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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태어나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이름조차 주어지지 못해 버려진 곳의 지명을 이름으로 갖게 된 아이.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면서 제대로 된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홀리스 우즈는 상처로 인해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웅크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건 언제나 그림뿐.
여섯 살 때 선생님이 내준 'W'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아오라는 숙제에 선생님은 홀리스 우즈의 그림에 X표를 그어버렸다.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압에 서 있는 멋진 그림에서 선생님은 W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아이가 원한 것은 소망하다의 'wish'였고, 원하다의 want, 혹은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be loverly)의 W였는데 말이다.
맡겨진 집에서 가족으로 섞이지 못하고 겉으로 도는 홀리스 우즈는 다른 사람들 눈에 거친 아이로만 비쳤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진짜 가족이 생겼다. 리건 부부는 기꺼이 아빠 엄마가 되어주고 스티븐은 오빠가 되어주고, 리건 부인의 뱃속에는 또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그토록 원하던 W 그림의 완성판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쉬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제게 다가온 사랑의 정체를 진짜 사랑으로 믿기 어려웠던 홀리스 우즈는, 그래서 걱정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고 오해도 깊어 간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불의의 사고. 사고의 책임을 느끼며 그토록 소망하던 가족의 테두리를 스스로 떠나버린 홀리스 우즈.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가족의 울타리가 생길 뻔했다. 조시 아줌마. 홀리스 우즈가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재능을 단번에 간파한 멋쟁이 조시 아줌마(사실은 할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입양 기관에서 어린 홀리스 우즈를 치매에 걸린 노인과 단 둘이 둘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또 탈출을 감행한 홀리스 우즈. 그러나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조시 아줌마와 고양이 헨리와 함께다. 자꾸만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되는 홀리스는 자신이 떠나온 리건 가족과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은 리건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현재 조시 아줌마와 지내고 있는 시간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초반엔 그것 때문에 몰입이 좀 힘들었다. 대체 홀리스가 그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의 정체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죽기라도 했다면, 홀리스가 다시금 가족을 가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피해 의식에 쌓일 수밖에 없었고, 한 발자국 내딛기 위해서 두 발자국 물러서기 바빴던 것을 이해한다. 때문에 자신이 받은 사랑의 깊이를 끝까지 신뢰하지 못했던 아이의 성마른 결정도 안타깝지만 이해한다. 다행히, 그 사랑의 깊이가 얕지 않아서, 홀리스 우즈는 진정한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제목만 보고서 홀리스 우즈의 그림이 삽화로라도 나올까 했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그려낸,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끝없이 묘사된다.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 홀리스 우즈, 사랑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그 상처와 위로의 이야기는 이 작품이 수상한 뉴 베리 상을 어쩐지 따뜻한 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