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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외 ㅣ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조면희 지음 / 현암사 / 2001년 12월
평점 :
부제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이라고 나와 있는데, 분위기가 딱! 수험생들용 축약본 고전 시리즈스러웠다. 그럼에도 과감히 패스하지 못하고 구입을 하게 된 건, 표제작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때문이었다. 최치원의 이 글이 당나라를 떨게 만들었던 '황소'를 앉은 자리에서 넘어지게 만들었다던 그 일화의 진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최치원이 보냈던 편지의 내용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그 에피소드가 사실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는 무려 40편의 옛 글이 실려 있다. 글이 쓰여진 시간 순서대로 실려 있는데, 각각의 글들을 매우 다양한 범위로 분류해 놓았다. 수필, 감상문, 전기문, 기술문, 편지문, 기행문 등등등. 그래서 사실 통일성은 거의 없다. 시간 순서대로 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공통 분모도 그닥 없다. 게다가 역주에 해당하는 내용을 무려 '세로쓰기'로 표기해 놓아서 가뜩이나 작은 글씨를 읽기가 아주 망했다. 아예 튀려고 작정을 했는지 쪽수는 '한글'로 적었다. 그러니까 11쪽은 '십일'로 적혀 있다. 눈에 너무 안 들어온다. 세로 쓰기는 '제목' 정도가 딱 적당했을 텐데, 너무 작은 글씨의 많은 양을 세로 표기해 놓아서 읽기도 힘들고 디자인 적으로도 편집 구성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페이지도 바로바로 눈에 안 들어온다. 아무리 '고전'이라고 해도 숫자 정도는 아라비아 숫자가 묵언의 약속 아니던가?
몇몇 오타는 수정하면서 읽다가 관뒀는데, 이런 거슬리는 부분들을 제외하고도 장점은 남는다. 우리가 문학책이나 기타 여러 지문에서 간간이 만났던 원고의 원문(에 가까운)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등의 원고 속 대상이 모두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그 책들을 읽은 당대인들의 반응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건 꽤 흥미로웠다. 시대 순으로 나열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이 무렵에 활동했던 사람들이구나... 파악이 되는 것도 나름 반가웠다.
'축약본' 느낌이 꽤 나긴 하지만 사실 축약본도 아니고, 잡다하게 많이 담아두긴 했지만 다양성도 보이고, 좀처럼은 만나기 쉽지 않은 고전을 가볍게 마주칠 수 있었던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별 셋과 넷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이 정도면 별 넷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