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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뷔오네 Evyione 5
김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계몽사상이 유행하는 시절의 엠보니아 왕국. 프랑스 출신의 계비가 새엄마가 되어 있고, 스페인의 필리페 왕자가 공주의 배우자 유망주가 되어 있다. 등장하는 나라 이름이나 시대적 배경 등은 제법 이야기의 골격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이 엠보니아 왕국은 좀 더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주인공이 '인어 왕'이지 않던가.

컬러 내지의 두 사람은 칵테일을 한 잔 나눌만큼 다정스러워 보이지만, 아직 극의 전개상 저런 장면은 택도 없다. 게다가 인어 왕이 자신의 지느러미 몸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는 말이다. 이미 인간의 다리를 얻었는데 다시 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도 알 수 없는 노릇.
인어 왕과 공주님의 자꾸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공주님은 제 감정의 정체를 모르고 있고, 안다 해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너무 섹시한 탓에 자꾸 대시하는 여성들 때문에 오히려 그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상대가 너무도 매력적인 새 엄마라면?


말을 하지 못하는 인어왕은 특유의 우아한 동작과 표정으로 말을 대신하곤 하는데, 가끔 저렇게 인간의 언어가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러니까 그의 사고 체계는 아무래도 인간의 그것과는 유통과정(?)이 다른 듯하다. 그러다 보니 때로 서로 '삽질'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오른쪽 그림은 에뷔오네가 좀 더 어릴 때의 모습이다. 나름 요조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공주님이다 보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어릴 적 남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는데, 그 위치에 있는 여성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생각한다면 '충격'이라고 하기엔 좀 약했다. 어쨌든 순진한 공주님은 세파에 좀 더 시달려봐야 할 지도...;;;;;

늘 속내를 알 수 없고 뭔가 음흉한 계획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던 왕비가, 모처럼 진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느 정도 계산 속이 있기도 했지만, 자기와는 다른 길을 걷기를 바라는 한 조각 진심도 분명 보였다. 그래서일까. 왕비가 유독 예뻐 보인다. 너무 예뻐서 욕정만 가득 찬 국왕의 눈총을 또 받아야 했지만.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에뷔의 발이 참 작다. 중국 여자들을 보는 것처럼. 귀부인들의 특징인 것일까? 하긴, 그 조막만한 발로 뛰어다닐 일이 얼마나 있었을라고...
진행이 좀 더딘 편이다. 처음에 등장했던 그 수사 양반은 언제쯤 다시 등장할까? 그래야 뭔가 애정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말이다. 조금 더 스피디한 전개 부탁해요, 작가님!