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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여드름과 이별하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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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치료 잘하기로 유명한 ‘멍게탈출 피부과’. 대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아빠와 태연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의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가 좀 조숙한 편이잖아요. 성격도 어른스럽고. 그래서 여드름이 빨리 생겼나 봐요. 이 뽀얀 우유빛깔 얼굴에 흠이 생길까봐 넘 걱정이에요."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장동건도 부러워 할 이 얼굴에 성인여드름이 다 뭐니. 이마에 여드름이 나면 누가 날 짝사랑한다는 뜻이라는데, 아마 엄청 강렬한 짝사랑인가봐."
“아빠는 참,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진담처럼 잘 하신다니까. 호호"
이때 두 사람을 부르는 간호사. 곧 이어 의사 앞에 다소곳이 앉는 두 사람.
“멍게탈출 피부과에 오시길 정말 잘하셨네요. 두 분 다 얼굴 전체가 울퉁불퉁 붉으죽죽한 것이 멍게와 아주 흡사해요~ 자, 먼저 아버님부터 한번 볼까요. 음...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으신가 봐요? 성인여드름의 가장 큰 원인이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습관 그리고 두꺼운 화장이거든요."
“네... 연구소에서 너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요."
“예전에는 여드름 환자의 평균 연령이 20세 미만이었지만 최근엔 26.5세로 크게 늘어났어요. 그만큼 성인여드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거죠. 이게 다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얘기일 겁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해서 피지가 많아지거든요."
“피지가 많아지면 다 여드름이 되는 건가요?"
“물론 그렇지는 않아요. 여드름이 곪는 건 피지를 먹고 사는 바이러스인 여드름 균(Propionibacterium acnes)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균은 산소가 없으면 잘 번식해요. 그래서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피지나 각질이 많이 쌓여서 피부 안으로 유입되는 산소량이 적어지면 급격하게 늘어나서 여드름을 일으키게 되죠. 화장을 너무 짙게 해도 화장품 안의 유분이 모공을 막아 산소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드름이 잘 생깁니다."
“에이, 그럼 저희 아빠는 스트레스 때문 아니에요. 꽃중년이 되겠다고 얼마 전부터 엄마 몰래 화장하시는 거 봤어요. 화장하고 잘 안 씻으셔서 여드름 난거죠? 그쵸 아빠?"
태연의 말에 얼굴이 벌게진 아빠. 태연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는다.
“이, 이렇게 입을 틀어막듯이, 피지나 각질이 모공을 막아 산소가 차단되면 여드름 균이 확 늘어난다는 거죠? 헤헤"
“그, 그렇습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따님부터 살려놓고..."
의사선생님 덕분에 간신히 아빠의 손바닥을 떼어낸 태연, 아빠를 찌익~ 노려본다.
“일단은 여드름 압출기로 고름을 짜낼 겁니다. 흔히 손톱으로 많이 짜는데, 그러다가 고름 주머니가 피부 안에서 터져버리면 염증이 진피층까지 내려가서 결국 심한 흉터를 만들 수 있으니까 절대 그러시면 안돼요. 그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를 좀 쓸 거고. 참,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세수를 깨끗하게 하는 겁니다."
“에이, 제가 아무리 지저분해도 세수는 한다고요."
“그냥 하는 걸로는 안 되고 철저하게 해야 해요. 일단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모공을 연 다음, 얼굴 구석구석에 비누칠을 해 각질과 노폐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물로 충분히 헹궈 비누 성분을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이런 세수를 하루 2~3번 정도 하는 습관을 꼭 들이세요. 아, 그리고 화장은 너무 진하게 하지 마시고요."
“에이, 그건 우리 애가 농담을..."
“치, 엄마화장품 썼다고 엄마한테 확 일러버릴 거야! 그런데 선생님, 왜 저는 진료를 안 해주시는 거여요? 저도 여드름이 이렇게 잔뜩 났다고요."
“음... 넌 굳이 진료까지 할 건 없고, 이따 간호사 누나가 처방전 줄 테니까 그대로만 하면 된단다."
의아해하며 진료를 마치고 나온 태연과 아빠. 태연 앞으로 나온 처방전을 보고는 허걱~ 놀라고 만다.
‘네 얼굴에 난 건 여드름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밖에 세수를 안 해서 생긴 뾰루지다. 그 더러운 습관, 꼭 버리도록 해라. 그리고 고양이 세수는 그만 둬라. 넌... 사람!! 이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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