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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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리즈 첫번째. 중국집 요리사 편이다.
작가님의 전작에도 중국집을 하시는 부모님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중국집을 하시는 두 분 부모님이 모델이 되었다.

9칸으로 구성된 각각의 그림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식욕을 잔뜩 돋운다.
탁탁탁탁
슥스윽
딱! 화아악
탁, 쭉! 척척척
조물조물
짜아아 쉬익
짜르륵 화르륵
보글보글 짜아아
좌르르륵!

책에서는 글자 크기까지 조절해서 더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아, 갑자기 중국 요리가 너무 먹고 싶어진다!

아빠의 하루 일과는 장보기로 시작한다.
강희도 아빠 따라 시장 순례~
양파는 중국 요리엔 모두 들어간다.
대파는 흰 쪽이 반질반질해야 좋고,
홍합, 피조개, 대합 같은 조개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으로 산다.
문어는 살아 있는 걸로 사야 한다.

해물이랑 고기는 장바구니에 담아서 집으로 출발하고 나머지는 트럭으로 배달!

엄마가 중국집 사장님이지만 부엌에서는 아빠가 대장!
가득 쌓여 있는 접시더미와 두꺼운 나무로 된 도마가 인상적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 동생은 놀자고 성화고,
초등학교 3학년인 강희는 부모님 돕기에 열성이다.

한 번에 10인분 분량으로 양념을 미리 만들어둔다.
그리고 주문 들어오면 바로 국수 만들어서 양념을 부어서 내가는 체제
짜장면보다 짜장라면이 더 맛있다고 한 동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에피소드가 재밌다.
그럼그럼. 짜장라면이 아무리 머리 말고 와서 덤벼도 짜장면을 이길 수 없지. 하하핫!

첫 손님을 마수손님이라고 하는데, '마수'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줬으면 좋을 뻔 했다.
가장 반가운 마수손님은 상주와 아기 업은 사람이라고 한다. 상주 손님에겐 밥값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자신들이 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신흥반점을 가득 채운 손님들.
단무지 더 달라고 성화에, 가장 빨리 되는 게 뭐냐고 묻는 손님들.
한쪽에선 전화 주문 받기 바쁜데 유리문 너머 부엌에서 아버지는 춤을 추고 계신 걸까???

그럴 리가. 바로 수타면 뽑고 계신 중.
TV에서도 곧잘 보곤 했지만 저렇게 치댄 국수 반죽이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는 건 다시 생각해봐도 참 신기하다.
한 그릇에 128가닥이 들어간다고 한다. 2의 몇 승이더라???

차림표를 가득 메운 메뉴들.
개인적으로 물컹물컹한 해물을 먹지 않으므로 이 중에서 나의 식욕을 당기는 것들은 많지 않다.
그리하여 나의 최고 메뉴는 오래도록 짜장면!(자장면이 아니라!)
요새는 볶짜면도 사랑해 주고 있다. ^^

3분이 넘으면 국수가 불어서 맛이 없다고 하는 아빠.
3분 동안 국수 뽑고, 3분 동안 요리하고, 다시 3분 만에 배달 완료하는 그대는 진정 중국 요리의 달인!
배달 길목 사이사이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웃음과 해학과 따뜻한 정도 깃들어 있다.
내가 이 동네 산다면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무척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작가님 동네를 모델로 그린 게 아닐까?

마지막 손님이 가고 설거지도 끝나면 빠르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엄마가 부엌 정리하는 동안 아빠는 가게를 쓸고 닦고,
강희는 방을 닦으면서 잠잘 준비를 한다.
어린 동생은 여전히 공룡놀이 중!
이럴 땐 첫 아이가 누나인 게 부모 입장에서 무척 고마울 것 같다. ^^

3초만에 곯아 떨어지는 아빠. 발바닥의 굳은살이 실감난다.
무거운 팬을 잡아서 오른팔보다 유독 두꺼운 왼팔에 믿음이 간다.
피곤해도 장부 정리는 꼭 마쳐야 하는 엄마의 피곤한 얼굴에도 역시 신뢰가 간다.

이사 가면 제일 먼저 알아둬야 할 첫번째 전화번호가 맛있는 중국집이 아니던가. 우리 동네는 꽤 오랫동안 너무도 맛없는 중국집들만 남아 있어서 힘들었는데 최근엔 제법 괜찮은 중국집이 생겼다. 십여 년간 어찌나 힘들었던지...(그럼에도 아니 먹지는 않았다. ^^ )

하나의 이야기로서도 훌륭한 책이지만 '일과 사람'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그림책이었다. 다음 번 일과 사람도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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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전에 올린 그림책 '우리는 가족입니다'의 이혜란 작품이네요.
작가의 집이 '신흥반점'이었대요.
우리는 가족입니다, 표지에 신흥반점이라고 커다랗게 써 있는데... 이 책에서도 나오지 않을까요?^^

마노아 2010-05-24 00: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흥반점.^^
언니네 집에서 잘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리뷰는 쓰지 못했어요. 짠하더라구요.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이라 더 울림이 있나봐요.^^

같은하늘 2010-05-2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과 사람 시리즈에 앞으로 어떤 직업들이 소개될지 기대되요.

마노아 2010-05-25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무척 기대되고 있어요. 기획이 아주 훌륭해요.^^

희망찬샘 2010-05-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게 있어요. 마노아님은 이 많은 책 다 사서 보시나요? 빌려서 보시나요? 갑자기 막 궁금합니다. 사계절에서 신간 나왔다는 소식 들었는데, 리뷰 올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잘 지내시지요? 인사하러 들어 왔어요. 잊을만 할 때 한 번 인사 해 주는 센스~

마노아 2010-05-27 00:1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희망찬샘님, 반갑습니다.^0^
요 책은 언니가 사서 제가 빌려 읽은 책이에요.
저는 중고샵에서 책을 많이 사는 편이에요.
학교 도서관이랑 지역 도서관도 병행해서 빌리고 있고요.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빨라서 책이 늘 쌓여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