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1주

뒤늦게 본 업! cgv에서 주말에만 그것도 하루에 한 번만 상영하는 기회를 잡아서 볼 수 있었다. 

너무 신나게 보아서 다시 보고 싶을 지경.  

모처럼 마음이 맑아지고 순수해지는 느낌. 

파파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마음에 드는 설정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제대로 한 건 해주신 할아버지께 충성을!!!  

사랑해요, 픽사!!

★★★★★ 


역사극을 좋아하는 편이고, 연기 잘하는 조승우가 주연으로 나오고, 

단아한 이미지의 참 고운 수애가 명성황후로 분한다고 하니, 어찌 아니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지나친 기대는 과욕임을 알기에, 또 역사를 올바로 반영할 수 있을 거라고는 차마 바라지도 않았건만,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조승우는 타짜 때 보여줬던 그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서 좀 식상했고, 천한 신분의 그가 무려 국모인 자영을 향해 사적으로 있을 때는 하오체를 쓰고, 최고 신분의 그녀가 무명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몹시 거슬렸다. 천주교 신자로서 죽어간 부모님의 유산. 그 바람에 가슴에 십자가 문신이 새겨진 그. 때문에 '요한'이란 이름을 갖고 살지 못하고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무명'으로 살아가는 그. 그런데 좀 더 건질법한 그의 인물 설정들은 그렇게 '설정'만 제시하고 더 이상의 이야기로 나아가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이 좀 더 입체적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일단 문제는 이런 것들이 아니고, 스토리의 개연성이 너무 없다. 고종의 이간질로 떨어져 나간 무명을 흥선대원군의 방패막이로 불러들일 때의 근거가 너무 희박했고, 그 한 명이 수천 수만 군사와 맞붙어 싸우고 또 대원군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억지 설정이 황당하고(게다가 그래픽도 엉성했고!), 역사적 사건의 시간 순서가 너무 안 맞다. 천 년 전 이야기도 아니고, 불과 100여 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건가? 이건 아니잖아....;;;;;; 

수애는 포스터 속의 저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다른 포스터의 진초록 색 옷이 더 예뻐 보였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여전히 그녀의 연기는 조용히 단단하다. 마지막에 입고 나온 그 옷은 또 얼마나 알흠답던지! 좀 더 빨리 요한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참 안타까웠다. 그나저나 뇌전도 자영을 좋아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급반전은 너무 어색하지 않던가. 마치 대원군이 일본 놈들과 모의하여 며느리를 죽이려 한 것처럼 진행을 시키다가 돌변해서 며느리를 지켜달라는 요구라니... 어이 상실이오!  

무술 신은 그야말로 환타지로 풀어냈는데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게 바로 볼거리였기 때문에 그 자체에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자연스럽지' 않은 연결들이 맘에 안 든다. 배우의 낭비랄까. 대체 감독은 누군가?? 

마지막에 이선희 노래가 나오는데 왕의 남자 때처럼 은근 사극에 어울리는 목소리일지도... 

★★★☆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고 실망을 느끼며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디스트릭트 9 시사회 당첨되었는데 가겠냐고. 피터 잭슨 작품인 줄 알고서 오브 코스~하고는 서울극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화 준 친구는 이미 보았다고 해서 또 다른 친구와 보기로 하고 내가 먼저 표를 찾기로 했는데 당첨되었다는 이름의 행사는 주최 측도 없고 당연히 이름도 없었다. 알고 보니 그때 오고 있던 내 친구도 친구로부터 양도를 받은 건데 날짜를 착각했던 것...;;;;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이렇게 무안한 채로 갈 수 없다 해서 급하게 페임을 예매해서 보았다.  

워낙에 음악 영화를 좋아하니까, 또 그 날은 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들은 날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좀 높았는데, 하루에 두 탕 뛰느라 피곤한 내 심신을 달래주기엔 좀 약했다 싶다.  

제니 역을 맡은 배우는 졸업반이 될 때까지 포스가 너무 약했다. 포스터의 앨리스는 그야말로 넘흐 알흠다웠고, 드니스 역의 배우도 노래를 몹시 잘 했다. 그렇지만 왕년에 빅 히트를 날렸던 뮤지컬 영화의 계보를 잇기엔 많이 약했다.  

