를 느끼고 싶었던 벨라는 심지어 절벽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시도하는데, 이 장면을 실제로 절벽에서 찍었을 리는 없고, 수영장에서 수천 갤런의 물을 쏟아부으며 찍었다고 한다. 심지어 블루 스크린을 수영장 안에까지 설치해야 했다. 사진을 보니 벨라가 뛰어내린 높이는 기껏해야 1.5미터 정도지만 영화에서는 얼마나 사실적으로 보였던가. 특수효과 만만세다.

CG를 많이 쓴 티가 나진 않았지만, 사실은 많이 들어가야 했던 늑대인간들의 변신. CG가 들어가야 할 곳을 표현해낸 판인데 이거 한 장에 무게가 10~15kg이나 나간다고 한다. 이런 모형을 앞에 두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야 했으니 배우들도 몰입하는데 좀 힘들었겠다.

벨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읽어낸 앨리스와 그걸 발설한 로잘리 때문에 에드워드는 벨라가 이미 죽은 줄 안다. 절망한 에드워드는 불멸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볼투리 가에 의해 죽임 당할 수밖에 없는 계획을 세운다. 수많은 군중들이 모인 곳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우수한 점이 이 부분인데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뱀파이어에 대한 관념을 많이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햇볕을 보면 몸이 타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이아몬드 같은 빛을 반사해내서 너무 눈에 띈다는 게 문제였다. 에드워드의 얼굴과 목 주위에 찍힌 점들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 반사 빛을 구현해 낼 CG 표시점이다. 그의 찢어지고 바랜 셔츠는 벨라를 떠난 뒤의 그의 삶, 그리고 벨라와 영원히 이별했다고 믿게 된 그의 절망을 드러내는 작은 부분들이다.

다행히 벨라와 해후한 에드워드는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볼투리 가의 시험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격투 씬에서 제작진은 벽에 부딪힌 에드워드의 피부가 갈라졌다가 다시 재생되는 효과를 집어넣으면서 원작에 없는 씬이 들어간 것에 잠시 고민했다 한다. 바로 스태프니 메이어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씬이 문제는 없겠냐고 문의를 해보고, 괜찮다는 오케이 사인에 그대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원작에 충실하려는 이런 마인드는 참 훌륭해 보인다. 늑대인간도 상처 재생 속도가 빠른데 뱀파이어도 거기에 뒤지면 안 되지... 독자는 냉혈인간 편!

볼투리 가 사람들의 등장은 다소 우스웠다. 물론, 2천년을 넘게 살아온 그들은 인간들의 삶이 우스웠겠지만, 그렇게 본인이 신이라고 착각하는 인물을 묘사하자니, 심각하게 가기보다 차라리 코믹하게 나갈 것을 원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인물들은 무게를 잡고 있지만 관객은 웃게 만드는...
여튼, 컬렌 박사도 오래 살기로는 별로 아쉽지 않은 인물인데, 뉴문에서는 애석하게도 주인공 에드워드보다도 컬렌 박사가 훨씬 멋있었다. 중년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얼굴, 지적인 움직임, 절제된 표정 등등. 1700년대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 씬에서도 단연코 칼라일 박사가 가장 멋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클립스를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당황했다. 검색해 보니 금년에 개봉했다. 분명 영화도 봤는데 왜 기억에 없을까. 그만큼 영화가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결론인가 보다. 뉴문보다는 재밌게 봤지만, 원작 4권 중 가장 재미 없었던 이클립스였으니 영화도 1편만 못하다고 느꼈나 보다. 다시 검색해 보니 4편은 내년 개봉이다. 그것도 두 개로 나눠서. 흐음... 4편의 결말이 좀 허황된 느낌이긴 한데 두 개로 나눠서 개봉이라니 조금 걱정이 된다. 그 사이 배우들이 너무 늙을 것도 걱정이고... 무려 불멸의 존재, 영원한 17세인데 말이다.
주인공 두 배우가 실제로 연인이라는 것도 검색하고서 알았다. 이런 영화를 찍으면서 가까워지지 않기가 더 어려울 듯하다. 두 사람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예쁘게 연애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일종의 광고 효과를 쓰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되는 건 내가 너무 속물인 걸까? 뭐 암튼, 이제는 4탄 개봉을 기다려본다. 1년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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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마노아님! 그런데 이런 책이 있군요. ㅎㅎ 저는 역시 팬심없는 여자사람 ㅎㅎ
축 처진 벨라가 혈기 왕성한 다락방보다 예쁘네요. orz

마노아 2010-11-19 15:10   좋아요 0 | URL
중고로 건지고서 좋아했어요. 트와일라잇 화보집은 정가 주고 샀었는데 그때보다 팬심이 줄었죠.^^
헐벗은 에드워드는 잘 차려 입은 벨라보다 예뻤어요. 이를 어쩜 좋아요.ㅎㅎㅎ

2010-11-1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11-1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뉴문도 보다 말았어요. 선배남자교사 한분은 사모님하고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예매율1위 영화로 이 영화 보러가셨다가 도중에 나오셨답니다 ㅎㅎㅎ. 의외로 고딩남학생들이 이 영화를 열심히봐서 놀랐어요.

마노아 2010-11-20 00:29   좋아요 0 | URL
사전 정보 없이 맞닥뜨렸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웠겠어요. 시리즈물의 두번째였고, 게다가 상당히 하이틴 물이잖아요. 오, 그런데 고딩 남학생이 관심을 갖다니, 상당히 뜻밖이에요. 제가 가르친 학생 하나도 남학생인데 아직도 성균관 스캔들에서 못 헤어나고 있는데 비슷한 교감인가봐요.^^ㅎㅎㅎ

비로그인 2010-11-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어야....꺄아아아악

실없는 댓글이지요ㅠㅠ

마노아 2010-11-20 12:23   좋아요 0 | URL
Jude님의 감춰진 듯 살며시 보이는 듯한 서재 이미지가 바로 그 우아하고 절제된 모습이라지요. 후훗^^

후애(厚愛) 2010-11-23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트와일라잇 시리즈 세트 - 전4권>을 눈독 들이고 있어요.ㅎㅎ

이미지 너무 멋져요~ ^^

마노아 2010-11-23 09:56   좋아요 0 | URL
트와일라잇은 원서 표지가 너무 예뻐요. 원서 표지를 보는 순간 한국판 표지를 보니 눈 버렸어요. ㅎㅎㅎ
후애님은 원서로 읽으셔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