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 곤충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
정미라 지음,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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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규진이가 곤충이나 애벌레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재진이에게 내민 선물은 바로 누에!
같은 반 동무들의 놀라는 모습이 실감난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옆집의 커다란 나무가 우리집 쪽으로 온통 가지를 드리웠는데 하늘을 바라보면 바로 옷 속으로 송충이가 툭 떨어질 만큼 송충이가 많았다. 당연히 나방도 많았다..;;;;
징그럽고 무서워서 슬리퍼 손에 끼고 무진장 죽였던 기억이 난다. 결국 1년 뒤에 그 집 아저씨가 나무에 석유 뿌려서 아예 나무를 죽였던 기억이 난다. 그 송충이가 누에랑 비슷하게 생겨서, 도저히 누에도 좋아지지가 않는다. 몇 해 전 조카가 어린이 집에서 어린이 날 선물로 누에를 바다왔는데 그거 키우느라고 식겁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엄마와 함께 열심히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먹고 열심히 자라는 녀석들.
이 녀석들 먹성이 좋아서 뽕잎도 금세 동이 난다.
우리 집도 뽕잎 다 떨어져서 언니네 집에 도로 가져가라고 했더니, 다음 날 뽕잎을 아예 봉투 째 들고 왔더라는...;;;;;

가족과 친구들을 동원해서 뽕잎을 사수하고 있다.
뽕나무 열매 오디를 따 먹어서 입 주위가 까맣다.
먹어보지 못했는데 정말 맛있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앞 육교 위에서 번데기를 100원어치 샀는데, 마주오던 친구 하나가 그거 '진짜' 번데기라고 해서 충격 먹고 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생긴 것만 번데기 닮은 건 줄 알았지 그게 진짜 번데기인 줄 내가 알았나. 우리집 송충이가 생각나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그 후 20년 동안 못 먹었다. 앞으로도 별로 먹고 싶진 않다..;;;

옷을 네 번 갈아입고 다섯 살이 된 누에들.
녀석들 똥도 많이 싼다. 하하핫.

하얀 실을 뽑아내고 있는 누에들
우리 집에서 키운 누에 두 마리 중 하나는 고치를 감기도 전에 죽었고,
한 마리는 고치를 다 감아서 번데기 탈피하다가 나방이 된 채 죽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불쌍하단 생각도 아주 조금 든다. 조오금...

멀리서 보면 달걀 상자에 달걀 든 것처럼 보인다.

고치를 뚫고 나온 누에나방
아, 이렇게 확대해서 보니 더 무섭다..ㅜ.ㅜ
'똥떡' 이후 최대의 위기다!

고치에서 시작되어 나방을 거쳐 짝짓기 후 알을 낳아 다시 누에가 되어 실 만들기까지의 일생을 담았다.
조카의 애벌레가 나비가 될 줄 알고 나름 열심히 지켜보다가 결국 나방이 된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씁쓸한 기억이...
나방 입장에선 몹시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 그렇지만 나방과 나비는 이름부터 뭔가 감이 확 다르게 다가온다. 미안, 나방!

아이가 곤충이든 애벌레든 나처럼 혐오감 느끼지 않고 맘껏 관찰하고 또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지난 번 골든벨에서 울 학교 학생은 애완용 뱀을 들고 나왔다. 녀석은 뱀이나 지네, 거북이 등을 키우는데 그 학생보다 그 집 부모님이 더 대단해 보였다. 나같으면 절대로 찬성 못할 것 같다. 아무리 독이 없는 '애완용' 뱀이라 할지라도...;;;;

나는 좀 무서웠지만 어린이 친구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울 언니는 무척 재밌게 읽어서 어여 보라고 울 집에 두고 갔다.

참, 맨 뒤 누에가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6개로 정리해 두었는데 읽어두면 유용하다.
1. 누에똥은 가축 사료나 연필심 만드는 데 쓰여요.
2. 번데기는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으로 쓰여요. 비누와 식용유를 만드는 원료로도 쓰입니다.
3. 고치에서 나온 실은 비단이라는 섬유의 원료가 되지요.
4. 동충하초(곤충의 시체에서 자라는 버섯)는 약용으로 사용돼요.
5. 누에를 이용해서 다양한 식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6. 어린이들이 쉽게 기를 수 있는 애완곤충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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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시골 살 때, 우리집 누에를 엄청 많이 쳤어요~ 잠사도 아래채에 따로 지어 놓고 살았으니까, 학교 갔다 오면 뽕 따는 게 일이었어요. 오디는 정말 맛있어요~ 달콤하죠.^^

마노아 2010-05-24 00:20   좋아요 0 | URL
와, 제법 규모가 있었군요. 그래서 물레도 돌려보시고...
오디 열매 기회 되면 먹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bookJourney 2010-05-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면 싫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봤던 누에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뽀오얀 고치는 만지작거리며 놀기도 했었는걸요~. 까맣게 익은 오디는 정말 달콤하고 맛있지요.
얼마 전 동학사 가는 길에 오디를 팔기에 어렸을 적 먹었던 오디를 기억하고 사먹었는데 이맛도 저맛도 아닌 밍숭밍숭한 맛이어서 속상했어요. 혹시 오디도 중국산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냐며 투덜댔던 기억이 ... --;;

마노아 2010-05-24 17:55   좋아요 0 | URL
뽀오얀 고치라고 발음하니까 어쩐지 막 사랑스러워져요. 실제로 보고서도 그리 말할 지 모르겠지만 상상 속에서는 예쁘기 그지 없네요.^^
아, 오디라고는 모르는 제가 나중에 먹어볼 녀석도 맛이 없다면 일단 중국산을 의심해 보겠어요. 어휴, 오디 맛 더 궁금해요.^^

pjy 2010-05-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디보단 번데기 올인이었는데요~ 예전만큼 영양가 넘치거나하진 않지만 그 짭조롬한 맛을 좋아합니다^^

마노아 2010-05-24 17:55   좋아요 0 | URL
특히 냄새가 죽여요. 냄새가 폴폴 풍기면 식욕을 자극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5-2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디는 구경도 못해봤지만 번데기는 지금도 즐겨 먹어요.ㅎㅎㅎ

마노아 2010-05-25 08:18   좋아요 0 | URL
번데기를 무서워한 인간은 정녕 저밖에 없는 겁니까! ㅋㅋㅋ

찌찌 2010-05-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는 맛나지만 번데기는 질색입니다.

마노아 2010-05-26 15:00   좋아요 0 | URL
오디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