★★★☆  

그리고 월요일! 무스탕님과 경복궁에서의 데이트를 마치고, 같이 보려고 했던 울 언니가 퇴짜를 놓아서 혼자 종로 거리를 배회하던 나. 교보에서 책을 좀 봐주고 종로 3가 버거킹으로 갔는데 내부 공사로 영업을 아니 하는 게 아닌가. 다시 종로 2가 롯데리아로 가서 저녁을 때우고 서울극장으로 다시 오니 대략 8시. 그 시끌벅적한 곳과는 좀 안 어울리지만, 나름 집중해서 시집을 한 권 읽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피터 잭슨이 감독한 걸로 알았는데 '제작'을 했던 것. SF물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무서운 영화나 지저분한 건 질색인데,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비쥬얼이 좀 안습이다. 영화 속에서 '벌레'로 불리며 괄시받는 게 안타깝지만, 일단 외모는 딱 그 수준.  

고백하건대, 초반 30분은 미친 듯이 졸았다. 어쩌면 30분 이상일지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 경복궁을 노닌 것까진 좋았지만, 이후 교보문고랑 종로 거리에서 다리 품을 팔았더니 피곤이 몰려온 것이다. 그러니 오로지 영화가 빨리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할 뿐. 차 떼로 포 떼고 보자니, 이 영화 왜 이렇게 재미가 없니...... 영화는 어쩌면 디스트릭트 10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났는데 다음 편이 나오면 오 마이 갓!을 외쳐 줄 테다. 뭐, 3년 뒤에 꼭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정말로 올지도....;;;; 

★★★☆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함께 이 가을 가장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 내사랑 내곁에였다. 

박진표 감독의 출세작 '너는 내 운명'을 참 인상 깊게 보았고(그 놈 목소리는 중국에서 짝퉁 dvd로 보았더니 소리도 잘 안 들리는 판에 영화에 집중하긴 어려웠다!) 무려 '김명민'이 주연이 아닌가. 하지원도 늘 뜨는 영화에 출연하는 편이었고, 이 영화를 위해 무려 20kg을 감량하는 독종 끼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관객들은 당연히 큰 거 하나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없다. 큰 거 한 건. 루게릭 병에 걸려서 하루하루 몸이 굳어가며 죽어가는 이 남자. 장례 지도사가 직업인 두번이나 돌싱이 된 이 여자. 어머니 장례식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알고 보니 고향 마을 오빠 동생 하던 사이였고, 초반부터 이 남자는 이 여자에게 들이대며 연애 공작을 편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이에서 출발하는 셈.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관객이 작품에 몰입해 가며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빼앗아서 오히려 극을 진행하기에는 더 부담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병의 진행이 가팔라지면서 장기 입원을 해야만 했고,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다섯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잘 스며들....어야 했는데, 그게 또 따로 국밥이었다. 임하룡의 부인으로 나오기엔 임성민이 너무 젊은 게 아닌가. 게다가 오랜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피부는 왜 그리 탱탱한지... 무려 삭발 투혼까지 했건만, 배우를 낭비시켰다. 물론, 최고로 낭비된 인간은 김명민이다. 연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문제지 싶다. 이건 하지원도 마찬가지. '완전'을 남발하며 귀여운 척 이쁜 척 하는데, 이쁜 건 인정하지만 이젠 '귀여울' 나이는 아닌지라 손발이 수시로 오그라 들어야 했다. 특히나 핑클 흉내낼 때는 안구에 습기가 차더라...ㅜ.ㅜ 

영화의 내용을 관객이 모두 알고 있고,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배우가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설정 자체가 무척 비극적인, 슬픈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은 전혀 슬프지가 않다. 그래서 참 슬펐다. 지나친 감량으로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우리 장군님은 어찌하나.....쿨럭....;;;;; 

★★★☆  

이렇게 내리 네 편을 실패하고 나니, 이젠 막 오기가 생기는 거다. 친구가 추천한 영화는 바로 어글리 트루스. 너무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싶지만, 기대치도 없고, 그저 가볍게 하하호호 웃고 나온다면 그도 괜찮을 것 같아서 다시 극장으로 고고씽. 

그런데 이 영화가 대박이 아닌가! 일단 입장할 때부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터넷 예매를 못해서 현장에서 표를 구매했는데, 예쁜 직원분이 말하는 게 아닌가.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아, 신분증이라니, 신분증이라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12년이 지났는데 민증을 까달란다. 오오오, 감탄사가 절로 나올 뻔 했건만 표정 수습하느라고 고생 좀 했다.  

