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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 Marty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휘모리님 리뷰를 인상 깊게 보았다. 평소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나지만, 이 영화는 보통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무언가를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짐작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한 소녀가 어느 곳에서 도망친다. 온 몸엔 학대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달린다. 소녀의 이름은 루시. 그리고 위로해주는 친구 안나가 있다.
영화는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15년 뒤를 보여준다. 평범하고 단란한 한 가정이 나온다. 그들의 식사 시간에 총을 들고 뛰어든 루시. 그리고 일가족을 모두 죽여버린다. 15년 전 자신을 학대했던 사람들이라고.
영화는 초반부터 충격과 공포를 번갈아 보여주며 관객을 놀래킨다. 루시는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있었고, 여전히 학대 당하고 있었다. 온 몸을 난자당하는 칼자국. 끊임없이 흘리는 피. 안나는 루시를 위로해주고 보호해 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만, 마음으로부터 루시를 믿지는 못한다. 실상, 관객 역시도 루시가 보고 있는 것은 환영일 거란 짐작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상상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것 너머로 더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제목이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이라고 나와 있다. 영화 말미에 나온다. 마터스란 '목격자'라고. 그러니까 천국을 목격하는 자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하지만 루시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들이 경험한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고, 그들이 목격한 것도 지옥보다 끔찍한 무엇이었다. 대체 누가 루시를 학대했을까. 루시에게 죽임당한 일가족은 정말 죄가 없는 것일까. 그들 너머로 더 끔찍한 음모가 있는 것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잔인하다. 언제 어디서 무서운 무언가가 뛰쳐나올까 봐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모호함이 두렵고, 그들에게서 쏟아지는 더 가혹한 학대가 끔찍하다. 그 액션과 분장이 너무 리얼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손을 꼭 쥐고 있어서 쥐가 날 지경이었다.
영화는, 솔직히 훌륭하다. 상 받을 만큼 작품성도 빼어나다. 그런데, 힘들다.
굳이 비교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훌륭한,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그 잔상이 너무 깊고 불편해 어찌할 바 모르겠는 참혹한 기분 말이다. 이 영화는 그 영화보다도 더 잔혹한 잔상을 남긴다.
시사회에 당첨되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출발 직전에 약속을 깼는데, 그래서 언니랑 갈까도 했지만 언니가 나오지 못하고 결국 혼자서 보고 말았는데, 혼자 보기를 잘한 듯하다. 나야 내가 신청하고 당첨되어서 다녀왔지만, 내가 가자고 해서 누군가 보았다면 두고두고 욕 좀 먹을 듯하다. 그러니까 순전히 이 영화는 '매니아' 용이다.
지금도 머리가 멍멍하다. 영화의 컷들이 자꾸 내 안에서 재생 반복되고 있다. 이 느낌을 빨리 쓸어버리고, 씻어버리고 싶다. 순수하고 재밌는 어린이 영화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배우들은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안나 역을 맡은 배우가 무척 예쁘고 연기도 잘 했다. 작품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은 아닌지 과한 걱정이 든다.
나로서는 호기심의 대가가 컸다. 이제 감당하지 못할 거면서 호기심만으로 이렇게 선뜻 영화를 고르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강조하지만, 나처럼 공포 영화 잘 못 보는 사람에겐 힘든 영화지만, 수작임은 부정할 수 없다.
스포일러라 차마 말하지 못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도전하시라. 단, 감당은 본인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