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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품절
조금씩 오래도록 읽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독자들의 반응이 제법인 걸, 놀랍네! 였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아마도 더 관심이 갔을 것이다. 흔히 연예인이 책을 내면 기획에 의한, 대필 작가가 쓴 냄새가 짙은, 상업적인 책이려니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었는데 이 책은 참 아리송하다. 때로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 나와서 직접 썼을까 의심도 가고, 또 프로가 썼다고 하기엔 가끔 허술한 구석들이 나와서 고도의 지능 플레이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진정성이 엿보인 건 사실이다. 여러 전문가와 책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보인이 발로 뛰고 몸으로 체험하여 쓴 기록이라고 믿게 된다.
필자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추천사도 화려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는 박물관장이 손수 안내까지 했으니 뭐...
직접 찍은 사진도 꽤 되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본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더 눈길이 간다. 달리 욘사마겠는가..^^
항아리 안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거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설마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선명해 보인다. 항아리 안쪽으로 구멍이 뚫려 있나? 의문과 궁금증을 갖게 했던 사진이다. 그렇지만 구도는 참 마음에 든다.
목차 구성과 여행의 경로를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몹시 드라마틱하다.
제목을 보면 이렇다.
머물다
1. 가정식
2. 김치
3. 한복과 살림살이
떠나다
4. 옻칠
5. 템플스테이
6. 차
7. 도자기
버리다
8. 황룡사지, 미륵사지
9. 한글과 세종대왕
10. 경복궁과 천상열차분야지도
11. 국립중앙박물관
돌아오다
12. 술과 풍류
13. 한옥
다시, 떠나다
14. 풍경
제목을 서술어로 적고 소제목은 명사로 적었다. 어쩐지 운율이 느껴지는 배치다.
그래서 사진처럼 소제목 밑에 붙여진 문장이 더 그림처럼 다가온다. 무척 시적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와 관련된 여러 장인들을 직접 만나고, 손수 체험을 해보고, 관련 정보를 섭렵하고, 그렇게 그의 여행은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그렇게 여러가지를 두루 밟아볼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갖기 힘들지만, 이렇게 간접체험으로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에 다소 샘도 나고 그렇지만,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우리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선전하니 그 전파 효과가 더 클 것은 자명하니까, 그건 고깝게 볼 일이 아니라 대견하다고 봐야하겠다.
한글은 글자의 우수함 외에도 디자인적으로도 참 훌륭해 보인다. 한글을 디자인에 접목시킨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났던 시간이 소개된다.
저런 패션쇼에 참석하면 감탄사가 줄줄이 나올 듯하다.
고전적이면서 무척 감각적이다. 입어보고 싶다!
보존해야 할 전통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면서 소개한 족두리.
책에서는 '쪽두리'라고 썼다.^^
몽골 영향을 받은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워낙 두껍다 보니 가끔 오타도 나온다.
187쪽에 곡우에 대한 소개에서 양력을 음력으로 표기했고,
문장이 너무 길어서 어색한 문장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196쪽에 '차 한 통을 한 달에 거쳐 마신다'는 '걸쳐'로 바꿔야겠다.
197쪽엔 '찻잎를'이라고 적혀 있다. '찻잎을'로 고쳐야겠다.^^
한글 디자인으로 만든 잔과 메모지다. 아, 갖고 싶다.
강렬한 유혹이다. 무척, 비쌀 것이다.
태왕사신기 이후 줄곧 긴 머리를 고수하나 보다. 지금은 혹시 잘랐으려나?
머리를 묶어버리면 인공적인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론 비호감인데, 이렇게 풀어놓으면 자연스럽게 예쁘다. 게다가 저 손모양이라니! 욘사마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랄까.^^
집에서 내려다 본 한강, 올려다 본 하늘이란다.
흑백으로 찍어서 더 분위기 있다.
역시, 좋은 동네 사는구나. 부럽다. 하핫!
매우 흥미로운 사진이다. 유명 인물들의 서명이다.
태종의 서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모두 이씨지만, 이렇게 달라 보이는구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진 찍는 그를 담은 사진.
물론 설정샷이겠지만, 확실히 피사체로서 훌륭하다. 8등신인가 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크다고 생각은 했는데 세계 6위 규모라고 해서 놀랐다.
세계 1위는 대체 얼마만한 걸까. 3박 4일 여행가서는 결코 둘러볼 수 없는 박물관이겠지.
하긴,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도 하루에 다 보기는 너무 넓어서 피곤하다.
오늘은 서울 역사박물관을 가기로 했는데 운동화를 신기 위해서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직접 김치를 담그고 염색을 하고 옻칠을 하고 도자기를 빚는 것에 비해서 유적지를 가보고 오는 것은 비교적 짧게 서술되어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해인사를 직접 보고 오지 못하고 짧게만 언급한 것은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쉽다.
하늘도 멋지고 기와도 멋지다.
한옥은 불편해서 살고 싶지 않은 집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옥에서 사는 것도 꽤 괜찮겠는걸... 하고 생각했다. 요새야 한옥 집을 춥게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현대식 동선을 구축하면서 한옥의 디자인과 양식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테니까. 요는 돈이다. 한옥이 일반 양옥보다 훨씬 비싼 집이 되어버렸으니까.
원래 여행서를 보면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 책도 그렇다. 게다가 전통의 향기를 좇아서 떠나고 싶게끔 만드니 더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예술적 감수성 때문일까? 배용준의 글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가 다른 책을 더 낸다고 하면 그 책도 기꺼이 보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일단은 그를 작품으로 먼저 만나고 싶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