지난 토요일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자르기만 하고 퍼머를 하지 않은 머리가 죄다 뻗쳐서 나를 열 뻗치게 한 까닭에 그날로 바로 볼륨 매직을 했는데, 그 결과물이 무지 웃겼다. 그야말로 버섯돌이 강림이랄까. 나만 들어가면 조카 둘이서 무척 비웃어 주었는데 비록 웃기긴 하지만, 확실히 어려보이는 효과가 있달까. 하하핫! 까짓 버섯돌이면 좀 어떠랴. 무려 민증 제시를 요구 받았는데 말이지비!!! 


(사진 펑!)

각설하고... 그렇게 기분 좋게 입장하여 보게 된 이 영화. 대박 신나게 재밌어 주신 거다. 18금이긴 하지만, 과하게 야한 씬이나 폭력적인 씬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대사가 격하게 야하다. 어찌나 질펀하게 퍼부어 주시는지, 극장 안의 관객들이 다 함께 배꼽 잡고 웃었다. 실컷 웃고 나니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기분도 맑아지더라. 무려 5번 만에 성공한 영화가 아닌가...T^T  

★★★★

제라드 버틀러는 영화 300으로 인식하게 된 배우지만, 그 전에 '오페라의 유령'으로 먼저 만났다. 내가 본 모든 팬텀 중에서 가장 노래를 잘 했다. 뮤지컬 배우보다도 더! 게다가 300에선 '빤스'만 입고 나와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복근 훈남이 아닌가! 이 영화에선 잘난 복근을 자랑할 기회가 아주 조금밖에 없었지만, 표정 연기가 좋았고, 그의 다른 영화들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일 보러 간다. 게이머...ㅎㅎㅎ 

개봉 전에 예매를 한 거여서 평점도 모르고, 순전히 도박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제라드 버틀러를 계속 더 좋아할 것인가, 이만큼만 좋아하고 말 것인가가 결정나지 않을까.... 

보통 명절 때는 재미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곤 했는데, 어째 금년엔 좀 시원찮다.  

단순히 내 구미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무튼, 올 추석에 가장 추천하는 영화는 '어글리 트루스'다.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게 웃기고 충분히 예상되는 결말임에도 같이 즐거워지는 영화였다.  

물론, 표를 구하기 전에 '성인 인증'을 요구 받는다면 기분은 더 업될 것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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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0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써로게이트를 보고 싶던데, 나이 지긋해진 브루스 윌리스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다이하드4 까지는 괜챦았는데....게이머 보고 오셔서 평을 부탁드려요!

마노아 2009-10-02 00:24   좋아요 0 | URL
써로게이트도 관객 반응을 좀 보고나서 결정하려구요. 매트릭스의 아류가 될까 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해서요. 게이머 보고 와서 40자 평이라도 꼭 슬게요.^^

하날리 2009-10-0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샵한거죠? 아니야요?

마노아 2009-10-02 00:24   좋아요 0 | URL
뽀샵질 없이 어떻게 사진을 공개합니까!
점이라도 지우고 올려야죠.ㅎㅎㅎ

프레이야 2009-10-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버섯머리 마노아님 ^^
귀여워요~~ 불꽃처럼에 엔딩곡 이선희 음색과 잘 어울리더군요.
저도 수애와 조승우 좋아해요. 만화같은 진검승부 장면의 어색함이라니..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마노아 2009-10-02 00:25   좋아요 0 | URL
전 만화같은 진검승부는 봐주겠는데 개연성 없는 스토리 진행과 역사적 진실은 개무시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해피 추석을 보내야 해요. ^^ㅎㅎㅎ

다이조부 2009-10-1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스트릭트 9 이 영화가 저만 재미없었던건 아니군요.. ㅎㅎ

그나마 초반에는 볼만했는데 ^^ 점점 갈수록 점입가경 헐

마노아 2009-10-15 14:23   좋아요 0 | URL
저한테 추천해 준 친구가 무척 재밌다고 극찬했거든요. 의 상할 뻔 했어요.^^;;;;

다이조부 2009-10-1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뭐 취향의 차이인데 의 까지 상할거 까지야 ㅋㅋ

근데 이 영화 반응은 나름 좋네요 ^^

이승환 팬이신가봐요? 어제가 데뷔 20주년 이었다고 하던데

12월 26일 공연 가고 싶은 1인 ㅋㅋㅋ

마노아 2009-10-16 19:10   좋아요 0 | URL
농담한 거예요.^^ㅎㅎㅎ
전 게이머가 아주 좋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는데 평점이 너무 낮아서 좀 의외긴 했어요.
이승환 아주 좋아합니다. 어제 행사 아주 멋졌지요.
연말 공연 꼭 가보셔요. 적극 추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